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치킨 말레이시아 5호 매장 ‘푸총점’을 찾은 현지 고객들. 사진=bhc그룹
bhc치킨은 국내 치킨 업계에서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해외 진출에 있어서는 국내 치킨 3사 중 가장 늦은 후발주자다. 지난 2018년 홍콩에 직영점을 낸 후 수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섰다. 회사에 맞는 최적의 시기에 해외로 진출한 것일 뿐 결코 늦은 것이 아니라는 게 bhc 측 입장이다.
28일 bhc에 따르면 bhc치킨은 내년 상반기 중 대만과 태국에 신규 진출할 예정이다. bhc치킨은 현지 외식전문 기업과 각각 마스터 프랜차이즈 협약을 맺었으며, 협력사와 함께 경쟁력을 높여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대만과 태국에서 신규 매장을 열면 bhc치킨이 진출한 지역은 6개 국가로 늘어나게 된다. 다만 후발주자들이 통상 공격적인 확장 목표를 내세우는 것과 달리 bhc치킨은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bhc치킨 관계자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의 매장 확대는 현지 업체 속도전에 달렸다”라며 “현지 시장 상황과 협력 업체 사정에 따라 변수가 많아 매장 확대에 있어서 구체적인 목표치를 정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준비 거쳐 ‘최적기’에 해외 진출 본격화
bhc치킨 싱가포르 2호 매장 ‘키넥스점’을 방문한 현지 고객들. 사진=bhc그룹
bhc치킨은 지난 2018년 8월 홍콩에 직영점을 내며 해외 진출 첫 발걸음을 디뎠다. 하지만 홍콩 진출이 곧바로 시장 확대로 이어지진 않았다. 홍콩 직영점 운영을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 소비 시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국내와 다른 환경에 대응할 전략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4년여 동안 현지 소비자의 생활 양식과 국내와 다른 법체계 등을 접하면서, 동남아시아 지역 환경에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bhc치킨은 현재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미국, 홍콩 등 4개국에 1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말레이시아에 1호점을, 올해 4월에는 싱가포르에 1호점을 각각 열며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경우 올해 하반기에만 4~6호점을 연이어 출점하며 매장 확대에 속도가 붙고 있다. 싱가포르도 지난 11월 2호점을 열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홍콩점을 일종의 ‘테스트베드(Test bed)’로 운영하며 얻은 경험은 신규 시장 진출의 밑거름이 됐다.
bhc치킨은 해외 진출 후발주자인 만큼 국내에서 입증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매장 출점 속도를 높여 나갈 방침이다. 국내에서 치킨 외에도 다양한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회사 특성상 그동안 국내 사업에 집중해야 했을 뿐, bhc치킨의 해외 진출이 결코 늦은 것이 아니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경쟁사가 한발 앞서 해외 진출에 나선 것과 별개로 bhc치킨은 자사 여건에 맞는 최적의 시기에 맞춰 해외 진출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bhc치킨은 현재 미국 직영점을 운영하며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다지고 있다. 현지 소비자 동향 등을 파악하는 한편 동남아시아에서 입증된 마스터 프랜차이즈 전략이 북미 지역에서도 통할지 타진하는 단계다. 북미 시장은 방대한 넓이와 주(State)마다 다른 법률, 더 높은 소득수준 등 동남아시아와는 또 다른 환경을 가진 만큼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K-치킨 다양성 통해 현지서 ‘새로운 치킨’ 선보여
bhc치킨 대표 메뉴 '뿌링클' 연출 이미지. 사진=bhc그룹
bhc치킨이 무기로 내세운 것은 한국 치킨이 가진 다양성이다. 시즈닝 치킨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뿌링클’을 비롯해 간장소스를 기반으로 한 ‘맛초킹’과 ‘골드킹’ 등 현지 소비자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맛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bhc치킨 관계자는 실제로 현지에서 유튜버와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뿌링클과 불닭볶음면 등을 조합해 먹는 레시피가 유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bhc치킨은 현지 유튜버들 사이에서 ‘먹방’으로 한국 음식을 먹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자 먹방 발음을 그대로 옮긴 ‘먹방 세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는 한류 문화 인기에 힘입어 ‘한국 음식’이라는 것 자체로 프리미엄을 가진 만큼, bhc치킨은 고급화 전략을 사용하기보다는 국내에서 구축한 브랜드 정체성을 그대로 소개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대표 메뉴로 ‘온전한 bhc치킨’을 선보이는 동시에 사이드 메뉴 등에서는 적극적인 현지화도 병행한다. 현지 입맛을 고려한 특화 메뉴로 말레이시아에서는 ‘뿌링 컬리 프라이’와 ‘로제 국물떡볶이’ 등을, 싱가포르에서는 ‘라볶이’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bhc치킨은 ‘온전한 bhc치킨’을 위해 위해 신규 진출 국가 선정에 있어서 해당 지역의 소득수준도 고려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딩을 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현지 가격 때문에 기존 bhc치킨이 사용하던 원료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다면 bhc치킨이 가진 정체성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대표 메뉴인 ‘뿌링클’만 해도 치즈 가루를 비롯해 다양한 부재료들이 필요한 만큼, 제품에 적정 소비자가를 책정해도 시장성이 있을 국가를 먼저 고려한다는 것이다.
bhc치킨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치킨이라 하면 각자가 너무나 다양한 치킨을 떠올리곤 하지만 해외에서는 아직 일정한 스테레오 타입이 유지되는 곳이 많다”면서 “현지 소비자들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맛을 선보이는 것 자체가 강점이자 차별화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