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도 노출 12~15분 만에 폭발한 아이리버 보조배터리(IHPB-10KA) (사진=한국소비자원)
SK텔레콤에 인수되면서 활로를 찾아 나섰던 드림어스컴퍼니가 SK텔레콤에 의존했던 음악플랫폼 플로 수익을 제외하곤 실적이 부진했던 상반기에 이어 제품 신뢰 하락으로 또 한번 위기와 마주하게 됐다.
드림어스 컴퍼니가 제조하는 아이리버 보조배터리가 폭발 위험성이 높다는 한국소비자원 시험 결과가 나왔다. 드림어스컴퍼니가 제조하는 아이리버 보조배터리(IHPB-10KA)는 15일, 소비자원 평가에 따라 해당제품을 자발적 회수하기로 했다.
이날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보조배터리 7개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수명 등을 시험·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소비자원이 시험·평가한 보조배터리는 삼성전자(EB-P1100C)와 샤오미(PLM16ZM), 아이리버(IHPB-10KA), 알로코리아(allo1200PD), 오난코리아(N9-X10), 즈미(QB810), 코끼리(KP-U10QC5) 등 7개 제품이다.
이 가운데 아이리버 제품은 전기용품 안전기준(KC)에는 적합했지만 한국산업표준(KS)과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130℃에 12∼15분 정도 노출되자 불이 붙고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산업표준 및 국제전기기술위원회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130℃에 30분 동안 노출해도 발화 및 폭발하지 않아야 함에도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셈이다. 이에 따라 아이리버는 해당 제품을 자발적으로 회수하고 판매 중지에 나서기로 했다. 소비자원은 이번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전기용품 안전기준의 열 노출 시험 기준을 한국산업표준 및 국제전기기술위원회 기준과 동일하게 강화하도록 관계기관에 건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조사 결과에 여론은 보조배터리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됐다며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아이리버가 MP3플레이어 시대로 누렸던 영광 이후 명성을 되찾지 못하는 것에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좀처럼 안정적 수익구조를 마련하지 못하는 드림어스컴퍼니에 대한 우려가 함께 뒤따르고 있다.
사진=드림어스컴퍼니 CI
■ 사명 바꾸고 공격적 마케팅, 과거의 영광 대신 실적 부진
70~80년대생에게 아이리버는 획기적 브랜드였다. 전자사전 및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아이리버는 한국의 애플과 같은 존재였고 국내 시장에서 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급속도로 침체된 MP3 플레이어 시장의 몰락 속에 아이리버의 존재감도 희미해졌다. 이후 아이리버는 다른 제품군에 꾸준히 도전하며 역전을 꾀했다.
획기적 터닝포인트는 지난 3월이었다. 아이리버는 사명을 드림어스컴퍼니로 바꿨다. SK텔레콤이 52.75%, SM엔테테인먼트가 15.73%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SK텔레콤 자회사가 된 아이리버는 드림어스컴퍼니라는 새로운 사명을 통해 기존 디바이스 사업에서 콘텐츠 플랫폼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사업 체질 개선을 위해 이기영 SK텔레콤 뮤직사업TF장을 새로운 대표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콘텐츠 플랫폼의 경우 SK텔레콤의 지원이 큰 비중을 차지했기에 드림어스컴퍼니의 독자적 성장 발판은 없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터다.
실제 지난 9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드림어스의 올 상반기 실적은 SK텔레콤에 의존하는 음악플랫폼 플로 수익을 제외하곤 부진했다. 상반기 영업손실은 200억 원으로 전년 동기7억 원에 비해 28배 수준으로 늘었고 매출이 733억 원으로 23%나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회성 비용이 크게 늘면서 손실 폭이 확대됐다. 이에 대해 드림어스컴퍼니는 “디바이스부문에 대한 사업전략 수정 및 경영 효율화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이 주요 원인”이라 설명했다. 재고자산과 기타자산, 매출채권 등에 대한 회계성 평가손실이 포함된다는 부연도 뒤따랐다.
드림어스컴퍼니는 2016년 94억 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017년 80억 원, 2018년 31억 원으로 적자를 지속해왔다. 그나마 플로만이 기대할 만한 수익으로 꼽혔지만 이는 SK텔레콤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형편이었기에 가능했다. 플로는 출시 반년 만인 지난 6월 MAU(한 달에 1번 이상 접속한 사용자 수) 기준 시장 점유율 20%를 확보하며 2위 지니뮤직(25%)를 바짝 추격, 드림어스컴퍼니의 수익성 확보의 주축이 됐다. 그러나 이 상태라면 오로지 SK텔레콤에 기대는 수익 창출일 수밖에 없다. 실제 플로의 성장은 이동통신 가입자를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월 이용료 100원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SK텔레콤 가입자 이용권 구매의 경우 50% 할인을 제공하는 혜택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이같은 공격적인 마케팅 덕에 선방하고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SK텔레콤의 입장으로서도 드림어스컴퍼니가 완벽한 시너지 효과를 내주는 효자 자회사라곤 말할 수 없는 셈이다.
때문에 드림어스컴퍼니가 성장하려면 자력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놔야 안정적 수익 구조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드림어스컴퍼니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플로를 필두로 아이리버, 아스텔앤컨(오디오시스템), 각 연예 엔터사와의 B2B 비즈니스가 주력 사업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드림어스컴퍼니 상반기 손실을 두고 “플로 프로모션 종료로 매출이 감소했고 빅히트·SM·JYP의 음반·음원 발매가 크게 없어 유통 매출도 부진했다”(이베스트투자증권 김현용 연구원)는 분석이 나왔고 AI디바이스도 당장의 수익창출은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때문에 드림어스컴퍼니로서는 보조배터리, 무선 이어폰, 마이크 등 기존 디바이스를 수익의 베이스로 삼아야 한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보조배터리가 디바이스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 상황. 더욱이 일부 여론은 보조배터리 폭발 위험성 보도에 “아이리버 무선 이어폰도 걱정된다”,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기기들이 이러니 불안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가뜩이나 실적이 부진한 상태에서 맞닥뜨린 위기를 드림어스 컴퍼니가 어떻게 헤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