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자료=연합뉴스 "설립이 끝이 아니다. X됐다고 생각해라." 제4인터넷은행 후보자들을 두고 나온 인뱅 선배들 조언이다. 아직 설립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지만, 승자가 누가 되든 앞으로 지옥도가 펼쳐질 것이란 음울한 예언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11월 중 제4인뱅 인가를 위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현재 은행권에 대한 경쟁도 평가가 진행 중"이라며 "인터넷은행의 공에 대한 의견이 많았고, 과에 대한 지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어떤 분야에 특화된, 혹은 의미가 있는 은행을 만들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선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자들 사이에선 금융당국 기준이 '오락가락'하다는 평가가 팽배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강조한 건 '경쟁'이다. 기본적으로 은행 간 경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제4인뱅 도전자들 앞에 놓인 미션 키워드는 '혁신', '포용', '경쟁' 세가지로 압축됐다. 인터넷은행으로선 산업적으로 '혁신'을 이루면서도, 국민에게는 '포용'금융을 열어주고, 은행업권 안에서는 '메기' 역할을 하며 경쟁을 촉진해야 하는 미션임파서블 상태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를 처음 설명한 2015년 6월로 돌아가보면, 당시의 인가 심사 기준은 ▲혁신성 ▲안정성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금융 산업 발전 및 경재력 강화 ▲해외 진출 가능성 등 지극히 '산업적' 관점이었다. 인터넷은행의 근거가 되는 법률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도 이러한 목적이 명시돼 있다. 법에는 '금융 혁신과 은행업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해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이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다 2021년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계획과 함께, '30%'라는 목표치를 내걸면서 미션 우선순위에 '포용'이 자리잡게 됐다. 이후 토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는 '숫자 맞추기'에 혈안이 됐다. 어느새 인터넷은행들의 보도자료에도 '혁신성'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포용금융' 지분이 확대됐다. 올해 인뱅들은 6월 말 기준 토스뱅크 34.9%, 카카오뱅크 32.4%, 케이뱅크 33.3%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30%를 맞췄다. 문제는 중저신용자에게 빌려준 돈이 무수익여신으로 되돌아와 건전성에는 악영향을 줬다. 지난 상반기 무수익여신은 카카오뱅크의 19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4%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2027억원(39.5%↑), 토스뱅크는 1365억원(8.9%↑)으로 건전성이 악화됐다. 인터넷은행들은 이렇듯 어렵게 포용금융을 달성했지만, 금융당국은 오히려 인터넷은행을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또한 '대출 갈아타기' 등은 이자를 잘 내는 건전한 금융소비자를 '뺏어'오는 것일 뿐 금융당국이 생각했던 혁신이나 포용과는 거리가 멀다고도 지적했다. 인터넷은행이 은행업권 내 '경쟁'을 촉진하긴 했지만, 금융당국이 원한 '경쟁'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인뱅을 통한 포용과 혁신은 시도해 볼 만하다"면서도 "다만 전통적 금융업계의 기득권에 대해 당국이 얼마나 손 댈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분위기를 전해왔다. 즉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이나 보험사들의 기득권을 해체할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인뱅의 숫자만 늘린다고 금융 파이가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인 것이다. 그렇다면 제4인뱅은 과연 금융당국이 제시한 '미션'들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현재 더존뱅크, 소소뱅크, 유뱅크, 케잇디뱅크 등 컨소시엄들이 제4인뱅 도전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이들은 대안신용평가 모형 마련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제4인뱅 후보 가운데 사실 두려운 상대도 없고 크게 신경이 쓰이지도 않는다"면서 "새로 진입해 봐야 서비스도 거기서 거기고, 특별히 경쟁을 촉진시킬 것 같지도 않다"고 기대감을 낮췄다.

금융당국의 '미션임파서블'...제4인뱅 지옥도 예고

인뱅3사 포용금융 챙기다 건전성 놓쳐
메기 역할커녕 시중은행과 주담대 경쟁
업계 "인뱅 늘어나도 유의미한 경쟁 불가"

황보람 기자 승인 2024.09.19 16:18 의견 0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자료=연합뉴스

"설립이 끝이 아니다. X됐다고 생각해라."

제4인터넷은행 후보자들을 두고 나온 인뱅 선배들 조언이다. 아직 설립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지만, 승자가 누가 되든 앞으로 지옥도가 펼쳐질 것이란 음울한 예언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11월 중 제4인뱅 인가를 위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현재 은행권에 대한 경쟁도 평가가 진행 중"이라며 "인터넷은행의 공에 대한 의견이 많았고, 과에 대한 지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어떤 분야에 특화된, 혹은 의미가 있는 은행을 만들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선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자들 사이에선 금융당국 기준이 '오락가락'하다는 평가가 팽배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강조한 건 '경쟁'이다. 기본적으로 은행 간 경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제4인뱅 도전자들 앞에 놓인 미션 키워드는 '혁신', '포용', '경쟁' 세가지로 압축됐다.

인터넷은행으로선 산업적으로 '혁신'을 이루면서도, 국민에게는 '포용'금융을 열어주고, 은행업권 안에서는 '메기' 역할을 하며 경쟁을 촉진해야 하는 미션임파서블 상태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를 처음 설명한 2015년 6월로 돌아가보면, 당시의 인가 심사 기준은 ▲혁신성 ▲안정성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금융 산업 발전 및 경재력 강화 ▲해외 진출 가능성 등 지극히 '산업적' 관점이었다.

인터넷은행의 근거가 되는 법률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도 이러한 목적이 명시돼 있다. 법에는 '금융 혁신과 은행업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해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이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다 2021년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계획과 함께, '30%'라는 목표치를 내걸면서 미션 우선순위에 '포용'이 자리잡게 됐다. 이후 토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는 '숫자 맞추기'에 혈안이 됐다. 어느새 인터넷은행들의 보도자료에도 '혁신성'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포용금융' 지분이 확대됐다.

올해 인뱅들은 6월 말 기준 토스뱅크 34.9%, 카카오뱅크 32.4%, 케이뱅크 33.3%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30%를 맞췄다.

문제는 중저신용자에게 빌려준 돈이 무수익여신으로 되돌아와 건전성에는 악영향을 줬다. 지난 상반기 무수익여신은 카카오뱅크의 19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4%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2027억원(39.5%↑), 토스뱅크는 1365억원(8.9%↑)으로 건전성이 악화됐다.

인터넷은행들은 이렇듯 어렵게 포용금융을 달성했지만, 금융당국은 오히려 인터넷은행을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또한 '대출 갈아타기' 등은 이자를 잘 내는 건전한 금융소비자를 '뺏어'오는 것일 뿐 금융당국이 생각했던 혁신이나 포용과는 거리가 멀다고도 지적했다.

인터넷은행이 은행업권 내 '경쟁'을 촉진하긴 했지만, 금융당국이 원한 '경쟁'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인뱅을 통한 포용과 혁신은 시도해 볼 만하다"면서도 "다만 전통적 금융업계의 기득권에 대해 당국이 얼마나 손 댈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분위기를 전해왔다.

즉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이나 보험사들의 기득권을 해체할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인뱅의 숫자만 늘린다고 금융 파이가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인 것이다.

그렇다면 제4인뱅은 과연 금융당국이 제시한 '미션'들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현재 더존뱅크, 소소뱅크, 유뱅크, 케잇디뱅크 등 컨소시엄들이 제4인뱅 도전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이들은 대안신용평가 모형 마련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제4인뱅 후보 가운데 사실 두려운 상대도 없고 크게 신경이 쓰이지도 않는다"면서 "새로 진입해 봐야 서비스도 거기서 거기고, 특별히 경쟁을 촉진시킬 것 같지도 않다"고 기대감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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