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
‘신의 한 수: 귀수편’은 서사의 개연성보다 액션과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캐릭터들의 활약에 집중한다. 특히 귀수가 도장 깨듯이 위기를 넘을 때마다 게임을 클리어하는 것 같은 쾌감이 두 시간 내내 유쾌하게 이어진다. 오락 영화적인 재미를 만드는 데 집중한 이번 영화는 전작 ‘신의 한 수’가 주는 부담감을 영리하게 극복했다.
7일 개봉하는 ‘신의 한 수: 귀수편’은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귀수(권상우 분)가 냉혹한 내기 바둑판의 세계에서 귀신같은 바둑을 두는 자들과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치는 내용을 담았다.
■ Strength(강점)
귀수가 동생인 자신을 약점 삼아 누나에게 잔인한 행동을 가한 황덕용(정인겸 분)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고, 허일도(김성균 분)를 만나 내기 바둑의 귀재로 거듭나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빠르게 집약해 보여주며 캐릭터에 대한 감정 몰입을 유도한다.
누나를 위한 복수라는 과정이 진부하게 느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신의 한 수: 귀수편’은 빠른 호흡과 만화 같은 재기 발랄한 연출을 통해 서사의 단순함을 상쇄시킨다. 좁은 골목에서 펼치는 간결한 액션부터 어린 시절 악연으로 얽힌 외톨이(우도환 분)와의 처절한 사투까지, 다채로운 액션도 보는 재미를 높인다.
최종 빌런 격인 황 사부에게 도전하는 과정에서 복수 대상과 연습 대상을 차례로 제거하는 귀수의 도장깨기 바둑 액션을 보고 있으면 게임을 하는 것 같은 쾌감도 느껴진다. 이길 때까지 덤비는 부산잡초(허성태 분)부터 기괴함으로 상대를 짓누르는 장성무당(원현준 분) 등 성격은 물론, 바둑 두는 방식까지 각양각색인 인물들을 마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
이 모든 과정을 혼자 소화하는 귀수는 귀신같은 바둑 실력과 화려한 액션 등 쉴 틈 없이 볼거리를 선사하며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귀수의 배경이 되는 서사는 신파적일 수 있지만, 감정 표현을 최대한 배제한 채 눈앞의 바둑 고수들을 이기는 데만 집중하는 귀수의 담백한 매력이 ‘신의 한 수: 귀수편’을 오락적인 완성도를 높인다.
■ Weakness(약점)
귀수를 쫓아다니며 대결 상대를 물색해주는 똥 선생과의 ‘브로맨스’까지 포기하며 감정 과잉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려 했지만, 캐릭터의 강한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힘이 들어간 연출이 곳곳에 보이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특히 장성무당(원현준 분)과 귀수가 대결을 펼칠 때는 기괴한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장성무당의 잦은 클로즈업이 이어지는 등 톤 조절에 대한 아쉬움을 보여준다.
■ Opportunity(기회)
호평 속에 흥행한 전작 ‘신의 한 수’의 존재가 이번 영화에게는 기회다. 전작의 팬은 물론, 이미 어느 정도 인지도가 확보됐다는 점에서 출발이 유리하다. 특히 이번 편의 주인공 귀수는 ‘신의 한 수’에서 귀신같은 수를 두는 자로 언급된 바 있다. 귀수의 활약을 기대하는 예비 관객들이 많다.
또 전작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면, ‘신의 한 수: 귀수편’은 15세 관람가로 좀 더 폭넓은 관객들을 수용할 수 있다. 전작의 잔인함을 걱정하는 이들 에게도 희소식이다.
■ Threat(위협)
최근 밝은 톤의 오락 영화들이 강세였다. ‘엑시트’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등 진중한 이야기를 묵직하게 전달하는 영화보다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이 흥행에 강했다. ‘신의 한 수: 귀수편’은 오락적 재미를 강조한 영화지만, 품고 있는 내용이나 소재가 가볍지는 않다. 초반 입소문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