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위치한 삼성전기 필리핀법인(SEMPHIL)을 찾아 MLCC 제품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올해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증권가 전망치보다 밑도는 실적을 기록하며 이른 겨울을 맞이한 모습이다.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등 신규 스마트폰 출시로 실적 증가를 노렸지만, 수요 부진과 환율 등이 발목을 잡았다.
■ 삼성전기·LG이노텍, 3분기 갤럭시·아이폰 덕 못 봐…환율 하락 등 영향
29일 삼성전기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6153억원, 영업이익 224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1%, 20% 증가한 실적이지만, 증권의 평균 기대치(매출 2조6449억원, 영업이익 2405억원)보다 낮았다.
앞서 LG이노텍은 올 3분기 매출 5조6851억원, 영업이익 1304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23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매출은 19.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8.9% 줄어든 실적이다. LG이노텍도 증권가 평균 전망치(매출 5조1833억원, 영업이익 2618억원)보다 영업이익의 경우 훨씬 밑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시기적으로 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각각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과 애플 아이폰의 출시 시기와 맞물려 호실적을 누려야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회복이 지연된 것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이 부품을 공급하는 애플의 새 제품 아이폰16의 경우 첫 주 판매량이 3700만 대였는데, 이는 전작보다 12.7% 감소한 판매량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 아이폰16) 신제품의 글로벌 판매량이 이전보다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LG이노텍의 전방산업인 디스플레이, 자동차 수요 부진에 따른 영향도 하반기에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전방 제품 특성상 해외 판매량이 실적에 영향을 끼치는데 환율도 우호적이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은 4~6월 평균 1371원이었는데, 8월 1351원, 9월 1338원으로 내려갔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삼성전기의 경우 3분기 컨센서스도 9월 영업이익 2525억원, 10월 2405억원으로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 삼성전기·LG이노텍, 차 전장부품 등 다변화…“車 카메라 등 수주 늘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스마트폰 등 IT 제품뿐 아니라 자동차 전장부품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매출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아직은 전체 매출에 영향을 끼칠 만큼 비중이 크진 않지만 꾸준히 관련 부품 공급을 늘려가고 있다. 특히 LG이노텍은 그간 애플 의존도가 높았는데 전장부품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기 전기차 온보드충전기용 3225 MLCC(위)와 3216 MLCC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는 “AI, 전장, 서버 등 시장 성장으로 AI용 MLCC와 전장용 카메라 모듈과 서버용 반도체 패키지기판 등 고부가 제품 공급을 늘려가고 있다”며 “3분기 실적에서도 이로 인해 전년 동기, 전 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삼성전기 컴포넌트 부문을 보면 3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9%, 전분기보다 3% 증가한 1조1970억원을 기록했는데, AI·서버·네트워크 등 산업용·전장용 MLCC 등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MLCC 공급이 늘었다.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사업에서 지난해 대비 24% 증가한 4조836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애플 아이폰16 등의 모바일용 고부가 카메라 모듈 공급이 늘어는 덕분이지만, 차량용 카메라 모듈 공급도 늘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 회사의 전장부품사업은 지난해 대비 9% 줄어든 477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기차 캐즘 등의 여파로 판매 실적이 줄었지만, 자율주행용 차량 통신 모듈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어 매출 다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LG이노텍이 개발한 자율주행용 ‘고성능 히팅 카메라 모듈’ (사진=LG이노텍)
LG이노텍 관계자는 “차량 카메라, 통신모듈, 조명 등 핵심 사업으로 육성 중인 차량용 부품의 매출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전장사업의 수주잔고도 12조원에 이르는 등 사업구조 고도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