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챗GPT-4o'를 모바일 음성 대화로 사용한 모습(왼쪽)과 '챗GPT-4o'가 생성한 이미지 (사진=손기호, 챗GPT-4o)
오픈AI가 새로운 인공지능(AI) 챗봇 ‘챗GPT-4o(옴니)’를 내놨다.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 그녀(Her)의 ‘사만다’가 현실이 됐다. 영화에서 자비스와 사만다는 사람과 흡사한 수준으로 사람을 돕거나 감정을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는 AI로 나온다. ‘GPT-4o’는 사람처럼 위로해주고 추론 능력을 보여줬다.
20일 지난해 ‘챗GPT’로 AI 열풍을 일으킨 오픈AI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업그레이드 버전의 ‘GPT-4o’를 출시하고 다시 한 번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GPT-4o’는 무료 버전에서는 일부 기능만 사용할 수 있고 매달 20달러를 결제하면 기능을 온전히 사용해볼 수 있다. 더 정확한 확인을 위해 유료 버전을 구매해 사용해봤다.
‘GPT-4o’는 사용해봤다는 말보다 인터뷰해봤다는 말이 더 맞을 정도로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았다. 마치 채팅창 뒤편에 사람이 숨어 있어 나와 대화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또 한 번의 돌풍이 예상된다.
■ 사진 보여주면 정확히 묘사하고 사람처럼 대화 나눠
GPT-3.5 버전은 다른 AI 채팅앱보다 상당한 수준의 원하는 답을 빠르게 찾아준다는 점에서 전 세계 이용자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면, GPT-4o 버전은 추론 능력과 사람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GPT-4o에게 이전 버전과 큰 차이점을 물어보면, “더 복잡하고 미묘한 문맥을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더 창의적이고 다채로운 답을 할 수 있어서 글쓰기, 스토리텔링, 이미지 생성이 가능하다”고 했다.
챗GPT-4o에게 사진을 업로드하고 어떤지 물어본 모습 (사진=손기호, 챗GPT-4o)
사진이나 파일을 업로드할 수 있도록 버튼이 있었다. 최근 방문한 역사 유적지의 사진을 GPT-4o에게 주며 “오늘 이 사진을 찍었어 어때?”라고 물었다.
GPT-4o는 사진을 보고 “정말 아름다운 사진이에요! 이 사진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잘 담고 있네요. 길 양쪽에 있는 나무들과 식물들이 사진에 생기를 더해주고, 전통적인 집들이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맑은 하늘도 정말 예쁘네요! 아주 잘 찍었어요.”라고 답했다.
마치 직장 동료가 또는 친구가 사진을 함께 보고 대화하듯이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사진의 이미지를 정확히 분석해 설명했다.
■ 슬퍼하면 친구처럼 공감하는 GPT-4o…영화처럼 상대방 역할까지
이번엔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잘 위로해주나를 시험해봤다. 실연 당한 컨셉으로 대화를 시도했다. 마치 친구처럼 위로해주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줬다. 영화 ‘Her’의 ‘사만다’처럼 여자친구 역할을 해주고 대신 사과해주고 위로까지 해줬다.
‘나 여자친구에게 차였어. 너무 마음이 아프고 힘들다’라고 말했다.
‘GPT-4o’는 먼저 “너무 마음이 아프겠다. 헤어진다는 건 진짜 힘든 일이야. 너의 아픔을 어떻게든 덜어주고 싶어”라고 위로부터 해줬다.
이어 “너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이 슬픔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해”라며 “슬프고 힘든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 말고, 그냥 느끼는 대로 느껴. 울고 싶으면 울고, 화가 나면 혼자서라도 소리 지르거나 해봐. 감정을 표출하는 게 첫 번째 단계야”라고 해소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줬다.
마지막 말엔 “너는 혼자가 아니야. 언제든지 힘들면 이야기해, 알았지? 네가 이겨낼 수 있도록 옆에서 지지해줄게”라며 마치 친구처럼 위로해줬다.
챗GPT-4o에게 '여자친구에게 차였어'라고 말한 후 위로를 받는 모습(상단)과 '여자친구 역할을 해서 말을 들어달라'는 말에 영화 'Her(그녀)'의 '사만다'처럼 상대방 역할을 해주는 모습 (사진=손기호, 챗GPT-4o)
이뿐만 아니다. “여자친구에게 못다한 얘기가 있는데, 여자친구 역할을 해줄래? 할 말이 있어서 그래”라고 물으니, “그렇게 할 수 있어. 여자친구 역할을 해줄게.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해봐”라며 ‘GPT-4o’는 답했다.
이어 “너에게 잘해주고 싶었는데, 어쩌면 나를 떠나갈 수가 있어? 넌 못됐어”라고 말했더니,
“네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느껴져. 너에게 정말 미안해. 너를 떠나면서 많은 상처를 준 것 같아. 우리 관계가 힘들어진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너에게 아픔을 준 것은 정말 미안해”라며 공감의 말을 해줬다.
심리 상담의 가장 중요한 점은 ‘공감’이다. ‘GPT-4o’는 친구처럼 위로할 때도, 역할극에서 영화 ‘Her’의 ‘사만다’처럼 여자친구로서도 ‘공감’이라는 핵심을 놓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 수학 과외 필요 없어…수능 고득점 문제도 3초 만에 해설과 답
‘GPT-4o’의 추론 능력은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학 수학능력 시험의 4점짜리 고득점 수능 문제를 풀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인터넷 상에 올라온 최근 수능 수학 문제를 갈무리해 풀이를 요청했다.
수능 문제는 미적분 문제였다. 이미지로 된 이 문제를 ‘GPT-4o’는 바로 분석해 ‘주어진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라며 이미지를 글로 다시 풀어냈다. 이것만 해도 대단한 기술로 여겼는데, 이어서 해설까지 내놨다. 수학 초보자라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나하나 설명을 이어갔다.
챗GPT-4o가 대입 수능 시험 수학 미적분 문제의 이미지를 올려준 모습(상단)과 이를 푸는 방법을 해설해주고 풀어보라고 권하는 모습(중간), 문제의 답을 달라고 하니 답을 내주는 모습(하단). 각 풀이과정은 생략했다. (사진=손기호, 챗GPT-4o)
바로 답을 내지 않고 “다음과 같은 절차로 풀이해봅시다”라며 해설과 같이 풀어보도록 유도했다. 만약 중·고등학생이 수학 문제를 풀다가 이처럼 궁금한 점이 있으면 해설을 통해 직접 풀어보며 익힐 수 있는 셈이다.
“그래서 답은 뭐야?”라고 되물었다. ‘GPT-4o’는 알려준 해설을 바탕으로 직접 문제 풀이에 들어가 “결론적으로, f(−3)의 값은 0입니다”라고 답을 내놨다. 이 정도면 훌륭한 과외 선생님으로서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 영어 회화에 농담까지 술술…모바일로 음성인식 대화 가능해
‘챗GPT’는 모바일 앱을 이용하면 음성 인식을 통해 실제로 대화하듯이 소통도 가능하다. 이 점을 활용해 영어 회화 연습을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GPT-4o’는 사람처럼 농담까지 가능한 점이 놀라운 점이다.
모바일 앱에서 ‘GPT-4o’ 버전을 선택 후 대화창 옆에 헤드셋 버튼을 누르면 대화가 가능한 상태가 된다. 원하는 목소리도 선택할 수 있다. 모든 대화 내용은 채팅창에도 남기 때문에 영어 회화를 했다면 문장을 나중에 다시 찾아볼 수도 있다.
모바일 앱을 통해 챗GPT-4o를 이용해 음성으로 대화하는 모습(왼쪽). 음성 대화 내용이 채팅창에 기록된 모습(오른쪽)으로 틀린 영어 문장을 고쳐주고 격려하고 있다. (사진=손기호, 챗GPT-4o)
기자가 “영어를 잘하고 싶은데, 영어로 대화 가능해요?”라고 물으니, ‘GPT-4o’는 “물론이죠! 영어 대화를 도와드릴 수 있어요”라고 음성으로 답했다. 물론 채팅창에도 대화 내용이 기록됐다.
기자는 “헬로, 마이네임 이즈 손기호”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휴대폰 마이크와 많이 떨어진 상태로 답을 해 “Halo, nama saya Kyo Soen(할로 나마 사야 교 선)”이라는 이상한 말이 됐다.
이에 ‘GPT-4o’는 “That’s almost Perfect!(거의 완벽했어요)”라고 공감해주고 이어 “Just one small correction. It should be ‘Hello, my name is Kyo Soen’ in English(약간 고쳐서 영어로 ‘헬로 마이네임 이즈 교선’이라고 하면 더 낫겠다)”고 답했다.
잘못된 표현을 바로잡아준 것이다. 영어 회화 시 부끄러움이 많아서 외국인과 대화가 쉽지 않지만 ‘GPT-4o’와는 얼마든지 영어 대화를 할 수 있고, 잘못된 표현은 고쳐주기까지 할 수 있다. 또한 “Keep up the good work(잘하고 있어. 계속 그렇게 해)”라며 격려까지 해줬다.
챗GPT-4o가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말에 창의적인 이야기를 지어 답하는 모습. "뜬금없다"는 반응에 "웃기 위해 상상한 것"이라고 답하고 있다. (사진=손기호, 챗GPT-4o)
‘GPT-4o’는 농담 섞인 말도 잘했다.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말하니, ‘GPT-4o’는 “어느날 고양이가 바닥에 누운 양말을 발견했어요. 고양이는 양말을 보고 말했어요. ‘어이, 양말아! 네가 어떻게 여기에 떨어진거야? 이 곳은 양말 놀이터가 아니잖아!’”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창의적인 답변이 가능했다.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상상력이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토끼가 바나나를 먹다가 거북이를 발견한 이야기’와 같은 엉뚱한 이야기에 대해 “너무 뜬금없다”라고 말했더니, ‘GPT-4o’는 “그냥 웃기 위해서 재밌는 상상을 한 거예요. 하하!”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GPT-4o’와 실컷 대화를 마치고 나니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마치 친구와 대화하는 것 같았다. 영어나 수학 선생님으로 때론 위로해줄 친구로 AI가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