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뷰어스DB)
고금리 및 부동산침체 여파로 국내 건설사의 폐업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가 부동산 정책 규제가 아닌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핵심은 규제 완화를 통한 재건축 시장 활성화다. 이에 따른 건설경기 회복 기대감이 나오면서 미분양과 자금난 등으로 휘청거리는 건설업계 단비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9일 건설산업종합정보망(kISCON)에 따르면 지난달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수가 35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9% 증가했다. 반면 신규등록 수는 24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83.2% 급감했다.
부도가 난 건설사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건설업체 8곳에서 부도가 발생한데 이어 지난달에도 세 곳이 늘었다. 광주광역시와 울산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각각 한 곳씩 발생했다. 이달에도 경북과 경남에서 한 곳씩 부도처리가 된 건설사가 나왔다.
건설업계에서는 4·10총선 이후 중견·중소 건설사 총 17곳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는 루머도 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거론되는 건설업체의 법정관리나 부도가 모두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으나 건설경기가 매무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전반적으로 금리가 높으니까 주택구매 심리도 위축되고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힘든 상황"이라면서 "물가가 오르니까 공사비도 오르고 이에 따라 수주를 해도 괜찮다고 판단되는 사업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이 시장 친화적으로 선회하긴 했으나 현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업계 전반적으로는 올해 상반기까지 건설경기가 좋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건설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돌자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 물량을 늘리기 위해 안전진단 완화 등을 약속한 게 대표적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올해 하반기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 계획'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규제'에서 '지원'으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것"이라면서 정부의 '1·10 공급대책'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비쳤다.
'1·10 공급대책'은 재건축을 규제하는 대못 중 하나로 꼽히는 안전진단을 30년 만에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노후계획도시에선 안전진단을 아예 면제하는 세부 방안을 발표하는 등 건설업계 지원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의 건설경기 활성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한국주택협회 및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월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64.0으로 전달의 66.7에 비해 2.7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산연은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1·10 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고금리 등에 따른 시장 위축으로 사업자들이 체감하는 경기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경제인협회에서도 매출 500대 건설사 재무담당자를 대상으로 자금사정을 조사한 결과 건설사 76.4%가 현 기준금리 수준에서 이자비용 감당이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건설사들은 정책과제 1순위로 금리부담 및 수수료 수준 완화(39.2%)를 꼽았다. 또 ▲공급망 관리를 통한 원자재 가격안정화(16.7%) ▲부동산시장 연착륙 위한 규제 완화(16.7%) ▲경제불확실성 해소 노력(12.7%) ▲정책금융지원 확대(7.8%) 등이 뒤를 이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복합적 요인으로 건설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며 "건설업계가 한계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금리·수수료 부담 완화, 원자재 가격 안정화, 준공기한의 연장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