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의 대표 실수요 면적대인 전용 59㎡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섰다. 중대형 평형 대비 가격 부담이 덜한 59㎡가 실수요층의 선택지로 자리 잡으면서 '국민 평형'인 84㎡보다 오히려 상승세가 두드러진 셈이다.
■ 강남·마포·광진 등 한강벨트 중심으로 급등
13일 직방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말 기준 서울 전용 59㎡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0억5006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 거래가격(9억7266만원)보다 약 8% 오른 수치다.
구별로는 강남구가 전년 대비 16.7%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어 마포구(15.9%), 송파구(15.8%), 강동구(13.9%), 성동구(13.7%), 광진구(11.0%) 등 최근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한강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컸다.
세부 지역별 가격을 보면, 강남구 전용 59㎡의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17억8706만원에서 올해 20억8570만원으로 약 3억원 뛰었다. 특히 개포동은 20억5302만원에서 25억2137만원으로 22.8% 급등하며 가장 큰 상승세를 보였다.
또한 삼성동(17억4944만원→20억6220만원, +17.9%), 역삼동(19억5859만원→22억8224만원, +16.5%)이 뒤를 이었다. 대치·개포·압구정 등 고가 단지 밀집 지역에서는 13개 법정동 중 5곳의 전용 59㎡ 평균 매매가격이 20억원을 넘어섰다.
마포구는 지난해 11억9708만원에서 13억8788만원으로, 송파구는 13억1720만원에서 15억2588만원으로 각각 2억원가량 올랐다. 광진구도 11% 상승하며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매매 실거래가 자료 기준 서울 전용 59㎡, 84㎡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변동 그래프 (자료=직방)
■ 외곽 지역 보합권, 양극화 심화…실수요 중심 59㎡ 상승 확대
반면 서울 외곽 지역은 상승폭이 제한적이었다. 도봉구 전용 59㎡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4894만원으로 전년(5억3974만원) 대비 1.7% 상승에 그쳤고, 중랑구(5억8722만원)는 사실상 보합 수준을 유지했다. 금천구는 6억913만원으로 1.8% 하락했고, 종로구도 11억3978만원으로 5.5% 낮아졌다.
직방은 "해당 지역들은 신축 아파트나 역세권 랜드마크 단지 비중이 낮고 상대적으로 저가 단지 중심의 거래가 많아 평균 가격이 하락하거나 정체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 전용 59㎡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꾸준히 상승폭을 넓혀온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23년 9억419만원 → 2024년 9억7266만원(7.6%) → 2025년 10억5006만원(8.0%)으로 상승세가 가팔라지는 추세다.
이는 59㎡가 신축단지의 경우 공간 활용도가 높고 3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 등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구조를 갖춰 실거주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용 84㎡ 대비 자금 부담이 낮아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도 자금 여건에 맞춘 실수요가 몰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반면,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세는 다소 둔화됐다. 서울 84㎡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23년 11억6597만원에서 2024년 12억7591만원, 올해 13억8086만원으로 상승했지만 상승률은 지난해 9.4%에서 올해 8.2%로 줄었다.
김포·하남·과천 등지의 중대형 평형은 여전히 가족 단위 수요가 많지만 높은 매매가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면적을 줄여 똘똘한 한 채 전략을 택하거나 상급지로 이동하면서도 59㎡로 타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두 면적대는 각각의 수요 기반을 바탕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의 가격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실수요가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투자 수요도 환금성과 거래가 활발한 단지를 중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