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트라이어스
가수 백지영의 목소리에는 가슴 절절한 애환이 있다. 어떤 곡이든 백지영의 목소리를 거치면 애절함이 가득 밀려온다. 노래만 듣다가도 눈물이 맺히게 되는 위력이 백지영에게 있다. 그 힘을 바탕으로 수 없이 많은 메가 히트곡이 즐비하다. ‘발라드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결혼 후 적지 않은 시간을 육아에 쏟던 백지영이 신곡으로 돌아왔다. 이별 후의 애절함을 표현한 ‘우리가’가 타이틀곡이다.
앨범명은 ‘레미니센스(Reminiscence)’다. 백지영의 추억을 소환한다는 의미다. 음악을 통해 추억을 떠올렸으면 하는 바람에서 앨범명이 탄생했다. 활동은 ‘새벽 가로수길’ 이후 4년 반, 음악 자체로만 보면 ‘그대의 마음’ 이후 약 3년여 만에 돌아왔다. 꽤 긴 시간이었지만,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만이 가득한 백지영을 최근 만났다. 그 어떤 표현에 있어서 진솔함을 무장하고 있었던 백지영의 속마음을 들여다봤다.
◇백지영의 픽 ‘우리가’
백지영의 매력은 독보적인 보이스에 있다. 한 번 들으면 딱 알 수밖에 없는 독특한 음색과 감정이 가득 담긴 가창은 울림을 준다. 1999년 1집 ‘소로우’로 가요계에 발을 들인 뒤 20년 동안 언제나 탑의 위치에 있었던 백지영이 선택한 곡은 ‘우리가’다.
“이번에도 애절하다. 그루브가 많은 보컬은 아니고 내 목소리 색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다. 옛 추억을 소환하고 기억하고 이런 것 때문에 따뜻한 분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애절한 분위기 보다는 담백한 디렉팅을 많이 받았다. ‘우리가’는 처음에 추억하는 도입부가 있고 치열하게 치닫는 후렴구가 있고 엔딩은 따뜻한 분위기가 내가 가고자 했던 방향과 잘 맞았다. 이 노래는 들으면 들을수록 좋다. 엄청 만족스럽다.”
헤어짐의 아픔을 백지영의 음색으로 나온 이 곡은 절절함이 묻어있다. 뮤직비디오는 감성 가득한 배우 지성이 맡았다. 잘생기면서, 혼자 오열이 가능하며, 등장만으로 무게감을 주는 배우를 찾았고, 지성이 딱 떨어졌다고 한다. 헤어짐의 아픔을 지성의 감성적인 연기로 표현한 뮤직비디오는 백지영의 목소리까지 어우러지면서 한 편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묵직한 감정이 밀려온다. 백지영은 지성에게 공을 돌렸다.
“지성씨가 아니라 회사 쪽으로 먼저 출연 요청을 했다. 배우가 출연이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걱정을 했는데, 지성씨가 노래를 듣더니 너무 좋다고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잘생겨서 그런가 말도 어쩜 그렇게 예쁘게 하는지. 하하. 촬영이 생각보다 너무 길어졌다. 지성씨가 컴플레인도 없었고 '뮤직비디오가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매너 있게 임해줬다. 스태프들도 전부 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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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작곡은 재능이 없어요”
벌써 40대 중반에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예전의 진한 감성은 사라질 수도 있기 마련인데, 백지영의 노래에 담겨 있는 감정은 여전히 짙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현실감이 생기고 감정이 무뎌질 수 있는데, 백지영의 노래는 변함이 없다.
“가수마다 여러스타일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작곡가는 창작을 위해서 일부러 연인과 못 되게 헤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난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특정 작품의 인물에 몰입하는 타입이다. 내 감정을 꺼내 쓰지 않는다. 내 거를 갖다 쓰면 한계가 생긴다. 내 이야기보다는 남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내 정서를 유지한다”
울림을 주는 가수로서 20년 동안 활동해왔지만, 작사와 작곡 영역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 오랜 활동기간 속에서 숱하게 노래를 불러온 백지영의 경우, 작사에는 도전해볼 법도 한데 철저하게 보컬리스트의 영역만 고수했다. 가슴을 때리는 듯 진솔함이 가득한 답변이 돌아왔다.
“앨범 작업하면서 작사를 안 해본 건 아니다. 블라인드 모니터에서 한 번도 선택된 적이 없을 뿐이다. 나는 작사나 작곡에 소질이 없는 것 같다. 하하. 나는 공감하는 것에 특화됐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도 충분히 감성적인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창작 역시 피나는 노력이 들여져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뭐 어느정도의 결과물은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하고 싶지는 않다. 그 방향에 꿈이 없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