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LG가 6:2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시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어머니 김영식 여사, 여동생 구연경·연수씨 사이에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산을 둘러싼 상속재판이 16일 재개됐다. 구 회장은 한국시리즈에서 LG트윈스의 우승 기쁨을 만끽했지만 다시 유산 소송에 휩싸였다.
16일 오후 2시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 회장과 원고인 김 여사, 구연경·구연수씨 사이 상속회복청구소송의 2차 변론기일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재판에는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 사장이 증인으로 다시 출석했다. 하 사장은 구본무 선대 회장의 별세 당시 LG그룹 지주사인 LG 재무관리팀장으로서 그룹 총수일가 재산관리를 맡았다.
앞서 하 사장은 지난 10월5일 열린 1차 재판에 출석해 “구본무 선대회장이 장자인 구광모 회장에게 본인의 모든 경영재산을 물려주라는 유지를 남겼다”고 증언했다.
구광모 회장 측은 구본무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경영권과 LG 지분이 문서로 남아 있기 때문에 적법절차에 따라 승계됐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 사장은 지난 1차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구 선대회장이 장자인 구 회장에게 본인의 모든 경영 재산을 물려주라는 유지를 남겼다고 증언했다. 또한 김영식 여사가 직접 서명한 동의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 동의서에는 ‘본인 김영식은 고 화담 회장님(구 선대회장)의 의사를 좇아 한남동 가족을 대표해 주식회사 LG 주식 등 그룹 경영권 관련한 재산을 구광모에게 상속하는 것에 동의함’이라는 문구와 김 여사의 서명이 담겼다.
하지만 김영식 여사와 구 회장의 여동생들은 구 회장이 LG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유언이 있었던 것으로 기망을 당하고 속아서 협의서를 작성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LG 지분을 법정비율에 따라 재분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 회장은 구본무 선대회장의 지분 11.28% 중 지분 8.76%를 상속받아 LG 지분 15.95%를 현재 보유하고 LG그룹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은 LG주식 일부(구연경 2.01%, 구연수 0.51%)와 구본무 선대회장이 금융투자상품과 부동산, 미술품 등 5000억원 규모의 재산을 물려받았다.
만약 이번 소송에서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이 승소하게 되면 이들 세 사람의 LG지분은 14%까지 확대되면서 구 회장의 지분은 9.7%로 줄어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LG 주식 재분할은 그룹의 경영권을 요구하는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증인 심문에서도 하 사장은 “LG 지분은 전부 경영재산”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 유산 상속 문제와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김영식 여사 측이 승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권리를 행사하도록 정해진 존속기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또한 구광모 회장 측과 상속개시 당시 합의한 사항에 무효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영식 여사 측 변호인단이 최근 사임한 것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앞서 김영식 여사 측의 사건을 수임했던 강일원 케이원챔버 변호사와 강규상 변호사는 10월6일 법원에 소송대리인 사임서를 제출했다.
강일원 변호사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을 역임했다. 2021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전문심리위원으로 참여한 거물급 변호사로 알려졌다.
김 여사 측 변호인단에는 법무법인 율우가 새롭게 합류했다. 율우에서 이정민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 변호사는 지난 1999년 수원지방법원을 시작으로 서울중앙지법, 대전지법, 법원행정처 등을 거친 판사 출신으로 2022년 3월 율우에 합류한 변호사다. 이로써 세 모녀 측 변호인은 법무법인 해광과 율우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