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임권택 감독이 영화 ‘서편제’를 관람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판소리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도 그 가락에 매료된 외국인 관객들을 비롯한, 26년 전 작품에 몰입한 국내 관객들의 반응은 명작의 힘을 느끼게 했다.   4일 오후 부산 영화의 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열린 ‘서편제’ 스페셜 토크에서는 임 감독이 “오래된 영화인데, 지금도 볼 만한 영화로 남아있는지가 궁금하다”라고 관객들과의 대화에 기대를 표했다. ‘서편제’는 아버지 유봉(김명곤 분)과 양딸 송화(오정해 분), 아들 동호(김규철 분) 등 이리저리 떠돌며 소리품을 팔던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판소리와 한(恨)이라는 한국적인 정서를 서정적으로 담아낸 이 영화는 한국 영화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임 감독은 ‘서편제’ 개봉 당시를 회상하며 “1993년 ‘서편제’를 만들기 전인 1992년 초에는 ‘태백산맥’이라는 영화를 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아직은 이념의 문제를 자유롭게 제작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해 제작을 막았다. 1년을 쉬고, 정권이 바뀌면 그때는 ‘태백산맥’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라며 “나는 다작을 하는 감독인데, 1년을 놀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도저히 쉴 수가 없겠다는 마음에 놀지 말고, 여유롭게 저예산 영화를 찍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영화를 연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에게도 도전이었던, 판소리와 한이라는 잊혀져가는 정서를 담은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판소리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언젠가는 내 영화가 미국 영화의 아류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한국적 정서, 리듬으로 흘러가길 원했었다. 한국 사람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한국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아주 저예산으로 판소리 영화를 찍어서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영화 '서편제' 스틸 ‘진도 아리랑’을 부르며 황토길을 걸어오는 가족의 모습을 담은 롱테이크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서편제’의 명장면이다. 이 장면 외에도 사계절 풍광이 담긴 아름다운 장면들이 미학적 완성도를 높였다. 임 감독은 “자유롭게 전국을 떠돌면서 판소리를 담았다. 판소리를 우리 자연에 합일을 시키고 싶었다. 자연은 판소리를 훼손하지 말고, 판소리는 자연을 방해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를 바랐다”라고 했다.  이어 “판소리 영화를 보면서 판소리가 맛있게 들렸다는 관객들이 나오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였다는 것에 새삼 감탄하는 말들도 나왔다. 그런 게 나로서는 큰 보람이었다”라고 했다. 한국인만이 다룰 수 있는 한국적인 소재를 다루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때 할리우드 영화만큼의 완성도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그래서 할리우드 영화를 베끼며 아류 영화를 수도 없이 찍어냈다. 하지만 거짓을 찍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내 삶과는 무관한 영화를 찍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초기 작품들을 회상한 임 감독은 “나이가 들고, 세상을 좀 더 깊은 눈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나는 한국인이었구나’라는 걸 알았다”라고 했다. 임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시사를 하고 나면 개봉일까지 3번 정도를 본다. 그 뒤로는 다시는 그 영화를 보지 않는다. 너무 하찮은 것에서조차 결함이 드러난다. 그 결함을 발견하고, 마주한다는 것은 고통이다”라고 가치관을 밝히면서 “하지만 ‘서편제’는 몇 번이나 봤다. 결함이 없어서가 아니다. 판소리의 힘에 끌려서 그 결함에 눈을 감을 수가 있더라. 판소리의 힘이 강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라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4th BIFF] ‘서편제’ 임권택 감독, 외국인 관객도 매료시킨 ‘한국적 정서’의 힘

부산=장수정 기자 승인 2019.10.04 15:57 | 최종 수정 2139.07.07 00:00 의견 0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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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이 영화 ‘서편제’를 관람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판소리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도 그 가락에 매료된 외국인 관객들을 비롯한, 26년 전 작품에 몰입한 국내 관객들의 반응은 명작의 힘을 느끼게 했다.  

4일 오후 부산 영화의 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열린 ‘서편제’ 스페셜 토크에서는 임 감독이 “오래된 영화인데, 지금도 볼 만한 영화로 남아있는지가 궁금하다”라고 관객들과의 대화에 기대를 표했다.

‘서편제’는 아버지 유봉(김명곤 분)과 양딸 송화(오정해 분), 아들 동호(김규철 분) 등 이리저리 떠돌며 소리품을 팔던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판소리와 한(恨)이라는 한국적인 정서를 서정적으로 담아낸 이 영화는 한국 영화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임 감독은 ‘서편제’ 개봉 당시를 회상하며 “1993년 ‘서편제’를 만들기 전인 1992년 초에는 ‘태백산맥’이라는 영화를 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아직은 이념의 문제를 자유롭게 제작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해 제작을 막았다. 1년을 쉬고, 정권이 바뀌면 그때는 ‘태백산맥’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라며 “나는 다작을 하는 감독인데, 1년을 놀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도저히 쉴 수가 없겠다는 마음에 놀지 말고, 여유롭게 저예산 영화를 찍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영화를 연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에게도 도전이었던, 판소리와 한이라는 잊혀져가는 정서를 담은 이유에 대해서는 “내가 판소리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언젠가는 내 영화가 미국 영화의 아류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한국적 정서, 리듬으로 흘러가길 원했었다. 한국 사람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한국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아주 저예산으로 판소리 영화를 찍어서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영화 '서편제' 스틸
사진=영화 '서편제' 스틸

‘진도 아리랑’을 부르며 황토길을 걸어오는 가족의 모습을 담은 롱테이크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서편제’의 명장면이다. 이 장면 외에도 사계절 풍광이 담긴 아름다운 장면들이 미학적 완성도를 높였다. 임 감독은 “자유롭게 전국을 떠돌면서 판소리를 담았다. 판소리를 우리 자연에 합일을 시키고 싶었다. 자연은 판소리를 훼손하지 말고, 판소리는 자연을 방해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를 바랐다”라고 했다. 

이어 “판소리 영화를 보면서 판소리가 맛있게 들렸다는 관객들이 나오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였다는 것에 새삼 감탄하는 말들도 나왔다. 그런 게 나로서는 큰 보람이었다”라고 했다.

한국인만이 다룰 수 있는 한국적인 소재를 다루는 것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때 할리우드 영화만큼의 완성도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그래서 할리우드 영화를 베끼며 아류 영화를 수도 없이 찍어냈다. 하지만 거짓을 찍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내 삶과는 무관한 영화를 찍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초기 작품들을 회상한 임 감독은 “나이가 들고, 세상을 좀 더 깊은 눈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나는 한국인이었구나’라는 걸 알았다”라고 했다.

임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시사를 하고 나면 개봉일까지 3번 정도를 본다. 그 뒤로는 다시는 그 영화를 보지 않는다. 너무 하찮은 것에서조차 결함이 드러난다. 그 결함을 발견하고, 마주한다는 것은 고통이다”라고 가치관을 밝히면서 “하지만 ‘서편제’는 몇 번이나 봤다. 결함이 없어서가 아니다. 판소리의 힘에 끌려서 그 결함에 눈을 감을 수가 있더라. 판소리의 힘이 강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라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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