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옥. (사진=네이버) 네이버가 다시 죽음의 일터가 됐다. '워킹맘' 성공 신화로 불린 회사 내에서 30대 '워킹맘' 직원 A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운명을 달리한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 측은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24일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네이버와 A씨가 소속돼 있던 전 팀의 팀장 2명을 근로기준법 위반혐의로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2009년 네이버 입사 이후 2016년 육아 휴직 후 복귀했다. 하지만 기존과 전혀 다른 팀에서 활동하며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내 제도를 통해 팀을 옮겼지만 기존 업무와는 전혀 다른 분야로 배치가 됐다는 게 유족 측의 주장이다. 유족 측은 "A씨가 영어로 프로그래밍을 해왔으나 옮긴 부서에서는 프랑스어로 프로그래밍하는 부서였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 다시 육아휴직을 했으나 "회사로 되돌아가 갈 자신이 없을 것 같다"고 호소했으며 그해 9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네이버에서는 지난 2021년 5월에도 40대 남성 B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고용부는 네이버 직원 19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인 52.7%가 최근 6개월 동안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네이버는 사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채널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거나 직장 내 괴롭힘 사안이 발생해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불합리하게 처리하는 사례도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는 책임감을 통감하고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파격'을 내세웠다. 81년생 여성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면서 네이버의 젊고 개방적인 조직문화 과시에 나섰다. '워킹맘'과 MZ세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상징성을 갖춘 최 대표는 지난해 4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젊은 워킹맘이 대표직을 맡을 수 있는 것 자체가 (네이버의)다양성에 대한 열린 철학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정식 취임 첫해 이사회 직속 인권전담조직인 휴먼 라이츠(Human Rights)를 신설해 전사 인권 리스크 전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네이버는 이 같은 전사적인 조직 문화 개선으로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A씨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해서는 배경을 파악하지 못한 모습이다. 네이버 측은 A씨의 죽음과 관련해 "내부적인 조사에서는 괴롭힘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조사에 대해 성실하게 임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가 네이버 직원 1982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로 다시 돌아가보자. 설문조사 대상자 중 절반 이상인 52.7%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중 44.1%는 '대부분 혼자 참는다'고 응답했다. 또 혼자 참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응해봤자 해결이 안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9.9%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사내 제도로 팀을 옮겼으나 해결된 일은 없었다. 네이버의 쇄신이 '보여주기' 식에서 머무른다면 혁신은 '미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네이버, ‘워킹맘’ 신화 외쳤지만 비극의 장으로

정지수 기자 승인 2023.04.24 16:44 | 최종 수정 2023.04.24 17:19 의견 0
네이버 사옥. (사진=네이버)

네이버가 다시 죽음의 일터가 됐다. '워킹맘' 성공 신화로 불린 회사 내에서 30대 '워킹맘' 직원 A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운명을 달리한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 측은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24일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네이버와 A씨가 소속돼 있던 전 팀의 팀장 2명을 근로기준법 위반혐의로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2009년 네이버 입사 이후 2016년 육아 휴직 후 복귀했다. 하지만 기존과 전혀 다른 팀에서 활동하며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내 제도를 통해 팀을 옮겼지만 기존 업무와는 전혀 다른 분야로 배치가 됐다는 게 유족 측의 주장이다.

유족 측은 "A씨가 영어로 프로그래밍을 해왔으나 옮긴 부서에서는 프랑스어로 프로그래밍하는 부서였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 다시 육아휴직을 했으나 "회사로 되돌아가 갈 자신이 없을 것 같다"고 호소했으며 그해 9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네이버에서는 지난 2021년 5월에도 40대 남성 B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고용부는 네이버 직원 19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인 52.7%가 최근 6개월 동안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네이버는 사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채널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거나 직장 내 괴롭힘 사안이 발생해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불합리하게 처리하는 사례도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는 책임감을 통감하고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파격'을 내세웠다. 81년생 여성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면서 네이버의 젊고 개방적인 조직문화 과시에 나섰다. '워킹맘'과 MZ세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상징성을 갖춘 최 대표는 지난해 4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젊은 워킹맘이 대표직을 맡을 수 있는 것 자체가 (네이버의)다양성에 대한 열린 철학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정식 취임 첫해 이사회 직속 인권전담조직인 휴먼 라이츠(Human Rights)를 신설해 전사 인권 리스크 전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네이버는 이 같은 전사적인 조직 문화 개선으로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A씨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해서는 배경을 파악하지 못한 모습이다.

네이버 측은 A씨의 죽음과 관련해 "내부적인 조사에서는 괴롭힘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조사에 대해 성실하게 임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가 네이버 직원 1982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로 다시 돌아가보자. 설문조사 대상자 중 절반 이상인 52.7%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중 44.1%는 '대부분 혼자 참는다'고 응답했다. 또 혼자 참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응해봤자 해결이 안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9.9%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사내 제도로 팀을 옮겼으나 해결된 일은 없었다. 네이버의 쇄신이 '보여주기' 식에서 머무른다면 혁신은 '미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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