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립극단 홈페이지

국립극단이 지난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과정에서 누락된 피해자가 있었다며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국립극단은 21일 홈페이지에 “‘날아가 버린 새’의 장지혜 작가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국립극단은 “2018년 5월 14일 당시 발표문에서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본 모든 분들에게 사과드리며 피해자께도 직접 사과드릴 것을 약속드렸다. 그러나 사과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오류를 범했다”고 전했다. 

블랙리스트로 지목되어 작품과 공연에서 배제된 예술가뿐 아니라, 그와 함께 작업함으로써 자동으로 작품과 공연에서 배제된 또 다른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누락된 것이다. 장지혜 작가님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국립극단은 장지혜 작·전인철 연출의 ‘날아가 버린 새’를 2016년 공연사업 후보로 선정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해당 작품이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무대에 올리지 않았다. 이후 전 연출에게는 사과했으나 장 작가에게는 합당한 사과가 없었다는 게 국립극단의 설명이다. 

국립극단은 “블랙리스트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시사항을 이행한다는 미명 하에 자행된 폭력이었다. 부당한 지시와 명백한 외압임에도 불구하고 예술가 배제를 직접 실행하는 큰 과오를 범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미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많은 상처와 아픔을 느끼셨을 장지혜 작가님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작품을 함께 준비하셨던 배우 및 스태프, 그리고 관람 기회를 박탈당하신 관객 여러분께도 깊이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어 “앞으로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철저하게 반성하고 소신을 갖고 일하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장지혜 작가님을 비롯한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의 의견을 적극 청취, 진정한 치유와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 위원회)는 정부 청와대와 국정원, 문체부가 9천273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하고, 블랙리스트에 오른 단체와 예술인을 사찰, 감시, 검열, 배제, 통제, 차별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 국립극단은 지난해 5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국립극단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