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 5000을 목표로 한다.” 이재명 정부의 이 한마디는 시장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 코스피지수도 3년여만에 3000선을 돌파하긴 했지만 사실 지금보다 두 배 가까운 상승을 언급한 것 자체가 파격적인 접근일 수 있다. 다만 더 중요한 것은 이번 목표가 단순한 지수 부양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새정부의 방향성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시장의 저평가 구조,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지정학적 리스크, 낮은 배당 성향,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이 구조적인 한계로 인식돼 온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정부는 기업 운영의 투명성과 주주친화정책 강화를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특히, 최근 논의되는 자기주식 제도 개편은 많은 상장기업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는 자기주식 보유비율이 5%를 초과할 경우 보유 목적과 처리 계획을 기재한 ‘자기주식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사후적 관리나 규제는 다소 미비한 실정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취득하는 자기주식에 대해 일정 기간 내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이 제안은 상장기업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도 야기한다. 자기주식은 단순한 주가 방어 수단이 아닌, 유연한 자본정책 운용 수단으로도 기능한다. 무조건적인 소각 의무화는 재무구조상 여유가 없는 기업이나 장기 전략을 수립 중인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보유 중인 자기주식에 대해선 기업의 재무 상황과 계획을 고려한 순차적 소각 또는 자율적 유도 중심의 정책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이사의 충실의무 해석에 대한 확대도 시도하고 있다. 기존에는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로 해석되던 개념을 ‘모든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로 확장하려는 논의다. 이는 주주가치 제고라는 측면에서는 환영할 만한 변화지만, 실제 적용에 있어 해석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 예컨대 경영 판단의 자율성과 다수 소액주주의 다양한 이해 사이에서 이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대주주가 주도하는 장기 전략 수립이 위축되지 않도록 충분한 논의와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밸류업(Value-Up) 정책도 또 다른 핵심 축이다. 일본식 제도를 참고해 저평가된 기업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이 역시 자율성과 현실성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책임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배당 확대를 위한 세제 개편도 함께 추진된다. 현행 금융소득종합과세 체계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배당세 부담이 큰 만큼, 일정 금액 이하 배당소득에 대해 분리과세하거나 세율을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도하고, 장기 보유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새정부는 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을 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다.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천명하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와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해 불공정 거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다만 시장 질서의 안정성과 과잉규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 지는 향후 과제가 될 것이다. 자본시장은 기업가 정신과 창의적 자금조달이 살아 있는 공간이어야 하므로, 규제는 정상적인 시장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는 선에서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필요한 시선은 ‘신규 성장기업에 대한 지원과 상장 기회의 확장’이다. 기존 상장기업의 신뢰 회복과 더불어, 혁신을 이끄는 스타트업과 예비 유니콘 기업이 원활하게 상장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한다. 실질적인 기업 성장 없이 지수 상승은 지속될 수 없다. 주가지수 5000이라는 수치가 의미를 갖으려면, 결국 그 지수의 ‘근간’인 상장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내고 꾸준히 성장해야 한다. 자본시장은 ‘지수’가 아니라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해야만 자본시장도 더불어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지수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나은 시장 구조를 만들 것인가'다. 그 해답은 강제보다 설득, 속도보다 균형, 숫자보다 신뢰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신뢰는, 오늘의 개혁과 내일의 성장을 동시에 바라보는 시선 위에서 자라날 것이다.
■ 김종선 대표는 경영학박사로, 현재 기업 경영 자문 및 밸류업 관련 전문컨설팅회사를 운영 중이다. 지난 30여년간 코스닥협회 등에서 상장회사관련 제도개선 및 상장회사 지원 업무를 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초기기업부터 상장회사까지 성장 과정 전반에 관한 전문적 자문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벤처 및 상장회사 관련 제도개선에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등 기업 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부분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