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물성 메로나 제품. (사진=빙그레)
빙그레 멜론맛 바 아이스크림 ‘메로나’는 특유의 연두색 사각 모양과 호불호가 적은 부드러운 맛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어쩌면 실제 과일인 멜론보다도 메로나가 훨씬 친숙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올 때 메로나”라는 유행어가 생길 만큼 국내에선 아이스크림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죠.
메로나의 인기는 국내에서만 그치지 않고 해외로도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해외에선 생소한 멜론맛 아이스크림이라는 장점을 적극 내세운 것이 성공 비결입니다. 외국의 경우 바닐라, 초콜릿, 커피, 베리류 등 맛에 초코 코팅된 바 또는 퍼먹는 파인트 형태의 아이스크림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요. 메로나는 사각형 바 모양에 쫀득쫀득한 식감, 산뜻한 멜론맛으로 현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동남아시아와 북미 등지에서 현지에 맞는 다양한 맛과 형태로 제품을 확장하며 인지도를 강화하는 중이죠.
꾸준한 성과를 바탕으로 메로나는 최근 유럽 시장의 문도 두드리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수출을 시작해 올해는 네덜란드 주요 메인스트림 유통 채널 ‘알버트 하인’에 입점하고,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의 주요 아시안 마트 체인망에서도 판매율을 높여가고 있죠. 특히 지난 23일까지 열린 세계 최대규모 식품박람회 ‘시알 파리 2024’에서는 수출 전용제품으로 개발한 ‘식물성 메로나’ 샘플링 등을 진행하며 브랜드 홍보에 나섰습니다. 현지에서 식물성 아이스크림 라인업을 확대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죠.
■‘비관세장벽’ 뚫은 차별성, 비건 트렌드 더한 승부수
매일유업이 ‘시알 파리 2024’에서 식물성 음료 ‘어메이징 오트’를 글로벌 바이어들에게 소개했다. (사진=매일유업)
빙그레가 ‘시알 파리(SIAL Paris)’에 참가한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시알 파리가 세계 최대 규모 식품 전시회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뒤늦은 감이 있는데, 이는 유럽의 높은 비관세 장벽 때문입니다. 통상 아이스크림을 포함한 유가공제품은 수출 통관시 여러 제약을 받는데, 유럽도 건강권을 이유로 유제품 등 수입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왔습니다. 한국산 유가공제품의 유럽 수출이 가능해진 것이 불과 2021년이었을 정도죠. 프랑스, 폴란드 등 낙농업 강국도 즐비해 유제품 수출에 있어서는 불모지나 다름없었죠. 빙그레도 유가공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특성상 그동안 유럽 시장과는 뚜렷한 인연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북미 시장,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 등을 중심으로 ‘메로나’와 ‘붕어싸만코’ 등이 성과를 거두면서 “국내 브랜드도 유럽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메로나’는 특유의 맛과 식감으로, ‘붕어싸만코’는 독특한 모양과 완성형 디저트 느낌을 낸다는 점을 살려 해외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죠. 현지 제품과 비교해도 충분히 차별화 요소를 지니고 있는 만큼, 유럽 시장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찾은 셈입니다.
이번에 시알 파리에 처음 참가하는 국내 유업체는 또 있습니다. ‘어메이징 오트’를 앞세운 매일유업입니다. 어메이징 오트는 핀란드산 귀리 원물을 활용해 오트 껍질 영양성분까지 담은 식물성 음료인데요. 부드러운 식감에 더해 수용성 식이섬유인 ‘베타글루칸’을 풍부하게 함유한 것이 특징입니다. 오리지널 외에도 커피와 초코, 그래놀라 등 다양한 맛과 제형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죠. 매일유업은 식물성 음료 등 새로운 카테고리를 통해 기존 유가공제품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시장까지 개척한다는 계획입니다.
■한류 이끄는 K푸드, 해외실적 확대 디딤돌로
풀무원 부스를 방문한 외국인 바이어 및 소비자들이 두부텐더, 두유면 등 풀무원의 식물성 지향 혁신 제품을 시식하고 있다. (사진=풀무원)
시알 파리에 얼굴을 비춘 ‘K푸드’는 이밖에도 여럿입니다. 일단 ‘K푸드’ 하면 빠질 수 없는 두부가 있죠. 비건 음식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가운데, ‘완전식품’인 두부에 대한 관심도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풀무원은 두유로 밀가루 면 식감을 구현한 ‘두유면’과 식물성 두부로 치킨텐더의 맛을 낸 ‘두부텐더’ 등 식물성 지향 혁신 제품을 무기로 시알 파리에 처음 참가했습니다. 자사 두부 가공 노하우를 살린 차별화 제품으로 유럽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죠. 앞서 일본 시장에서 ‘두부바’로 큰 성공을 거둔 만큼, 유럽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입니다.
‘K푸드’의 또 다른 경쟁력은 한국 문화 자체인데요.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한국 전통 음식에 대한 관심도 계속 증가하고 있죠. 김치는 한국 대표 음식이자 비건푸드로 유명해졌고, 이번 시알 파리에서도 혁신제품상을 수상한 아워홈 ‘구씨반가 청잎김치’, 대상 ‘종가’ 브랜드의 다양한 김치 활용 제품 등이 참가했습니다. 매일유업의 얼려먹는 식혜와 수정과, 아워홈의 궁중불고기잡채와 김치라이스볼 등 전통 음식을 재해석한 메뉴도 많은 관심을 받았죠. 초창기 ‘K푸드’가 한류 콘텐츠 인기에 수혜를 받았다면, 이제는 주도적으로 ‘한류’를 이끄는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K푸드’ 자체가 가진 잠재력이 확인되면서 신규 시장인 유럽에 대한 식품업체들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시알 파리에 처음 참가한 빙그레, 매일유업, 아워홈, 풀무원 등은 모두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편인데요. 빙그레와 아워홈이 10% 남짓, 매일유업은 5%도 안되는 수준이죠. 일찌감치 해외 시장에 공을 들인 풀무원도 해외 매출 비중은 아직 20% 언저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국내 식품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지 오래된 만큼, 이제 해외 시장 공략은 식품업체들의 필수 전략이 됐습니다. 저마다의 차별화 요소를 갖춘 각양각색 K푸드가 유럽 시장에서도 선전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