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쓰론 앤 리버티'. (자료=엔씨소프트)
게임업계가 게임 해킹 프로그램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게임사들은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핵을 근절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완벽히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핵 프로그램을 막는 것은 마치 꼬리잡기와 같은 구조다. 하나의 핵 프로그램을 차단하면, 개발자 및 판매자는 이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결국 게임사의 꾸준한 노력만이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상황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엔씨소프트는 MMORPG '쓰론앤리버티(TL)'에서 발생한 핵 문제에 대한 공지를 올리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엔씨는 'TL'에서 핵, 매크로 프로그램이 판매·유통되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해당 프로그램을 직접 입수해 분석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엔씨는 비인가 프로그램을 사용한 계정들에 '통합계정 영구 이용제한'이라는 최대 수위의 제재조치를 내렸다. 정상적인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이를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TL'에서는 한 이용자가 직접 핵 프로그램을 구매해 영상을 찍은 후, 이를 공론화해 화제가 됐다. 해당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이용자는 ▲몬스터 자동 타기팅 ▲스킬 자동 사용 ▲자동 패링 등 소위 '치트성'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업계는 핵이 게임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핵 이용자들은 자신에게만 유리한 게임 환경을 만들고, 게임 자체를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넥슨 '더 파이널스'. (사진=넥슨)
특히 PVP(플레이어 대 플레이어) 콘텐츠를 핵심 재미로 내세운 게임의 경우, 정상적인 이용자들이 핵 이용자에게 박탈감을 느껴 게임을 접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넥슨의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가 개발한 FPS 게임 '더파이널스'는 핵에 의해 부진을 겪은 사례로 언급된다. 이 게임은 지난해 12월 출시돼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 24만명을 돌파하며 초반 흥행 몰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핵 프로그램 이용자로 인해 공정한 게임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대두되며, 이용자 이탈이 이어졌다. 결국 동시 접속자가 2만명 대까지 떨어졌다.
개발사 엠바크 스튜디오는 지속적인 보안시스템 개선과 함께 지난달 '치트 예방 및 탐지 시스템', '3회 경고'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10일에는 핵 프로그램 실행을 차단하기 위해 윈도우 11용 '시큐어 부트'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출시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사진=라이엇게임즈)
라이엇게임즈는 자사의 AOS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에 보안 프로그램 '뱅가드'를 도입했다. '뱅가드'는 이 회사가 개발한 안티 치트 프로그램으로, 라이엇의 FPS 게임 '발로란트' 실행 시 의무적으로 구동되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컴퓨터 내의 여러 프로그램과 충돌을 일으키고, 게임이 튕기는 오류 등이 자주 발생해 이용자들로부터 악평을 들은 바 있다. 또한 보안 프로그램치고 지나치게 높은 권한을 가지고 있어 개인정보 침해의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LoL'과 '발로란트'에서 부정행위 제재까지 걸린 시간을 나타낸 그래프. (사진=라이엇게임즈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그럼에도 라이엇은 '뱅가드' 도입으로 'LoL' 내 부정 이용 이용자 수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 회사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발로란트'보다 'LoL'에서의 부정 프로그램 이용 횟수가 더 많다. '발로란트'와 같은 FPS 게임은 훨씬 더 정교한 핵 프로그램이 존재하기에, 'LoL'에 '뱅가드'를 도입하면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라이엇은 '뱅가드'가 라이엇 게임을 실행할 때만 작동한다고 설명하며,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프로그램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