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을 성장시켜준 산업군들의 정체와 함께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새로운 미래 기술들의 등장하면서 산업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쟁, 자국 이기주의, 기후위기 등 여느때보다 불투명한 외생변수들이 많은 시대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어렴풋하게 보이는 미래이기는 하지만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안개로 덮인 도화지에 성장동력을 그려 나가고 있다. 뷰어스는 창간 9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그리는 미래의 핵심 성장동력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 편집자주
국내 이동통신 3사 CI(사진=각 사 홈페이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AI를 낙점했다. 통신사업의 성장이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AI를 필두로 기업 혁신에 나서는 모습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이동통신 3사의 예상 영업이익은 각각 SK텔레콤 4896억원, KT 5761억원, LG유플러스 288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SKT만 5% 대 성장, KT와 LG 유플러스는 각각 8.7%, 10.3% 감소한 수치다.
통신사업의 성장 정체는 이전부터 예견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의 3G·LTE에 비해 5G의 가입자 수 상승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 5G 가입자는 3281만명으로 1년 새 증가율은 16.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2년 증가율인 34.1%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한 수치다.
유영상 SKT 대표가 AI 피라미드 전략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SK텔레콤)
■ 선두주자로 달리는 SKT…"올해 AI 컴퍼니 성과 가시화"
이에 통신 3사는 차세대 먹거리로 AI를 점찍고, '탈통신' AI 중심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일찌감치 AI컴퍼니로의 도약을 선언한 SK텔레콤은 '글로벌 AI 컴퍼니 도약'을 목표로 AI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유영상 SKT 대표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AI 컴퍼니 성과를 가시화하는 한 해로 만들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SK텔레콤은 'AI피라미드' 전략에 따른 AI 사업의 구체적인 성과를 올 하반기부터 선보일 계획이다.
우선 AI 인프라 역량 강화 사업으로 미국의 클라우드 기업 람다와 손잡고 하반기부터 국내에 AI 데이터선터 건설을 시작한다. 데이터센터는 AI 학습에 필수적인 서버가 위치한 장소로, AI 사업 확대에 필수적인 요소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5조원 수준에서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15.9%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SK텔레콤은 향후 5년간 SK브로드밴드와 함께 데이터센터 사업에 3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SK텔레콤은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 엔터프라이즈 AI 사업을 확대해가고 있다. 지난 1월 SK텔레콤이 선보인 '엔터프라이즈 AI 마켓'은 기업 관리자가 코딩 지식이 없어도 간단한 명령어를 입력해 생성형 AI 앱을 제작하고, 누구나 챗봇 등으로 답변을 받을 수 있는 기업형 AI 서비스다.
AI 서비스 사업과 관련해 SK텔레콤은 지난 3월 AI컨택센터(AICC) 운영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는 솔루션 'SKT AI CCaaS'를 선보이며 SK렌터카를 첫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도 광고문구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AI 카피라이터', AI 동시 통역 솔루션 '트랜스토커' 등도 눈길을 끈다.
SK텔레콤의 AI 개인비서 '에이닷' 또한 생성형 AI 검색 전문 기업 퍼플렉시티와의 협력으로 하반기 고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이번 협력으로 '에이닷'의 한국어 검색 성능을 개선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개발 중인 AI 개인비서 플랫폼에도 생성형 AI 검색 엔진을 탑재할 방침이다.
'AICT 컴퍼니' 전략에 대해 설명하는 김영섭 KT 대표. (사진=KT)
■ 후발주자 KT…'AICT 컴퍼니' 도약 목표
KT는 현재 AI솔루션 분야에서는 후발주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KT는 우선 자사의 미디어 콘텐츠 사업에 AI를 도입하는 한편, B2B(기업간 거래) 시장과 AI 인프라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KT는 지난 4월 AI 토탈 미디어 솔루션 '매직플랫폼'를 선보였다. '매직플랫폼'은 AI로 영상을 분석하고 스스로 생성할 수 있는 KT의 자체 개발 솔루션이다.
이는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 2월 발표한 'AICT(AI+ICT) 컴퍼니' 도약 전략에 따른 결과물 중 하나다. 기존 강점을 가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AI를 더해 AICT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KT는 B2B 사업에도 AI를 확대 적용한다. 앞서 AI담당 부서 AI2X랩에 엔씨소프트 AI테크 센터장 신동훈 상무를 영입한데 이어,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믿음'을 sLLM(경량화 언어모델)으로 재구성해 고객사에게 제공한다. 이를 통해 3년 내 1000억원 이상의 B2B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도 KT는 통신사 중 가장 많은 14개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AI 인프라 분야의 선두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KT는 'AI 풀스택(하드웨어·소 프트웨어 통합제공)' 전략에 따라 2년 내 가산디지털잔지, 영천, 부천 등 3곳에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가동할 계획이다.
B2B 사업전략을 발표하는 권용현 LG 유플러스 기업부문장. (사진=김태현 기자)
■ LG유플러스, '익시젠'과 함께 B2B 사업 확장
또다른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 역시 올해 들어 자사의 사업에 AI를 확대 적용한다. 오는 2028년까지 연 매출 2조 달성을 목표로 자체 개발 AI '익시'를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우선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익시젠'이 B2B 전사업분야에 도입된다. '익시젠'(익시+생성형AI)은 '익시'를 기반으로 자사의 통신·플랫폼 데이터를 학습시킨 sLLM(소형 언어모델)이다.
LG유플러스는 그간 B2C(기업 대 소비자)영역에서 '익시젠'을 활용해왔다. 구독플랫폼 '유독'에서 상담사와 대화하듯 구독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 대화형 챗봇을 선보인 것에 더해, 디지털 광고 제작에도 AI모델을 활용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LG유플러스는 향후 '익시젠'을 B2B 사업 전분야에 확대할 계획이다. 자체 개발 AI 기술 '익시 엔터프라이즈'를 활용, 통신, 플랫폼, 금융, 유통 등 각종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익시젠'을 선보인다. 특히 ▲AI 컨택센터(AICC) ▲기업 커뮤니케이션 ▲소상공인(SOHO) ▲모빌리티 등 4대 응용 서비스 영역 접목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AI 컨택센터의 경우 특화된 sLLM을 통해 고객사 산업 특성에 맞춘 상담 요약·자동 분류 등 맞춤형 기능을 탑재하거나, 소상공인 전용 패키지 'U+사장님광장'에 AI 응대 기능 등이 추가된다. AI 응대는 단순 예약 문의의 경우 AI가 복수의 고객을 동시에 답변하는 새로운 기능이다.
LG유플러스는 AI 역량 확대를 위해 글로벌 인재 유치에도 나서는 중이다. 지난 4월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AI 분야의 글로벌 인재들과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행사를 직접 주관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아마존웹서비스(AWS)와도 협업을 논의 중"이라며 "해외 글로벌 기업과도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