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자료=우리금융)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핵심 계열사는 생명보험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롯데손해보험의 본입찰을 포기하고 동양·ABL생명 인수에 집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28일 오후 공시를 통해 “그룹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롯데손보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롯데손보 인수와) 별도로 진행 중인 동양·ABL생명 인수 추진과 관련한 내용은 향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롯데손보 본입찰이 진행돼 예비입찰에 응했던 우리금융의 참여 여부가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으나 우리금융은 최종 불참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2조원 이상을 원했으나 우리금융은 오버페이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업계의 경우 삼성, DB, 현대, KB, 메리츠 등 빅5의 시장점유율이 워낙 공고해 롯데손보를 인수한다 해도 선두그룹을 노리기 쉽지 않다. 게다가 은행과의 궁합을 고려했을 때 손해보험보다는 생명보험 쪽이 더 매력적이다. 은행 창구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방카슈랑스)의 경우 변액보험 등 저축성 상품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새로운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장성 상품을 주력으로 하는 손해보험의 미래가 더 밝아진 측면이 있지만 은행과의 시너지만 고려한다면 생명보험이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시장에 동양생명이 매물로 나온 점도 롯데손보 철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지난 26일 “동양·ABL생명의 대주주와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는 중국 다자보험그룹이다. ABL생명은 이미 시장에 나온 매물이지만 동양생명의 경우 다자보험이 매각을 공식화하지 않아 잠재적 매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물밑 접촉으로 ABL생명뿐만 아니라 동양생명까지 패키지 인수를 공식화하면서 두 회사는 새로운 주인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동양·ABL생명의 덩치(자산 약 7조원)를 고려했을 때 금융지주급 회사 외에는 선뜻 매수자로 나서기 쉽지 않다. 금융지주 중에서 생명보험이 취약한 곳은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정도인데 우리금융이 기회를 선점했다. 비구속적 MOU이긴 하지만 M&A 성사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어서다. 다자보험그룹은 중국 현지 사정으로 해외자산을 가급적 빨리 처분해야 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느긋하게 매수자를 줄세울 형편이 못된다. 우리금융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한 여건이 아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금융회사들은 핵심 대상이다.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으로 장부가치보다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써가며 보험사들의 주가를 높일 경우 PBR 1배 미만으로 매수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우리금융 역시 하루라도 빨리 인수하는 게 가격 면에서 유리하다. 우리금융이 이날 공시에서 ‘향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라고 재공시 시점을 못박은 점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향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을 1개월 이내로 명시한 것은 이미 양측의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현대차증권 이홍재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목표 CET1 비율 12%를 전제로 했을 때 3조원 중반이 상한선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리금융 입장에서 인수 희망가는 3조원 중반 이내”라고 분석했다.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우리금융이 직접 밝힌 매수 여력은 1조8000억원이지만 염가매수차익을 고려하면 자본건전성 부담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 염가매수차익은 기업의 지분을 공정가치보다 더 싸게 살 경우 발생한다. PBR 1배 미만으로 인수할 경우 회계상 싸게 산 만큼 이익잉여금으로 잡힌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2020년 아주캐피탈 지분을 싸게 인수해 염가매수차익 674억원을 회계에 반영한 바 있다. 안영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IFRS17 도입과 더불어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보험사들의 재무제표상 자본이 대부분 크게 증가했는데, 이에 따라 회계적인 PBR은 감소했다”며 “PBR이 낮은 금융사, 특히 보험사 인수 시 염가매수차익이 크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철수해야 하는 다자그룹 입장에서 보면 한 푼이라도 더 받겠다는 전략보다는 매각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파트너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며 “우리금융이 1개월 이내라고 시한을 못박았다는 점에서 이미 어느 정도 가격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비은행 핵심 ‘생보사’로 정했다…“1개월 내 공시”

롯데손보 본입찰 참여 않기로
우리은행과의 궁합 등 고려한 듯
“염가매수차익 고려시 3조원도 합리적”

최중혁 기자 승인 2024.06.28 17:01 의견 0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자료=우리금융)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핵심 계열사는 생명보험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롯데손해보험의 본입찰을 포기하고 동양·ABL생명 인수에 집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28일 오후 공시를 통해 “그룹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롯데손보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롯데손보 인수와) 별도로 진행 중인 동양·ABL생명 인수 추진과 관련한 내용은 향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롯데손보 본입찰이 진행돼 예비입찰에 응했던 우리금융의 참여 여부가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으나 우리금융은 최종 불참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2조원 이상을 원했으나 우리금융은 오버페이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업계의 경우 삼성, DB, 현대, KB, 메리츠 등 빅5의 시장점유율이 워낙 공고해 롯데손보를 인수한다 해도 선두그룹을 노리기 쉽지 않다. 게다가 은행과의 궁합을 고려했을 때 손해보험보다는 생명보험 쪽이 더 매력적이다.

은행 창구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방카슈랑스)의 경우 변액보험 등 저축성 상품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새로운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장성 상품을 주력으로 하는 손해보험의 미래가 더 밝아진 측면이 있지만 은행과의 시너지만 고려한다면 생명보험이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시장에 동양생명이 매물로 나온 점도 롯데손보 철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지난 26일 “동양·ABL생명의 대주주와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는 중국 다자보험그룹이다. ABL생명은 이미 시장에 나온 매물이지만 동양생명의 경우 다자보험이 매각을 공식화하지 않아 잠재적 매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물밑 접촉으로 ABL생명뿐만 아니라 동양생명까지 패키지 인수를 공식화하면서 두 회사는 새로운 주인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동양·ABL생명의 덩치(자산 약 7조원)를 고려했을 때 금융지주급 회사 외에는 선뜻 매수자로 나서기 쉽지 않다. 금융지주 중에서 생명보험이 취약한 곳은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정도인데 우리금융이 기회를 선점했다.

비구속적 MOU이긴 하지만 M&A 성사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어서다. 다자보험그룹은 중국 현지 사정으로 해외자산을 가급적 빨리 처분해야 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느긋하게 매수자를 줄세울 형편이 못된다.

우리금융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한 여건이 아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금융회사들은 핵심 대상이다.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으로 장부가치보다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써가며 보험사들의 주가를 높일 경우 PBR 1배 미만으로 매수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우리금융 역시 하루라도 빨리 인수하는 게 가격 면에서 유리하다.

우리금융이 이날 공시에서 ‘향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라고 재공시 시점을 못박은 점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향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을 1개월 이내로 명시한 것은 이미 양측의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현대차증권 이홍재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목표 CET1 비율 12%를 전제로 했을 때 3조원 중반이 상한선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리금융 입장에서 인수 희망가는 3조원 중반 이내”라고 분석했다.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우리금융이 직접 밝힌 매수 여력은 1조8000억원이지만 염가매수차익을 고려하면 자본건전성 부담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 염가매수차익은 기업의 지분을 공정가치보다 더 싸게 살 경우 발생한다. PBR 1배 미만으로 인수할 경우 회계상 싸게 산 만큼 이익잉여금으로 잡힌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2020년 아주캐피탈 지분을 싸게 인수해 염가매수차익 674억원을 회계에 반영한 바 있다.

안영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IFRS17 도입과 더불어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보험사들의 재무제표상 자본이 대부분 크게 증가했는데, 이에 따라 회계적인 PBR은 감소했다”며 “PBR이 낮은 금융사, 특히 보험사 인수 시 염가매수차익이 크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철수해야 하는 다자그룹 입장에서 보면 한 푼이라도 더 받겠다는 전략보다는 매각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파트너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며 “우리금융이 1개월 이내라고 시한을 못박았다는 점에서 이미 어느 정도 가격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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