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백종원 만능 잡채&닭개장 도시락'. 사진=김성준 기자
CU에서 오랜만에 새로운 ‘백종원 도시락’을 선보였습니다. CU는 올해 첫 상품 전략을 ‘전문가와의 동행’으로 정하고 각 분야별 전문가와의 '맛남(맛있는 만남)'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편의점 도시락 카테고리에 어울리는 전문가라면 역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빼놓을 수 없겠죠.
CU는 백 대표와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백종원 도시락’은 편의점 도시락 대중화를 이끈 일등공신으로 평가받습니다. 도시락, 주먹밥, 김밥을 아우르는 ‘백종원 간편식’은 지난 2015년 말 처음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4억개를 넘어섰을 정도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5000만개가 팔리며 CU 간편식의 ‘흥행 보증수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죠.
이번에 선보인 ‘백종원 만능 잡채&닭개장 도시락’은 ‘백종원 만능 볶음 소스’로 만든 고기 잡채와 얼큰한 닭개장을 주메뉴로 내세운 한식 정식 도시락입니다. 편의점 도시락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국물’이 함께 포함된 점이 눈길을 끄는데요. 쌀쌀한 겨울에 맞는 든든한 한 끼라면 따끈한 국물이 빠져서는 안 되겠죠. 백종원표 국물맛은 어떨지 살펴보겠습니다.
◆얼큰한 국물에 맞춘 구성…닭고기 함량은 아쉬워
닭개장과 고기잡채 중심의 도시락 구성. 사진=김성준 기자
외관은 여느 도시락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주메뉴인 닭개장이 잘 보이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고, 고기 잡채와 비엔나소시지, 볶음김치, 계란말이로 구성됐습니다. 닭개장은 건더기와 양념만 준비돼 조리 전 뜨거운 물을 부어줘야 합니다. 다소 번거롭긴 하지만 국물 샐 걱정이 없다는 점에선 괜찮은 선택으로 느껴집니다. 닭개장 그릇은 따로 분리할 수 있는 용기로 정수기 등에서 물을 받을 때의 불편함을 줄였습니다. 물을 받은 뒤엔 기존 도시락과 같이 전자레인지에 시간을 맞춰 데우면 됩니다.
닭개장은 살짝 얼큰한 냄새가, 고기 잡채에서는 은은한 표고 버섯향이 나는데요. 비엔나소시지 냄새가 워낙 공격적으로 풍겨서 다른 반찬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았습니다. 닭개장 국물은 닭개장 특유의 기름이 둥둥 떠 있는, 얼큰하게 빨간 국물인데요. 짭짤하면서도 텁텁한 편이라 밥을 부르는 맛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존 백종원 도시락이 다소 맵고 자극적으로 느껴졌었는데, 이번 닭개장 도시락은 얼큰하면서도 크게 맵지는 않았습니다.
당면과 고사리 등 건더기는 풍부한 편입니다만, 핵심인 닭고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는데요. 그나마 덩어리라 부를만한 닭고기는 한점뿐이었고, 부스러기에 가까운 자잘한 크기의 고기가 간간히 눈에 띄는 정도였습니다. 닭고기 식감은 나쁘지 않았지만, 한점을 제외하면 식감을 느끼기도 힘든 크기여서 입안이 아쉬웠습니다.
◆“국물은 좋았지만”…밑반찬에 밀리는 주메뉴 존재감
전자레인지 조리 후 도시락의 모습. 사진=김성준 기자
다른 주메뉴인 고기 잡채도 비슷한 감상입니다. 고기와 함께 버섯과 마늘종, 계란지단과 당근 등이 어우러졌는데, 중식 볶음요리 맛은 잘 살렸지만 고기의 존재감이 너무 희미합니다. 소스에 녹아든 버섯 향미가 강해서 고기 잡채보다는 버섯볶음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재료의 조화나 맛과 식감 모두 괜찮았지만, 주메뉴라 하기엔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 구성입니다. 밑밭찬으로 구성된 소시지의 기본에 충실한 맛이 오히려 인상적일 정도였죠.
닭개장도 고기 잡채도 기름진 편이라 조금 느끼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때마다 하나씩 집어 먹는 볶음김치 맛이 쏠쏠했습니다. 계란말이도 상당히 독특했는데요. 겉은 부침처럼 바싹 익혀졌지만 안쪽은 오믈렛처럼 부드러운 식감이었습니다. 달달하게 조미된 계란맛과 두 가지 식감으로 밑반찬으로는 손색없는 역할을 해냅니다.
전체적으로 국물이 메뉴에 포함됐다는 점을 제외하면 특색이 애매한 느낌입니다. 특히 흐릿한 주메뉴보다 밑반찬들이 더 두드러질 만큼, 도시락 이름으로 내세운 대표 메뉴들이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다만, 국물이 있다는 요소 하나만으로도 구매를 고려해볼만 하더군요. 편의점에서 간편하고 저렴하게 국물 있는 든든한 한 끼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은 충분한 강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