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TL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화면. 화면 좌측에 사진 적용 부분을 클릭하면 원하는 사진으로 캐릭터 외형을 AI가 자동으로 생성해준다. (자료=정지수)
엔씨소프트가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를 내놓으며 이른바 '뽑기' 즉, 확률형 아이템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그동안 쏟아진 과고한 과금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인 것이다. 베타테스트에서 공개한 '배틀 패스'와 '성장일지 패스'는 '페이 투 윈(Pay to Win)'과 거리를 뒀다.
TL은 그래픽 품질에서도 진일보했다. 커스터마이징에서부터 엔씨소프트의 AI(인공지능) 기술을 한껏 자랑했다. 그러나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기존의 MMORPG(다중접속역할게임)의 문법을 벗어난 부분을 찾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기존 MMORPG의 대규모 전투에 대한 로망이 있는 글로벌 이용자들을 공략하기에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확률형 아이템 배제 약속을 계속 지킨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TL의 주요 과금모델이 될 패스권. 구체적인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자료=정지수)
30일 라슬란 선발대를 통해 엔씨소프트의 야심작 'TL'을 일주일간 체험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서 눈에 띄는 부분은 커스터마이징이다. 디자이너 프리셋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체형부터 이목구비까지 비교적 세세한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바로 커스터마이징에서 사진을 활용해 캐릭터와 유사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사진 파일을 불러오면 자동으로 얼굴을 인식하고 이에 맞춘 캐릭터 외형을 만들어 낸다. 엔씨소프트의 AI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게임의 초장부터는 연출에 공을 들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내 MMORPG 유저들이 스토리나 세계관에 점점 주목하는 경향이 늘면서 이를 신경쓴 듯 내레이션 제공까지하며 스토리 진행 이해를 돕는다.
TL이 강조한 변신 시스템을 이용한 이동과 활강 등은 새로웠지만 처음 접했을 떄는 불편한 점도 많았다. 소위 말하는 '탈 것'을 대신한 시스템으로 보이지만 커맨드 조작에 있어서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 부분은 적응이 된다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를 옆에서 보좌해주는 아미토이. (자료=정지수)
'리니지' 시리즈 이후로 공백의 시간동안 그래픽에서 발전된 부분을 보여줬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빛 색감과 밤낮 구분, 날씨의 변동은 물론 수면 빛의 반사 등 디테일한 측면에서 호평이다.
엔씨소프트가 내세운 대표적인 수익성 모델은 시즌 패스와 성장 일지 패스다. 2가지 패스 상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성장일지 패스는 유저의 레벨에 따라 보상을 주는 것이며 시즌 패스는 유저의 플레이 누적에 따른 시즌 퀘스트 달성으로 보상을 준다.
TL의 그래픽 품질에 따른 차이. 왼쪽부터 상옵과 중간옵션, 최하 옵션이다. (자료=정지수)
이외 유료 재화를 통해 외형변경권과 꾸밈 주화, 루센트를 구매 가능하다. 외형 변경은 말 그대로 캐릭터의 외형을 변경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루센트샵에서는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는 버프를 구매할 수 있으나 인 게임에서도 제작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금을 통해 제작을 위한 재료 채집 시간을 덜어주는 수준이다.
꾸밈주화는 변신과 아미토이를 구매하는데 사용된다. 아미토이는 캐릭터 옆에서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하며 타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펫' 시스템이자 기존 '리니지'에서 볼 수 있던 마법인형으로 이해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리니지' 시리즈에서는 이를 확률형 모델로 했으나 'TL' 이번 테스트 기준으로는 확률형이 아닌 확정 구매 형태로 제공됐다.
패스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취재 결과 글로벌 트렌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패스권의 가격은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MMORPG 게임들의 패스권 가격 형성대를 고려하면 최대로 잡더라도 6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들이 각각의 패스권을 모두 구매한다고 가정한다면 10만원 초반대를 지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뽑기형 수익 모델로 이용자들이 가장 불만을 드러내는 부분은 게임 내 능력치 영향 여부다. 많은 비용을 투자할 수록 지나치게 강해지는 이용자가 나타나면서 사냥터를 통제한다거나 하는 현상이다. 그동안 MMORPG의 꽃이라 불리는 대규모 전투에서는 이를 통한 사냥터 통제 등으로 인해 이용자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었다.
앞서 언급한 아미토이와 변신 등에는 캐릭터의 성능을 높이는 부분이 없어 이 또한 덜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컬렉션’과 유사한 ‘탁본집’을 통해 얻는 기능도 경험치 획득량과 아미토이 회복량, 보유 무게 증가 등 이용자간 전투와는 무관한 기능성의 측면이 컸다.
단순한 사냥 과정에서 유일한 수동 액션 부분은 강격 타이밍에 맞춘 디펜스 스킬 활용이다. (자료=정지수)
로프액션을 활용한 다양한 플레이 가능성도 보여줬다. (자료=정지수)
다만 문제는 콘텐츠다. TL의 초반 구간 사냥은 분명 모바일 게임의 자동 사냥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지루하다. 대규모 전투와 파티플레이를 통한 아크 보스 레이드 공략 등까지는 이 지루한 구간을 견뎌야 한다. 초반에 제공하는 '늑대 사냥 대회'는 PVP 콘텐츠로 대규모 전투를 간접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PVE를 선호하는 이용자들에게는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플레이 구간에서는 PVP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이용자와 PVP 선호 이용자 간의 충돌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결국 공성전의 대중화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나온 많은 MMORPG 게임도 이를 목표로 지향하고 있다. TL의 수익성 모델은 그래서 중요했다. 뽑기 확률에 따른 과도한 과금 지향과 이를 통한 '페이 투 윈' 기조 형성은 라이트 이용자의 이탈을 만들어 낸다. 글로벌 시장을 노린 만큼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할 듯 싶다. BM 부분을 제외하고는 로프 액션 활용이나 다양한 수집형 콘텐츠를 활용한 세계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등 단순 사냥을 제외하고는 일주일만으로 즐기기에는 벅찼던 콘텐츠이기도 하다. 오픈 이후에 진득하게 이용자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만큼은 좋은 스타트를 보였다.
TL을 총괄하는 최문영 엔씨소프트 PDMO는 개발자노트를 통해 “‘TL’에 관해 가장 많은 우려를 하고 계시는 지점이 비즈니스 모델인 것을 잘 알고 있고 우리도 가장 많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테스트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와 의견을 바탕으로 정식 서비스를 통해 완성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의 이용자들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하겠다는 것이 개발진의 의지”라며 “비즈니스 모델을 접한 느낌, 아이디어, 불만 등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해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