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우리은행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복현 금감원장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발언하고 있다. 2024.6.19(자료=연합뉴스)
우리은행이 쇄신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동양생명 인수 등 그룹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할 시점에 나온 조치여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은행(은행장 조병규)은 지난 5일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내부통제 업무를 책임지는 준법감시인을 전격 교체했다고 밝혔다.
은행 측에 따르면 지난달 발생한 영업점 금융사고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박구진 준법감시인이 자진 사임했다. 이 자리를 지주사 전재화 준법감시인이 대신하기로 했다. 해당 사고와 관련된 전·현직 결재라인, 소관 영업본부장, 내부통제지점장까지 후선 배치시켰다.
지주 준법감시인에는 정규황 지주 감사부문장이, 감사부문장에는 정찬호 지주 부사장이 선임됐다.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라인에 대한 인적 쇄신과 함께 시스템 전반을 밑바닥부터 다시 점검하는 등 사고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실적 하위 본부장 4명과 지점장급 21명에 대한 직무배제와 후선 배치도 이례적인 조치라고 우리은행은 강조했다. 조 은행장이 평소 강조해 온 ‘탁월한 성과에는 분명한 보상, 부진한 성과에는 단호한 책임’이라는 성과중심 인사원칙이 전격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승진 66명, 이동 150여 명 등 지점장급 인사를 통해 다소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다잡고 임직원 모두가 영업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조 은행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올바른 마음가짐과 책임감”이라며 “은행장으로서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고객신뢰와 영업력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3월 취임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3년 임기의 반환점에 도달한 시점에서 개혁과 성과를 동시에 이뤄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금융지주 체제이지만 은행 집중도가 너무 높아 증권, 보험 등 영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동원 가능한 자금이 2조원 안팎이어서 동시에 여러 회사를 인수합병할 처지는 못 된다.
이에 증권의 경우 자회사인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의 합병을 추진해 비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아낀 실탄은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 인수에 쏟아붓기로 하고 최근 동양·ABL생명 실사에 들어갔다.
이처럼 그룹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베팅’의 시점에 갑자기 ‘100억원대 횡령사고’라는 악재가 터졌다. 2022년 700억원대 횡령사고 발생 이후 2년여 만에 또다시 대형 금융사고가 터진 것.
임 회장은 흐트러진 조직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취임 직후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건 바 있다. 기업문화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우리은행장 선임부터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했다. 인사가 개혁의 핵심임을 강조하며 전 임직원에 “성과 평가 결과를 당사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본인과 1:1로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우리소통광장’을 그룹 내 포털에 설치, 의사소통 강화에도 신경을 썼다.
개혁은 지난해 마무리되고 올해는 M&A 등 성과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지만 돌발 악재가 터지면서 스스로 인정하듯 조직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우리은행이 쇄신 인사를 단행한 배경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의 임기 등 여러 여건을 고려했을 때 우리금융은 올해 반드시 M&A 등 성과를 내야 할 상황”이라며 “오랜 준비 끝에 포를 쏘며 전투가 시작됐는데 갑자기 배 밑바닥에 구멍이 발견된 격이어서 군기를 다잡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자료=우리금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