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후암동 일대 빌라 단지 모습. (자료=연합뉴스)
정부가 빌라와 같은 다세대·연립주택 등 비(非)아파트 보증가입에 활용하는 주택가격을 공시가가 아닌 감정가로 적용할 수 있는 길을 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직접 의뢰한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감정가를 사용하는 걸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13일 발표한 '민생토론회 후속 규제개선 조치'에 이 같은 임대보증체계 안정화 방안을 담았다.
앞으로는 전세반환보증 가입에 '공시 가격' 재산정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전세금반환·임대보증금 보증 가입 때 임대인이 공시가격 등에 이의를 신청하고 보증기관인 HUG가 이를 받아들이면 감정가 산정작업에 들어간다. 이후 HUG가 직접 의뢰한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감정가(HUG 인정 감정가)를 주택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금도 빌라 집값 산정 때 감정가를 쓰게 돼 있다. 다만 공시가격의 140%, 안심전세 앱 시세 하한가, 등기부등본상 1년 이내 최근 매매가, 감정평가액의 90% 순의 집값 산정 방식 적용에서 가장 후순위다.
임대인은 HUG의 예비감정 결과를 토대로 임대인이 비용을 부담하는 본 감정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정부가 이처럼 전세반환보증 가입에 예외 적용을 둔 것은 역전세난이 심화하면서다.
지난해 5월 '갭투자'를 통한 전세사기 방지 차원에서 전세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공시가의 150%에서 126%로 강화했다. 공시가격 적용비율 140%와 전세가율 90%를 곱한 숫자다.
그러나 공시가격이 하락하고 보험보증 가입이 어려워지자 빌라를 기피하는 이들이 늘었다. 이에 비아파트 전세 수요가 아파트 전세로 이동하면서 전셋값을 자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5주 연속 상승했다.
다만 국토부는 강화된 보증가입 기준인 '126% 룰'은 고수하기로 했다. 보증가입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감정가 활용이 가능하도록 해 임대인들이 임대보증금 반환 등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세를 희망하는 임차인들도 임대인의 보증금 월세로 전환 요구가 줄면서 전월세시장의 선순환체계 구축 등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기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주로 노후 빌라보다는 역세권 신축 연립·다세대 위주로 전세금반환보증 가입 문턱이 낮아지며 비아파트의 가속화 한 월세화와 아파트로의 임차 쏠림이 일부 개선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시가격기준을 일괄적용하면 아파트처럼 표준화가 어려운 비아파트 물건(빌라·다세대 등)에서는 적정가치를 반영하지 못할 우려가 있었다"면서 "그런 경우 별도 신청을 통해 감정가격을 적용하게 되면 기존에 지적된 문제를 적절히 일부 보완할 수 있으나 비아파트 기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