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리밸런싱(사업 조정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이 이번주 논의된다. 이번주 열리는 이사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되면 자산 100조원이 넘는 초대형 에너지 전문기업이 탄생한다. SK 서린 빌딩 전경 (사진=SK) ■ SK이노·E&S, 17일 이사회 합병안 논의…KKR 등 주주 반발 예상 15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에 따르면 오는 17일 각사는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 SK온 등 9개 자회사를 거느린다. 정유와 석유화학 등 화석연료와 배터리 등 차세대 신사업을 통해 86조원의 자산을 갖고 있다. SK E&S는 SK㈜의 자회사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소‧재생에너지 등 요즘 뜨고 있는 신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자산 19조원 규모의 비상장사다. 양사의 합병은 에너지 사업에서 시너지와 배터리 자회사 SK온 살리기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도 그럴 것이 SK E&S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하면서 그룹의 돈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양사의 지난해 매출을 비교해보면 SK E&S가 SK이노베이션보다 매출이 적음에도 영업이익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SK E&S의 지난해 매출은 11조1700억원, 영업이익은 1조33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은 매출 77조2900억원, 영업이익 1조9000억원를 냈다.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SK E&S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SK온에 살리기가 우선 순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10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적자폭은 점차 줄고 있지만,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5800억원대, 누적 적자 규모는 2조5800억원대에 이른다. 다만 문제는 합병 시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SK㈜가 SK이노베이션 36.22%, SK E&S 90%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지만 각사의 다른 주주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SK E&S는 비상장사이지만 투자사인 글로벌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KKR은 SK E&S에 총 3조1350원의 자금을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투자했다. 이는 만기시에 투자금 상환이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KKR이 합병에 동의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합병이 추진될 경우 SK E&S는 KKR에 3조원이 넘는 금액을 상환해야 한다. 이에 도시가스 자회사 등을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부채를 줄이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본래 취지에서 어긋날 수 있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의 주주가 납득하려면 양사 합병 비율은 최대한 비슷한 수준이 돼야 하지만, 투자사 KKR은 최대한 높은 가격에 투자금 회수에 나서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이 1대 2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와 KKR 입장에선 합병 법인 지분율이 1대 1일 때보다는 높아진다. 반면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선 지분 가치가 희석된다고 반발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합병 비율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게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사회에서 합병안이 승인된다 해도 주주총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 수펙스추구협의회) ■ 최태원 회장 “AI 역량 확보, 선택과 집중”…SK온, 미 합작사 연내 생산 목표 이번 합병 논의는 그룹의 자산 효율화 작업의 일환이다.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SK그룹은 지난달 28~29일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이러한 방침을 정했다. 최태원 회장은 미국 출장 중에 화상으로 이 회의에 참석해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며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린·화학·바이오 사업 부문은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 선택과 집중,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LG전자 부스에서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 ‘알파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K온) SK온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미국 합작법인 생산을 연내로 앞당긴다는 목표다. SK온은 포드와 2022년에 114억 달러를 투자해 세운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빠른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수율을 서둘러 끌어올려 양산에 돌입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연내 초도물량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블루오벌SK는 내년에 켄터키 1공장과 테네시 공장, 오는 2026년에 켄터키 2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능력은 켄터키 1공장은 37GWh, 2공장과 테네시 공장은 각각 45GWh 규모다.

SK이노-E&S, 합병할까…합병비율·주주 설득 등 과제 산적

17일 이사회 합병안 논의…주주 반발 예상
E&S 투자사 KKR, 3조 투자금 상황 요구할 수도
최태원 회장 "AI 역량 키우고, 선택과 집중"
SK온 미 합작사 블루오벌SK, 연내 생산 '사활'

손기호 기자 승인 2024.07.15 13:53 의견 0

SK그룹이 리밸런싱(사업 조정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이 이번주 논의된다. 이번주 열리는 이사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되면 자산 100조원이 넘는 초대형 에너지 전문기업이 탄생한다.

SK 서린 빌딩 전경 (사진=SK)


■ SK이노·E&S, 17일 이사회 합병안 논의…KKR 등 주주 반발 예상

15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에 따르면 오는 17일 각사는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 SK온 등 9개 자회사를 거느린다. 정유와 석유화학 등 화석연료와 배터리 등 차세대 신사업을 통해 86조원의 자산을 갖고 있다.

SK E&S는 SK㈜의 자회사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소‧재생에너지 등 요즘 뜨고 있는 신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자산 19조원 규모의 비상장사다.

양사의 합병은 에너지 사업에서 시너지와 배터리 자회사 SK온 살리기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도 그럴 것이 SK E&S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하면서 그룹의 돈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양사의 지난해 매출을 비교해보면 SK E&S가 SK이노베이션보다 매출이 적음에도 영업이익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SK E&S의 지난해 매출은 11조1700억원, 영업이익은 1조33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은 매출 77조2900억원, 영업이익 1조9000억원를 냈다.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SK E&S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SK온에 살리기가 우선 순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10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적자폭은 점차 줄고 있지만,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5800억원대, 누적 적자 규모는 2조5800억원대에 이른다.

다만 문제는 합병 시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SK㈜가 SK이노베이션 36.22%, SK E&S 90%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지만 각사의 다른 주주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SK E&S는 비상장사이지만 투자사인 글로벌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KKR은 SK E&S에 총 3조1350원의 자금을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투자했다. 이는 만기시에 투자금 상환이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KKR이 합병에 동의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합병이 추진될 경우 SK E&S는 KKR에 3조원이 넘는 금액을 상환해야 한다. 이에 도시가스 자회사 등을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부채를 줄이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본래 취지에서 어긋날 수 있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의 주주가 납득하려면 양사 합병 비율은 최대한 비슷한 수준이 돼야 하지만, 투자사 KKR은 최대한 높은 가격에 투자금 회수에 나서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이 1대 2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와 KKR 입장에선 합병 법인 지분율이 1대 1일 때보다는 높아진다. 반면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선 지분 가치가 희석된다고 반발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합병 비율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게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사회에서 합병안이 승인된다 해도 주주총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 수펙스추구협의회)


■ 최태원 회장 “AI 역량 확보, 선택과 집중”…SK온, 미 합작사 연내 생산 목표

이번 합병 논의는 그룹의 자산 효율화 작업의 일환이다.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SK그룹은 지난달 28~29일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이러한 방침을 정했다.

최태원 회장은 미국 출장 중에 화상으로 이 회의에 참석해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며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린·화학·바이오 사업 부문은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 선택과 집중,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LG전자 부스에서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 ‘알파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K온)

SK온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미국 합작법인 생산을 연내로 앞당긴다는 목표다.

SK온은 포드와 2022년에 114억 달러를 투자해 세운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빠른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수율을 서둘러 끌어올려 양산에 돌입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연내 초도물량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블루오벌SK는 내년에 켄터키 1공장과 테네시 공장, 오는 2026년에 켄터키 2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능력은 켄터키 1공장은 37GWh, 2공장과 테네시 공장은 각각 45GWh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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