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갖고 대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SK온)
SK그룹의 에너지사업을 담당하는 SK이노베이션이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을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으로 선임하고 SK이노베이션의 사업 재편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 SK이노, 최재원 수석부회장 선임…“에너지사업 통합시너지 기여”
10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최재원 신임 수석부회장은 이날 선임돼 활동을 시작한다. 최 수석부회장은 SK온 수석부회장은 내려놓고 대신 유정준 SK미주대외협력총괄 부회장이 SK온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는 중간지주회사다. 자회사로는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온, SK엔무브,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SK어스온, SK엔텀 등을 두고 있다.
최 수석부회장은 그룹 수석부회장과 SK E&S 수석 부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이에 이번 SK이노베이션의 수석부회장으로 올라 이 회사의 구조 개편을 주도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 수석부회장은 그간 맡고 있던 SK그룹 수석부회장과 SK E&S 수석부회장은 계속 겸임한다”며 “그룹 내 미래 에너지 사업의 통합 시너지를 창출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은 전반적으로 사업 재편을 통해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오너가를 앞세워 회사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은 지난해 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최 의장은 SK수펙스에서 사업 효율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에도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선임해 그간 석유화학, 배터리 등 주력사업들이 경기침체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실적이 악화한 가운데 사업 재편에 조력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 1.9조원 가치 SKIET 지분 매각 가능성…“배터리사업 조정 다양한 방안 검토”
문제는 SK이노베이션 사업을 어떻게 재편할 것이냐다. SK온이 캐즘으로 인해 올해도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SK온과 SK엔무브와 합병해 상장하는 방안이나, SKIET 지분 매각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됐다. SK이노베이션은 “여러 방안을 고려 중이나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달 말에는 확대경영회의를 앞두고 지난 4월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실적이 악화한 배터리와 그린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배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다양한 사업 재편 방안이 나오고 있다. 배터리용 분리막 생산 자회사 SKIET 지분 매각을 비롯해 SK온과 SK엔무브와 합병설 등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IET 지분 61%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주 말 종가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도 약 1조9000억원의 지분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왼쪽), 노소영 관장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SKIET 지분 매각 관련해서는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거론되고 있었다. 항소심 재판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원이 넘는 재산분할 판결을 받으면서 이러한 시나리오는 힘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16일 공시를 통해 “SKIET 지분 일부 매각 등 배터리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 SK온과 SK엔무브 합병설엔 “확정된 바 없어”…SK온 “2분기 AMPC 반영될수도”
SK온의 실적이 올해도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실적이 좋은 SK엔무브와 합병설도 나오고 있다.
SK온은 올해 1분기 매출 3조3053억원, 영업손실 3447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10월 출범 이래 적자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적자폭은 점차 줄여가고 있다.
이 때문에 SK온과 SK엔무브와 합병해 상장하는 방안이 업계에서 나오기도 했다. 윤활유 사업을 담당하는 SK엔무브는 전기차 배터리의 열을 식힐 수 있는 액침냉각 사업으로 SK온과 사업 접점이 있다.
액침냉각 사업은 엔비디아나 인공지능(A)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미래 전망성이 긍정적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사업(SK엔무브)은 올 1분기 매출 2조7590억원, 영업이익 1조1373억원을 기록했다.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이 SK엔무브 ZIC의 3가지 신사업 분야 '전기차·데이터센터·ESS'를 5일 제시했다. 이날 서울 광진구 W호텔에서 열린 SK엔무브 브랜드데이에서 박 사장이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손기호 기자)
다만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일 SK온과 SK엔무브 합병 후 상장 가능성 관련 “SK온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SK온은 올해 2분기에도 영업적자가 예고됐지만, 미국 공장 가동 재개에 따른 IRA(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AMPC(세액공제) 등으로 영업이익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
지난 1분기 실적에서 SK이노베이션은 SK온 실적 관련 “3월부터 미국 공장이 재가동되면서 빠르게 수율이 개선되고 있다”면서 “AMPC 관련 구체적인 항목이 발표되지 않아 1분기 실적에는 이를 반영하지 않지만, AMPC 세부 규칙이 구체화 되면 2분기쯤 실적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