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조커' 스틸, 영상물등급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모두가 만족하는 등급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상물등급위위회(이하 영등위)의 판단과 관람객들 사이의 괴리감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국내에서 정식 개봉하는 모든 영화들은 영등위로부터 전체 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 상영가 등의 등급을 받아야만 한다.
다만 제한 상영가를 받게 되면 전용 극장에서만 상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에는 제한 상영과 전용관이 없기 때문에 상영 불가 판정과 다름이 없다. 제한 상영가로 분류되면, 대부분의 영화들이 문제가 된 장면을 삭제하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국내 개봉 영화들은 실질적으로 4개의 단계를 염두에 두고 제작에 착수한다.
영화 등급은 민감한 문제다. 음란성, 선정성, 폭력성이 심각한 영상물에 대해 일정한 제한을 둬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하는 영등위의 취지도 있지만, 제작 방향과 흥행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각 등급에 따라 수용 가능한 관객들의 범위가 달라져 많은 상업 영화들은 낮은 등급을 받아 좀 더 많은 관객들을 수용하기를 원한다. 물론 특성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넓힐 수 있는 청소년 관람불가를 노리는 영화들도 있다. 영화 등급은 작품의 성격 자체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도와 미치는 영향이 결정적인 영역이다.
영화 관계자는 “대부분의 장르 영화들이 영화 등급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제한을 두는 것보다 열려있는 게 더 좋은 것이라고 보기는 한다”고 운을 떼며 “다만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제작 의도부터 청소년 관람불가를 노리고 시작할 수 있다. 제작 초기 단계에서부터 등급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영등위는 최대한 많은 이들이 납득 가능한 평가를 내리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하고, 분류 이유를 공개하는 등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12명의 전문위원들이 1차 심사를 거친다. 8명으로 구성된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의 토론을 거쳐 출석 위원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등급을 의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평가 항목을 세분화해 공개하는 방식으로 투명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 기준을 7가지로 나누고, 낮음, 보통, 다소 높음, 높음, 매우 높음 등 5가지 단계를 고려해 상영등급이 매겨진다. 한 가지 항목이 ‘높음’으로 판단되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부여된다. 각 항목에 대한 평가는 영등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도 가능하다.
이의가 있을 경우 30일 이내에 재심의를 신청해 다시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악마를 보았다’ ‘뫼비우스’ 등 제한 상영가를 받은 작품들이 일부 수정을 거치며, 3번의 재심의 끝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아낸 사례들이 있다.
그럼에도 최근 ‘독전’부터 ‘마녀’ ‘조커’ ‘신의 한 수: 귀수편’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불거지는 논란들은 영등위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의심하게 한다. 기계적인 분류가 이뤄질 수 없는 등급 분류의 특성상 모두의 합의를 끌어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영등위가 최근 폭력성, 선정성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영화진흥위원회·영상물등급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영등위의 관대한 잣대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일부 장면의 폭력성과 선정성을 지적받은 ‘기생충’과 마약을 소재로 다룬 ‘독전’ 등을 예시로 들며 “최근 3년간 청소년관람불가 비율은 감소하는 반면 15세 이상은 증가하고 있다”며 “15세 이상이 관객동원이 훨씬 쉽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이며 객관적인 분류기준과 논거가 필요하다. 특히 불법성이 큰 소재인 마약이나 존속살해 등은 더욱 엄격한 기준이 도입돼야 한다”고 방향성 수정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