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모 오픈마켓 렌터카 대여 페이지
2017년 제주도 서귀포의 한 호텔. 성수기인 탓에 공터 주차장에 빽빽하게 들어선 차량들 사이로 렌터카 한 대가 차를 빼지 못하고 있었다. 충분한 공간이 있었지만, 운전 미숙이었다. 그 렌터카로 인해 다른 차들도 수십 분을 기다려야 했다.
몇 해 전, 성산일출봉 앞 주차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렌터카를 제대로 주차시키지 못해 결국 주차를 안내하던 직원이 소리쳤다. “당장 지금 이 차 반납하고 택시 타고 돌아다녀라. 이런 운전 실력이면 사고 난다”라고 말이다.
제주도는 흔히 ‘렌터카의 천국’으로 불린다. 지난해 제주도에 등록된 렌터카 업체는 129개이고 등록대수만 3만 2612대다. 그런데 동시에 교통사고 전국 상위권이다. 교통사고 건수는 4239건인데, 그 가운데 렌터카 사고율이 49.9%다.
제주도 지리가 익숙하지 못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초보자들의 인식이다. 제주도에서의 운전을 마치 ‘연습’하듯 한다는 점이다. 렌터카 대여 기준인 21세 이상, 운전면허 취득 1년 이상이지만, 그 1년 동안의 운전 경력을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다보니 렌터카 차고지에서 출발 때부터 버벅거리는 사례도 적잖이 있다.
제주도는 의외로 운전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해안도로 풍경에 시선을 빼앗기다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회전 로터리가 많아 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추돌사고를 일으키기 쉽다. 또 도보여행객을 비롯해 자전거, 스쿠터 여행객이 많은 지역이라 운전에 익숙한 이들도 돌발적인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런데 해안도로가 잘 되어 있고, 여행지라는 인식에 초보 운전자들이 ‘마음 편하게’ 운전하는 지역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제주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차량 공유(카셰어링) 서비스로 인해 차를 구입하지 못해도 손쉽게 운전할 수 여건이 마련되면서 내륙 여행지에서 초보자들의 ‘위험한 운전연습’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2018년 카셰어링 이용자가 신고·접수한 교통사고 건수는 1만 9320건으로, 2015년 4631건과 비교해 3년 새 4배 수준으로 늘어났고, 사고에 따른 부상자 역시 2015년 2115명에서 2018년 8353명으로 4배가 늘었다.
특히 카셰어링 차량 사고 운전자의 81.5%는 운전 경력이 길지 않은 20대 이하였다. 즉 손쉽게 어플로 접근할 수 있는 이점을 활용해 ‘운전연습’을 한 셈이다. 여행하다가 쏘카나 그린카가 지나가면 피해간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이야기가 아닌 셈이다.
‘운전 초보들은 렌터카나 공유차량을 이용하지 말자’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렌터카와 공유차량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곳이 여행지이기 때문에 적어도 자신의 운전 실력은 충분히 이해하고 이용하자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주차조차 제대로 못하는 여행자가 모는 렌터카라면 언제고 사고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본인뿐 아니라 다른 이의 여행까지도 망친다. 여행지에서 렌터카나 공유차량은 즐거운 여행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지, ‘운전연습’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