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이태원역 삼거리 인근에 교촌치킨 매장 하나가 들어섰다. 매장 외부는 ‘치킨집’을 연상시키기 어려울 정도로 마치 붓으로 덧칠한 듯한 질감과 검은 색상으로 돼 있다. 벽면 한 켠에는 거대한 붓 하나가 매달려있다. 이 붓을 아래로 잡아당기면 문이 열린다.
열린 문으로 들어간 이곳은 교촌이 10개월여의 기간 동안 준비해 선보이는 직영 플래그십 매장 ‘교촌필방’이다. 교촌필방은 8일 첫 발걸음을 뗀다. ‘필방’은 붓을 파는 가게로 이전부터 문화예술을 선도하는 창작자들의 터로 불렸다. 교촌치킨이 이런 필방의 개념을 내세운 새로운 외식 브랜드를 선보인다. 기자는 정식 오픈 하루 전인 지난 7일 ‘교촌필방’을 방문해봤다.
교촌필방 내부 모습. (사진=교촌에프앤비)
■ MZ세대 겨냥한 플래그십스토어 ‘교촌필방’…스피크이지‧장인 정신 콘셉 ‘물씬’
교촌은 교촌필방을 ‘스피크이지 치맥 바(Speakeasy ChiMac Bar)’ 스타일로 꾸몄다. 스피크이지 스타일에 맞게 ‘교촌필방’에는 간판이 없다. 출입구에 놓인 ‘붓’을 당기면 숨은 출입구의 문이 열린다. 스피크이지는 숨겨진 공간이라는 뜻으로 MZ세대에게 이색적인 외식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양옆의 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가면 매장 중심에는 비어 바와 더불어 ‘붓 오브제 공간’과 DJ존, 교촌의 소스를 유리병에 담아 전시한 ‘아카이브 공간’이 펼쳐진다.
DJ존은 교촌의 수제맥주 브랜드 문베어브루잉의 맥주병을 재활용한 공간으로 한 달에 약 2회 디제잉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교촌 수제맥주 브랜드 문베어브루잉의 맥주병을 재활용해 구성한 미디어월은 친환경 인테리어로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진상범 교촌 특수사업본부장은 “매장에 들어왔을 때 치킨집으로 상상할 수 없도록 인테리어를 꾸몄다”며 “한쪽에서는 치맥(치킨+맥주)을, 한쪽에서는 디제잉이나 오브제 같은 예술적 느낌도 즐길 수 있게 공간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장인 정신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았다. 무형문화재 필장이 만든 붓들로 공간을 채우고, 옻칠 공예 작가가 직접 옻칠로 마감한 한지로 벽을 메웠다. 여기에 교촌의 정성이 깃든 조리 방식을 연상하게 하는 거친 붓질 패턴과 소스 재료를 담은 선반 디스플레이로 교촌의 제품 철학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필방의 의미는 좋은 재료로 만든 소스를 정성이 깃든 붓질로 도포해 고유한 맛을 완성하는 교촌의 제품철학과 일맥상통한다”면서 “또한 정직한 재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식문화를 제안하겠다는 창업주 권원강 회장의 경영철학과 교촌의 포부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교촌필방에서만 주문이 가능한 메뉴. (사진=탁지훈 기자)
■ ‘교촌필방’만의 메뉴 선봬…관건은 가격
교촌필방에서는 기존 교촌치킨 메뉴와는 모두 다른 신제품을 선보인다. ‘필방 시그니쳐 4종’ 플래터를 비롯해 수제맥주로 마리네이드한 ‘필방 스페셜 치킨’, 사천식 닭볶음요리인 ‘궁보치킨’, 닭고기와 야채에 와인을 넣어 조리한 프랑스식 고급요리 ‘꼬꼬뱅(주문 예약제)’ 등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교촌필방에서 판매하는 치킨 가격은 다른 브랜드 보다 비교적 높다. 교촌 시그니처 메뉴(간장, 레드, 허니, 블랙시크릿) 4가지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필방 시그니처 플래터’가 3만9000원이다. 날개와 다리로 구성된 2가지 메뉴가 들어간 ‘필방 콤보 플래터’도 2만9000원이다.
또 교촌필방은 예약제로 운영되는, 정원 좌석 7명의 ‘치마카세’도 운영한다. 특수부위를 포함한 12종류의 치킨을 맛 볼 수 있는 치마카세는 1인당 5만9000원이다.
지난 4월 교촌은 소비자 권장가격을 품목별로 최소 500원에서 최대 3000원까지 올려 소비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포장 기준 치킨 단품만 봤을 때 각각 ‘교촌 오리지날’ 1만9000원, ‘블랙시크릿 콤보’ 2만3000원이다. 배달비 등이 더해질 경우 3만원대로 가격이 형성된다.
리서치 기업 메타서베이에 따르면 ‘교촌치킨의 가격 인상’에 대해 ‘비싸다’는 응답이 85.3%를 차지했다. 설문조사 기준은 지난달 24일부터 31일까지 10~60대 남녀 200명을 대상이다.
다만 이태원이 비교적 소비력이 크거나 소비 의사가 높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교촌필방은 그들의 발길을 끌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MZ세대 소비자와 외국인을 겨냥한 교촌의 새로운 시도가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