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오세철 대표(왼쪽)와 현대건설 윤영준 대표(사진=각사 제공)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전담 사업 조직을 확대하고 성장 로드맵을 현실화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세계적인 탄소중립 확대 움직임 등에 따라 전통적인 건설업에 몰두하기보다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춘 사업 역량 확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은 각각 '에너지솔루션사업부'와 '뉴에너지(New Energy)'사업부를 신설했다. 양 사가 신설한 사업부는 모두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삼성물산의 '에너지솔루션사업부'는 부사장급 조직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총괄한다. 지난해 말 개설해 운영한 에너지솔루션본부가 사업부로 격상한 형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조직 신설과 관련해 "그린에너지 솔루션 사업 확장 필요성을 느끼고 관련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 표명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글로벌 사업동맹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 신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 미쓰비시 상사 자회사 글로벌에너지 전문기업 DGA(Diamond Generating Asia)와 '호주 그린수소·암모니아 프로젝트'의 공동 개발과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호주 지역에 그린 수소와 암모니아 생산을 위한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발전단지를 조성하고 생산한 전기 에너지를 통한 그린 수소와 암모니아 생산 설비까지 짓는다. 생산된 그린 수소와 암모니아를 저장하고 운송 및 공급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 전반을 다루는 걸 목표로 한다.

수소 대량 운송 실증 프로젝트에도 나서고 있는 일본 지요다 화공건설과도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그린 수소의 안정적인 운송과 저장을 위해서다.

태양광 및 그린 암모니아 사업은 결실을 앞두고 있다.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카타르 최대 규모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를 수행 중에 있으며 지난해 7월에는 '괌 망길라오 태양광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태양광 패널 모듈 설치에 그치지 않고 EPC(설계·조달·시공) 및 운영까지 모든 단계를 갖췄다.

원자력 사업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도 넓히고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를 위해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70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지난달 13일에는 루마니아 현지 SMR 건설사업을 위해 5개 글로벌 선도업체와 협약을 맺었다. 루마니아는 도이세슈티 지역에 있는 기존 석탄 화력발전소 부지에 뉴스케일파워 첨단 기술을 적용한 462MW규모 SMR 발전소를 짓는다. 오는 2029년 상업 운영이 목표다.

현대건설의 '뉴 에너지 사업부'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도맡는다. 관련 사업에서 지속적인 발주가 예상되는 만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 한국수력원자력과 국내외 청정수소 생산사업 및 기술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글로벌 수소 에너지 시장 선점을 위해서다. 양 사는 전북 부안 수전해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중남미 수소사업진출 기반 확보를 위한 칠레사업 공동 참여 등을 약속했다.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적용한 블루수소 기술개발 및 사업화도 이들의 목표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재생에너지 전기공급 사업 및 소규모전력 중개사업'을 추진 중으로 이와 관련한 송·변전 사업에도 나선다. 사업부 산하 신재생 사업과 송·변전 사업을 담당하는 에코원(ECO-One)사업실의 몫이다.

현대건설이 탄탄한 기반을 갖춘 원자력 사업 전개도 '뉴 에너지 사업부'의 역할이다. 관련 사업은 에코원 사업실이 아닌 원자력사업실이 담당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5월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를 목표로 원전 시장 공략에 출사표를 던졌다. 최다 원전 건설과 UAE 바라카 원전 등 해외 원전 시공 실적을 보유한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앞서 지난 2021년 11월에는 미국 홀텍사로부터 소형모듈원전(SMR-160 모델) 글로벌 독점계약을 따내기도 하는 등 원전사업 확대에 광폭행보를 보였다.

이외에도 홀텍이 소유한 미국 내 원전 인디안포인트 해체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SMR-160 모델 상업화를 위한 표준모델 상세설계에도 참여 중이다.

건설업계 맏형으로 꼽히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이 같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관련 시장 성장성에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새롭게 계획 중인 글로벌 원전 사업 규모는 2035년에는 약 163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소 관련 사업에 지속적인 발주도 예상된다. 특히 국내 건설사의 최대 해외 수주 텃밭인 중동 지역에서의 그린수소 설비 사업 확대 움직임이 꾸준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전담조직 신설을 통해 미래 에너지 사업 추진을 본격화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 시장을 선점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