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공사 현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자재값 상승과 인건비 인상에 따른 아파트 공사비 갈등으로 조합과 건설사의 분쟁이 일어나는 사례가 빈번해 지고 있다. 조합과 건설사의 이해관계 문제로 인한 적정 공사비 눈높이 차이도 문제다. 이에 건설사는 알짜 사업지만 찾아 나서는 선별 수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원활한 주택 사업 진행을 위해 적정공사비를 산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이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한 건수는 12건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공사비 검증 제도 도입 이후 한국부동산원은 지난달까지 총 79건의 공사비 검증 의뢰를 도맡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건수인 32건을 맡았으며 올해도 상반기가 채 가기도 전에 12건의 의뢰가 접수됐다.
한국부동산원에 최근 공사비 검증 의뢰가 늘어난 이유는 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압박이 거세진 탓이다. 이에 시공사와 조합이 공사비 인상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양상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부동산원이 검사비를 검증하고 결과를 통보하더라도 법적인 강제성을 갖지는 않는다.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협상을 벌이는데 참고 자료 정도다.
자재 수급 어려움으로 인한 입주 지연도 잦아지고 있다. 공기가 늘어날수록 통상적으로 공사비도 증가한다. 서울 서초구 ‘레미안 트리니원’는 공사 기간이 34개월에서 40개월로 늘어나기도 했다. 이에 처음 계약부터 저가 수주 대신 적정한 공사비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지체보상금이나 공사비 증액과 계약 기간 연장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을 처음부터 마련해 두면 이 같은 갈등을 피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당분간은 건설사의 주택사업 수주 및 공급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게 중론이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하며 원자잿값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입주지연에 따른 피해 보상금이나 향후 공사비 갈등, 그리고 원자잿값 상승과 자재수급 불안으로 최근 주택사업 수주에 부담이 크다"며 "이에 처음부터 향후 공사비 인상을 감당하기 힘들어 보이는 사업지나 공사비 자체를 낮게 책정한 조합 쪽에는 문을 선뜻 두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남성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을 위해 여섯 번이나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모두 입찰에 나선 건설사가 없어 유찰됐다.
전문가들은 적정 공사비와 관련한 컨트롤타워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광표 한국건설산업연구위원은 "최근 정부에서 자재값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현실화를 목표로 주기적 개정을 요구하는 항목에 대한 개선 과정에서 산업적 수요를 일부 반영하고 있다"며 "다만 현행 관련 제도상 한계점과 발주자 불공정 관행, 각종 단가 산정 및 적용상 한계가 복잡하게 얽혔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컨트롤타워 또는 협의체를 마련하고 운영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