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뷰어스DB
“이곳은 호텔 정원인 줄 알았다”
과거 한 기업 홍보팀 관계자의 말이다. 웨스틴 조선호텔은 종종 기업 신제품 발표회나 영화 제작보고회 등이 열렸던 곳이다. 그러다보니 홍보팀이나 기자들이 숙박하지 않아도 낯익은 장소다. 그리고 호텔 뒤편에 위치한 환구단 역시 이들에게는 ‘눈에 익숙한’ 공간이다. 물론 그 곳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는 의외로 다수가 몰랐다.
환구단은 천자가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재단으로 1897년 쌓았으며 그해 10월 11일 고종이 환구단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낸 후 황제에 즉위했다. 현재는 거대했던 본 단은 사라지고 황구단의 상징물격인 황궁우만 남아있다. 환궁우와 주변 황구단 삼문과 고종 황제 즉위 40년을 기념해 만든 석고단이 있다.
대한제국의 시작이었던 장소지만, 일본이 조선철도호텔을 짓는다고 환구단 대부분을 없앴다. 그리고 지금도 환구단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웨스틴 조선호텔의 정원으로 알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때문에 한때 웨스틴 조선호텔을 옮기고 환구단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사진 제공=서울시 / 경교장에서 김구 선생이 암살당한 장소
이와 비슷하게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는 공간이 강북 삼성병원 내에 위치한 경교장이다.
경교장은 항일투쟁을 전개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해방이후 환국해 마지막으로 사용한 정부청사이며, 김구 선생이 살해당한 비운의 역사현장이다. 김구 서거 이후 타이완 대사관으로, 미군 병원 주둔지 등으로 사용되다가 1968년 고려병원에 인수돼 삼성생명 소유로 강북 삼성병원 부속 건물로 사용됐었다. 이후 의료진 휴게실이나, 환자복 창고로 사용되는 등 역사적 의미를 전혀 살리지 못했던 공간이다. 지금은 임시정부에서 사용하던 당시의 모습대로 재현해 2013년부터 시민에게 개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교장을 아직도 강북 삼성병원의 부속건물로 아는 이들이 많다. 때문에 환구단을 마치 정원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웨스틴 조선호텔과 마찬가지로 경교장을 둘러싸고 있는 강북 삼성병원의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둘 다 정부나 서울시의 적극적인 관리 부족에 대한 지적이 우선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방송을 통해 경교장과 환구단에 자주 언급돼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대한제국의 시작이지만 호텔 정원으로 희롱당하는 환구단,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이자 김구 선생의 생의 마지막 공간이었지만 일개 기업병원의 부속건물로 오해받는 경교장. 일본 불매운동이나 일본 여행 취소 운동도 좋지만, 이 같은 문화재를 향한 관심을 한번 더 갖는 것도 중요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