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유동수 의원의 질의에 대해 답하고 있다(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캡쳐) 지난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시종일관 겸손한 태도로 경청하는 자세를 보인 가운데 특정 질의에 매우 강한 어조로 반발하면서 안팎의 눈길을 끌었다. 이 원장이 반발한 질의는 다름 아닌 지난 7~8월 서울 집값 급등 당시 구두개입건이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들의 강도 높은 질책을 예상한 듯 이 원장은 일단 답변을 사과로 시작하며 의원들의 지적을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첫 질의자로 나선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이 원장의 잦은 시장 구두개입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고, 이 원장은 "보시기 불편한 부분이 있었거나 은행이나 소비자들이 힘드셨다면 다시 한 번 사과말씀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그림자 규제를 배제하고 체계적인 감독행정을 해달라는 주문에는 "명심하겠다"고 전향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들면서 답변 기조가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의 질의에 이르렀을 때는 당국의 시장 개입 덕분에 현재의 개선된 상황이 올 수 있었다는 견해를 밝히며 자신의 구두개입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유 의원은 지난 7월 이 원장의 가계대출 억제 발언으로 은행권이 22차례 금리를 인상한 사례를 상기시키며 "조선일보조차 '이복현의 입이 부동산 시장 최대의 리스크'라고 보도했다"고 꼬집었다. 7~8월 오히려 가계대출 급증과 함께 집값이 올라 구두개입 효과는 전혀 없었고 시장의 혼란만 부추겼다는 얘기였다. 유 의원은 부동산 시장의 경우 정책책임자가 시장의 기간조정을 견뎌줘야 한다며 미국의 '케이스-실러 지수(Case-Shiller Housing Price Index)' 사례를 들었다. 신용평가사 S&P(스탠다드앤푸어스)가 발표하는 케이스-실러 지수는 미국의 주택시장 동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유 의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케이스-실러 지수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데) 12년이 걸렸다"며 "30% 가격 조정을 거치고 바닥에서 5년을 거쳤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서울 주택값이 50% 올랐는데 충분한 가격조정이나 기간조정 없이 (정부가) 구두개입, 즉각적 개입으로 빚 내서 집 사라고 얘기하면서 집값을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이에 대해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면서도 "은행권이 원래 계획보다 아주 빨리, 많이, 게다가 높은 금리로 (가계대출을) 늘렸다"며 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가격 수준에 직접 개입한 시점은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때와 이번 부동산가격 급등 시점 딱 두 번 있었다"며 "가계대출 추세를 그 때 안 꺾었으면 지금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원장이 자신의 시장개입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이어가자 유 의원은 "그게 원장님의 가벼움"이라고 지적한 뒤 "(가계대출 추세를 꺾는 것은) 원장님이 하는 게 아니고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한 후에 나중에라도 건전성 기준, 수익성 기준이 잘못됐을 때 (당국이) 종합평가를 통해 규제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당국의 어설픈 시장개입은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려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었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8월 중 가계대출 추세를 꺾는 것에 대해서는 경제팀 내에 공감대가 있었고 우연한 기회에 제가 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라며 "그 때 가계대출을 꺾지 않았으면 최근 금통위의 금리인하도 있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이어 "은행산업이란 시장은 진입, 퇴출이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품 서비스들이 그렇게 완전히 경쟁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비판은 감내하겠지만 추세를 꺾지 않고 내버려두는 게 맞다는 부분에 대해선 저희가 말씀을 좀 드려야 될 것 같다"고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구두개입으로 가계대출 추세가 꺾인 것이 아니라) 9월에 스트레스 DSR을 실시한다고 하면서 이미 꺾인 것"이라며 "금리인하 역시 금통위원들이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이 원장의 생각과 태도에 변화를 줄 것을 주문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이 겉으로는 사과를 했지만 속마음은 전혀 사과의 뜻이 없어 보였다"며 "하반기 들어 가계대출 부분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해 불편과 피해를 본 고객이 많은데 이들이 들으면 속이 부글부글 끓을 얘기"라고 말했다.

국감 '저자세' 이복현, 딱 한 번 발끈한 이유

"은행, 소비자 힘드셨다면 다시 한 번 사과"
시장 구두개입 효과 두고 유동수 의원과 설전
"덕분에 금리인하" vs "시스템 작동이 우선"

최중혁 기자 승인 2024.10.18 11:02 의견 0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유동수 의원의 질의에 대해 답하고 있다(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캡쳐)


지난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시종일관 겸손한 태도로 경청하는 자세를 보인 가운데 특정 질의에 매우 강한 어조로 반발하면서 안팎의 눈길을 끌었다.

이 원장이 반발한 질의는 다름 아닌 지난 7~8월 서울 집값 급등 당시 구두개입건이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들의 강도 높은 질책을 예상한 듯 이 원장은 일단 답변을 사과로 시작하며 의원들의 지적을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첫 질의자로 나선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이 원장의 잦은 시장 구두개입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고, 이 원장은 "보시기 불편한 부분이 있었거나 은행이나 소비자들이 힘드셨다면 다시 한 번 사과말씀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그림자 규제를 배제하고 체계적인 감독행정을 해달라는 주문에는 "명심하겠다"고 전향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들면서 답변 기조가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의 질의에 이르렀을 때는 당국의 시장 개입 덕분에 현재의 개선된 상황이 올 수 있었다는 견해를 밝히며 자신의 구두개입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유 의원은 지난 7월 이 원장의 가계대출 억제 발언으로 은행권이 22차례 금리를 인상한 사례를 상기시키며 "조선일보조차 '이복현의 입이 부동산 시장 최대의 리스크'라고 보도했다"고 꼬집었다. 7~8월 오히려 가계대출 급증과 함께 집값이 올라 구두개입 효과는 전혀 없었고 시장의 혼란만 부추겼다는 얘기였다.

유 의원은 부동산 시장의 경우 정책책임자가 시장의 기간조정을 견뎌줘야 한다며 미국의 '케이스-실러 지수(Case-Shiller Housing Price Index)' 사례를 들었다. 신용평가사 S&P(스탠다드앤푸어스)가 발표하는 케이스-실러 지수는 미국의 주택시장 동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유 의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케이스-실러 지수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데) 12년이 걸렸다"며 "30% 가격 조정을 거치고 바닥에서 5년을 거쳤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서울 주택값이 50% 올랐는데 충분한 가격조정이나 기간조정 없이 (정부가) 구두개입, 즉각적 개입으로 빚 내서 집 사라고 얘기하면서 집값을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이에 대해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면서도 "은행권이 원래 계획보다 아주 빨리, 많이, 게다가 높은 금리로 (가계대출을) 늘렸다"며 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가격 수준에 직접 개입한 시점은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때와 이번 부동산가격 급등 시점 딱 두 번 있었다"며 "가계대출 추세를 그 때 안 꺾었으면 지금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원장이 자신의 시장개입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이어가자 유 의원은 "그게 원장님의 가벼움"이라고 지적한 뒤 "(가계대출 추세를 꺾는 것은) 원장님이 하는 게 아니고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한 후에 나중에라도 건전성 기준, 수익성 기준이 잘못됐을 때 (당국이) 종합평가를 통해 규제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당국의 어설픈 시장개입은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려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었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8월 중 가계대출 추세를 꺾는 것에 대해서는 경제팀 내에 공감대가 있었고 우연한 기회에 제가 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라며 "그 때 가계대출을 꺾지 않았으면 최근 금통위의 금리인하도 있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이어 "은행산업이란 시장은 진입, 퇴출이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품 서비스들이 그렇게 완전히 경쟁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비판은 감내하겠지만 추세를 꺾지 않고 내버려두는 게 맞다는 부분에 대해선 저희가 말씀을 좀 드려야 될 것 같다"고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구두개입으로 가계대출 추세가 꺾인 것이 아니라) 9월에 스트레스 DSR을 실시한다고 하면서 이미 꺾인 것"이라며 "금리인하 역시 금통위원들이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이 원장의 생각과 태도에 변화를 줄 것을 주문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 원장이 겉으로는 사과를 했지만 속마음은 전혀 사과의 뜻이 없어 보였다"며 "하반기 들어 가계대출 부분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해 불편과 피해를 본 고객이 많은데 이들이 들으면 속이 부글부글 끓을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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