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오늘 부동산에 호가 올리러 갑니다"
19일 국내 최대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 스터디'에 이같은 글이 올라왔다. 간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끝에 4년 반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데에 따른 반응이다. '빅컷'은 대폭의 금리 인하를 의미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한국은행의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국내 시장 기대감이 묻어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은 기준 금리인하에 대한 신중함을 견지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안정을 위한 것"이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들썩이는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월간 매매가격변동률은 지난 4월 0.01% 오르면서 5개월 만에 상승세 전환한 뒤 8월까지 5개월 연속해서 올랐다. 특히 7월과 8월의 상승률은 각각 0.21%, 0.44%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본격적으로 뛰었던 7월에는 거래량도 급증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558건으로 전월 대비 17.5% 늘었다. 전년 동기 기준으로는 140.9% 증가한 수준이다. 거래금액도 같은 기간 163.5% 급증했다.
아파트가 아닌 전국 주택종합 가격을 보더라도 가격 상승 흐름은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8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종합 가격 상승률은 0.83%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측은 "서울은 가격급등 단지에 대한 피로감 등으로 일부 지역 매물 소진 속도가 둔화되기도 했다"면서도 "그러나 선호지역과 신축·대단지를 중심으로 매매수요가 견조한 모습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요자들이 금리인하에 대한 섣부른 기대감을 가지고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경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뚜렷한 집값 상승 흐름에 금리인하가 이뤄지더라도 정부의 규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거다.
부동산플래닛 정수민 대표는 "현재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과 경제 상황의 변화로 인해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시장의 변화를 보다 예의주시하며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김인만 소장은 "한국은행에서 지속적으로 집값 안정 메시지를 주고 있는데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소폭 내리는 선에서 그칠 것 같다"며 "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는 결정을 하더라도 주택 거래량이 계속 늘고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정부가 더 강한 대출 규제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에서 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리인하에 대한 여파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수요자들 입장에서 '대출이 얼마나 나오느냐'와 같이 정부의 대출 규제와 관련한 상황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