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민생 챙기기 행보 속에서 불똥이 은행권으로 튀고 있다. 최근 '종노릇', '독과점' 등 은행을 향항 대통령의 날선 비판이 이어지자 은행권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오는 16일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당초 업권별 릴레이 간담회 차원에서 잡힌 일정이지만 '대통령의 은행때리기'라는 복병을 만난 만큼 평시보다는 전시 수준에 가까운 대책이 논의될 전망이다.
은행권은 앞서 지난 2월 대통령의 '돈잔치' 발언 이후 향후 3년간 약 10조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상생금융 강화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정감사 등에서 여야 가릴 것없이 금융권의 고금리 이자장사를 비판했고 대통령이 은행권을 콕 집어 '가만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함에 따라 '상생금융 시즌2'가 불가피해졌다.
대통령의 발언이 서민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에 격한 공감을 표하는 과정에서 나온 만큼 은행권의 주요 대책은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 감면 및 상환 유예 등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는 하나은행이 끊었다. 지난 3일 소상공인, 자영업자 30만명에 대한 1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약 11만명이 납부한 이자에 대해 '캐시백' 형태로 665억원을 돌려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우리금융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3일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계열사 CEO를 긴급소집해 상생금융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임 회장은 이미 마련한 방안을 신속하게 실행할 것과 함께 각 계열사 별로 추가 지원방안을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KB금융, 신한금융도 빠른 시일 내 추가 지원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양 금융그룹은 지난 주말 대책 회의를 열어 소상공인, 중소기업, 청년 등 취약계층 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대책 마련과는 별도로 정부 차원의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도 다음달 중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서민금융 보완계정 출연요율 인상, 차등 출연요율 개편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0.03%인 서민금융 출연요율이 0.06%로 2배 오르면 은행의 연간 출연금은 1100억원에서 22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연초에 은행이 공공재 성격이 있다는 정도의 비판이었다면 지금은 거의 부도덕한 집단으로 낙인이 찍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분위기에서 뭐라도 방안을 내놓지 않을 은행이 어디에 있겠냐"고 하소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