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와 김포 한강 하구(사진=연합뉴스)
요즘들어 부쩍 나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딸린 식구만 50만명이 가까이 되니 쉽게 움직이기도 힘든 처지에 나를 알아서 찾아주니 참 반갑기는 하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 2년 전 이맘때였나 교통지옥을 해결해달라는 식구들의 목소리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을 놓고 유력 인사들이 앞다퉈 나를 만나자고 했다가 순식간에 조용해진 적이 있다. 타이밍이라는 게 참 공교롭다. 선거의 계절에 다다르자 그 시절 약속했던 높으신 분들이 내 이야기를 다시 꺼낸다. 약속했던 GTX D 준비를 빠르게 마칠 것이고 이어서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집값 비싸다는, 소위 잘나가는 옆동네 서울과 같은 식구로 살아가자는 제안도 한다.
잘 나가는 서울의 확장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는 점은 나름의 당위성이다. 우리도 언제인가는 동네마다 한마디씩 나오는 '메가 시티' 구상에 맞춰 하나의 행정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이렇게 논의가 빠르게 될 줄은 몰랐다.
몇몇 다른 동네도 나를 부러워한다. 세간의 관심이 온통 집값에 쏠려있는 탓이다. 앉아서 행정구역 바뀌는 것만으로도 집값이 오르고 자산이 늘어날 수 있다니.
그런데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마냥 좋지는 않다. 최근 경기도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동네 식구들의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두 배 가량 높은 61.9%라고 한다.
이미 현란한 정치적 수사(修辭)에 몇 차례 데여보니 무던해진 측면도 있다. 2기 신도시 일환으로 만들어진 나는 입주민에게 교통 개선분담금을 거뒀고 어느덧 50만명에 이르는 식구를 품었지만 두 칸짜리 경전철로 여전히 대중 교통을 감당하고 있다. 선거 이후 금방이라도 해결될 것 같던 문제들은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안다. 손해만 보는 제안이 아님에도 우리 식구들이 서울 편입에 대해 의심 섞인 시선을 견지하는 이유다.
이에 더해 서울의 행정권역에 포함되는 게 내 입장에서 꼭 좋지도 않다. 이미 쓰레기 매립지,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 등 서울은 물론 주변 동네와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갈등 사안들이 있다. 각 동네와 파워 게임에서 주도권을 내줄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반대하는 식구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러니 옆 동네 인천과도 트러블이 생긴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 논란은 이런 검토조차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도 갖고 있지 못한 부분을 선거를 앞두고 나왔다는 측면에서 전형적인 정치 포퓰리즘"이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그러자 서울 편입을 찬성하는 식구 중 일부가 몰려가 유 시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서울 편입 이야기를 꺼낸 집권 여당 내부에서도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하는 판국이다. 이에 더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김포 서울 편입론은 반짝 특수나 노리는 떴다방을 연상시킨다"며 "선거는 정도로 우직하게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심의 시선이 뒤섞이면서 필요성에 대한 진득한 논의보다는 실현 가능성을 먼저 보고들 있다.
나를 서울로 편입하겠다는 당론 추진 일주일 뒤에서야 부랴부랴 이제와서 우리 식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겠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각종 연구나 여론조사 결과를 수렴해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집권 여당 내부 사정을 모르긴 몰라도 뒤늦게라도 속도는 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곳저곳 면담을 하고 있으며 여당에서도 관련 TF를 출범하고 법안 발의를 논의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내년 총선이 끝나더라도 '메가시티 서울' 구상을 계속 논의한다고 한다. 그 말대로 선거가 끝나더라도 나를 계속 찾아와 주길 바란다. 그때는 행정적 통합을 넘어 광역 생활권 구성을 위한 교통이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기능적인 통합 병행 등 구체적인 '메가시티' 구상에 대한 더욱 심도있는 논의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가지길 바란다. 그래야만 편입 필요성 혹은 불필요성 등을 제대로 짚을 수 있지 않을까. 그저 '집값 띄우기'를 통한 '표심 띄우기'에 그칠 '떴다방'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