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아파트 거래량이 완연히 회복되면서 올 들어 서울 지역에서 매맷값이 전고점 회복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일부 서울 지역에서는 아파트의 전고점 돌파 거래마저 속출하고 있다. 전국 분양시장도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고금리, 원자잿값 급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등이 여전히 부동산시장의 회복을 짓누르는 분위기다.
1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최근 3개월(3~5월) 연속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월간 기준 4000건 돌파가 예상되면서 시장 내 쌓여있는 급매물을 소화하고 있다. 이는 서울 아파트 장기평균 거래량 수준인 5~6000건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2021년 8월 이후 월간 거래량으로는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같은 거래량 증가 순풍을 타고 서울 내 아파트 매맷가 상승 추세는 두드러지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10채 중 6채는 2023년 이전 최고가와 비교해 80% 이상 가격을 회복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종로구와 용산구 아파트 매매 거래 중 20% 이상은 종전 최고가와 같거나 더 높은 가격에 거래돼 전고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 등은 80% 이상 가격을 회복한 거래가 30%에 미치지 못하는 등 지역별 편차가 컸다.
거래량 증가와 함께 이같은 매맷가의 전고점 회복은 주택시장의 청신호로 볼 수 있지만, 부동산시장은 전반적인 회복 국면에도 불구하고 향후 더딘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 7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주택 분양시장과 관련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분양 물량이 9만8774세대로 전년 동기 대비 63.5% 증가했고 매매량도 4월 기준 작년보다 21.7% 늘었다"라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소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신 연구원은 "신규 분양에 비해 미분양 증가 폭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평균 청약경쟁률은 여전히 낮다"며 "건설사들이 분양, 착공을 공격적으로 늘리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21년 말에서 2022년 말 사이 미분양이 빠르게 쌓인 것은 주택가격(시세) 하락에 있다"라면서 "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분양가로는 과거만큼의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택가격 향후 움직임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상승을 점치는 분석이 많다. 신동현 연구원은 "일부 할인분양과 함께 향후 주택가격 상승이 지속되며 자연스럽게 평균 매매가와 분양가의 차이가 확대되는 것을 기대해야 한다"며 "다만 금리 하락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정책 기대감도 낮아져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과거만큼 빠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방 관계자는 "2022년 고금리 시장을 견디고 현재 남은 매도자는 하방 압력에 경직성이 강해 시장 급락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라면서 "서울 아파트는 공급 축소 전망에 따라 희소가치가 높은 단지에 수요가 쏠리고 있다. 당분간 이 같은 움직임은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물가 상방 압력에 따른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 지방의 미분양 증가, 경기불안 등의 주택 수요 유입을 제한하는 요소도 상존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시장은 강보합 흐름이 유지되며 입지별 수요 쏠림 현상이 계속될 전망이다"라고 덧붙였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강남 3구와 노도강 지역의 경우 수요 자체가 아예 다르다고 볼 수 있다"라면서 "강남 3구나 용산 등의 경우 서울시 거주자 말고도 투자 수요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거래량 등이 살아나기 때문에 동시에 가격이 높아지고 있는데 반해 노도강의 경우에는 투자보다는 실거주가 많기 때문에 전고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강남 3구 등에 비해 늦기도 하고 특히 금리 등에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남 3구 등의 경우, 투자 수요가 많고 이를 위한 투자자들의 자금이 탄탄한 데 비해 노도강의 경우 투자보다는 실거주 수요가 많기 때문에 금리가 내려오지 않는 이상 투자 수요가 강남에 비해 약하다"라면서 "노도강 지역의 경우, 강남에 비해 전고점이 더 늦을 수 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