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 부회장 (사진=한화)
한화그룹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로 승인받으면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완성했다. 이 부문을 총괄하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연초부터 강조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퍼즐이 완성되고 있는 셈이다.
김 부회장은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탄소중립 에너지 사업을 강조했다. LNG·수소 등의 수송선박 제작과 해양플랜트 건설 역량을 갖춘 대우조선의 인수도 김 부회장이 구상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한 부분이다. 다만, 대우조선 경영정상화는 김 부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2일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공정위가 승인함에 따라 인수합병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대우조선 인수 대금 납입을 5월 안에 완료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를 완료하면 양사가 가진 LNG·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 관련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올해 초 김 부회장이 만났던 글로벌 인사들을 보면 에너지 선두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점도 이러한 기대감을 뒷받침한다.
앞서 김 부회장은 올 1월 16일부터 20일(현지시각)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태양광과 풍력, 수소 분야의 거물들을 잇따라 접촉했다.
올해 1월16~20일(현지시각)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김동관 부회장이 글로벌 에너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사진=한화)
한화그룹에 따르면 당시 김 부회장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AES의 안드레스 글루스키 CEO를 만났다. 두 사람은 탈탄소화를 위한 신재생 에너지 전환 방안을 논의했다. AES는 미국 텍사스에 대규모 그린 수소 생산 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선사인 미쓰이OSK라인스(MOL)의 타케시 하시모토 CEO와도 만났다. MOL은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기화해 공급하는 친환경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를 완료하면 이러한 글로벌 기업과 연계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LNG, 수소 등을 운송하기 위한 선박 기술과 해상플랜트 건조 기술을 가졌다. 한화와 LNG, 수소 등 에너지 공급 사업과 연계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럽의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점도 한화가 눈여겨 볼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화가 미국 등의 LNG를 대우조선의 LNG 운송 선박을 활용해 유럽으로 나르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의 에너지 분야 등 핵심 역량과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과 플랜트 설계, 생산 능력을 결합하게 됐다”며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지속가능한 해양 에너지 생태계를 개척하는 혁신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LNG 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다만, 김 부회장에게는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라는 과제가 남았다.
증권사들의 전망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7637억원, 영업손실 417억원을 낸 것으로 봤다. 그간 저가 수주 물량이 남아 연속 적자 가능성도 나온다.
반면 경쟁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매출 4조8424억원, 영업이익 585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삼성중공업은 매출 1조6051억원, 영업이익 196억원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경쟁사들과 겨룰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8일 이사회를 통해 신임 이사 후보를 추천과 사명 변경 등의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새 사명으로는 ‘한화오션’이 유력하다.
한화그룹은 이달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자회사 2곳 등 한화그룹 5개사가 2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