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통으로 병원을 찾아간 A씨는 담낭(쓸개)의 축농증, 담관염 등의 진단을 받고 즉시 담낭절제술을 받았다. 수술 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던 A씨의 혈압(190/110mmHg)이 높았다. 의료진은 CT(Computed Tomography)로 머리를 촬영, 뇌출혈로 진단하고 개두술 및 혈종제거술을 시행했으나 끝내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폐렴 등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 A씨 유가족은 우발적인 외래 사고에 의한 사망이라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
A씨가 가입한 보험 약관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로는 ‘외과적 및 내과적 치료 중 환자의 재난(Y60-Y69) 중 진료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사고’가 포함돼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처치 당시에는 재난의 언급이 없었으나 환자에게 이상반응이나 후에 합병증을 일으키게 한 외과적 및 내과적 처치(Y83-Y84)는 보장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A씨의 사고가 치료(처치) 중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치료 후 발생한 것인지가 쟁점이다.
A씨 유족은 담낭절제술 당시 예상하지 못한 뇌출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한 합병증인 폐렴 등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A씨는 보험금 부지급 사유에서 예외적인 ‘처치 이후 합병증을 일으키게 한 처치’라는 의미다. 즉 재해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A씨 사망은 수술 중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며, 그로 인한 후유증에 기인한 것이므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의한 것이라는 견해다. 이 견해에 따라 수술 당시에는 뇌출혈을 예상하지 못했으나, 수술 후 이상 반응이나 합병증으로 뇌출혈이 발생했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편의상 이를 불요설이라고 부르자.
반대 견해도 있다. A씨가 받은 수술, 즉 담낭절제술은 뇌출혈과 관련 있는 것이라는 견해다. 외과적인 처치인 담낭절제술이 이상반응 또는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필요설이라고 하자.
이에 대해 대법원(2016다3034, 2016다3041)은 '인과관계 필요설' 입장을 취한다. 즉 A씨 유가족이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대법원은 ①담낭절제술은 고혈압을 초래하거나 뇌출혈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담낭 수술 부위와 뇌출혈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 ②노화에 따른 뇌혈관벽 탄성 약화 등 (A씨의) 체질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었다고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③의료진의 의료과실로 인해 A씨의 뇌출혈이 발생한 것이라고 볼 자료가 없다는 등의 근거를 들었다.
보험사고의 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중 '외래의 사고'라는 것은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보험금청구자에게 있다는 게 판결의 핵심이다.
최수영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suhye9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