사진=신스웨이브 제공
“걸어온 길”
전동석이 뮤지컬배우로서 걸어온 시간이 벌써 10년이다. 첫 발을 내딛게 한 작품은 ‘노트르담 드 파리’(2009)였다. 시작은 마치 운명과도 같았다. 5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10주년 단독 콘서트를 연 전동석은 “제가 군대에서 휴가를 받기 위해 처음으로 불러본 뮤지컬 넘버가 ‘대성당들의 시대’였다. 그래서 이 넘버는 저에게 많은 의미를 가지는 곡이다. 가사처럼 그리고 운명처럼 제 뮤지컬 배우로서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무대 위에서 전동석은 10년의 세월을 차근히 훑었다. 오페라 가수를 꿈꾸던 그는 자신의 길을 찾았다. 무슨 자신감에서였는지 뮤지컬배우가 ‘나의 길’이라고 확신하고 인생의 방향을 트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데뷔 무대부터 뮤지컬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그는 10년의 세월동안 꾸준히 성장하면서 그 선택이 옳았던 것임을 증명해냈다.
이날 무대에서는 그 진가를 보여준 전동석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난 두려워’, ‘모짜르트’의 ‘나는 나는 음악’, ‘엘리자벳’의 ‘마지막 춤’ 등 지금의 단단한 전동석을 만들어 준 뮤지컬의 넘버를 선보였다. ‘모짜르트’ 출연 당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무대에 오르지 못했던 일이 있었는데, 그 경험은 무대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전동석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뮤지컬 배우 이지혜도 그의 1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두 사람은 성악을 전공하던 시절 같은 스승 아래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들의 스승은 생전 “너희 둘이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을 꼭 보고 싶다”고 말해왔다. 전동석은 이날 이지혜와 함께 했던 뮤지컬 ‘팬텀’의 넘버 ‘넌 나의 음악’을 부르면서도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걷고 있는 길”
전동석은 현재 뮤지컬 ‘헤드윅’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날 ‘헤드윅’ 넘버 ‘디 오리진 오브 러브’(The Origin of Love/사랑의 기원)로 무대를 꾸몄는데 기존에 보여줬던 전동석 특유의 보이스에서 약간의 변화가 느껴졌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색깔에 헤드윅이라는 인물의 특성을 녹여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가 ‘헤드윅’ 출연을 결정했을 때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전동석은 “팬들, 지인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대본을 봤을 때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걱정과는 달리 그가 보여준 헤드윅은 매력적이었다.
그가 ‘헤드윅’에 얼마나 몰입되어 있는지도 이번 공연을 통해 드러났다. 넋을 놓고 공연을 보고 있으면 불쑥 헤드윅이 튀어나온다. 그는 “자꾸 헤드윅이 튀어나온다. 정신 차려야 한다. 나는 지금 전동석이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어찌 보면 헤드윅이 그랬던 것처럼 전동석도 자신이 걸어온 길을 훑어나가면서 ‘헤드윅’의 모습이 스쳐간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걸어가야 할 길”
10년의 시간을 달려오면서 전동석은 이제 새로운 길의 시작점에 서있다. 그는 “오늘의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뮤지컬 배우로서 걸어온 10년의 길을 되돌아봤다. 그리고 뮤지컬 배우 전동석의 앞으로의 10년에 대해 즐거운 고민을 시작했다”고 했다.
뮤지컬 배우로서 입지를 다진 전동석은 이날 콘서트에서 슈베르트의 ‘마왕’, 전람회의 ‘취중진담’, MBC ‘복면가왕’에서 음악대장 버전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 영화 ‘이집트의 왕자’ OST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면서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무대에 설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전동석의 앞으로의 10년,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묵묵히 앞을 향해 걸어갈 그의 발걸음엔 팬들의 응원도 함께 했다. 팬들은 “함께 걸어온 10년, 앞으로도 같이 걸어요”라는 슬로건의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