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극장가에는 수많은 신작들이 쏟아진다. 상업영화의 해일 속 새로운 소재로 틈새시장을 노린 작은 영화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이에 작은 영화들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이 영화들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사진=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스틸 ■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섬세하게 들여다 본 모녀의 속내 5일 개봉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전설적인 여배우 파비안느가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록을 발간하며 딸 뤼미르와 오랜만에 만나게 되면서 그동안 서로에게 쌓인 오해와 숨겨진 진실에 대해 알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으로, 첫 해외 올로케이션 작품이다. ‘가족의 의미’에 대한 고레에데 히로카즈 감독의 질문과 섬세한 시각은 여전히 살아 있다. ‘어느 가족’처럼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통찰은 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파비안느의 사랑스러움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어 유쾌하다.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며 서로의 속내를 이해하는 모녀의 작은 변화들을 세밀하게 포착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뭉클한 여운을 만들어낸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클라이맥스 장면에서는 오히려 유머를 가미해 웃음을 자아내고, 이에 한 발 물러서서 관계를 바라보게 된다. ■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까?’: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은 없지만, 유쾌한 블랙코미디의 매력 4일 개봉한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의리로 사는 10년 차 부부가 색다르게 사는 이들을 만나며 지루한 삶에 활력을 찾아가는 19금 블랙 코미디다. 김인권이 오랜만에 주연으로 나섰으며, 서태화, 이나라 등 베테랑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진=영화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까?' '이태원' 스틸 권태기가 온 부부의 감정이 현실적으로 담겨 있다. 새로운 상대를 만나 익숙해서 깨닫지 못했던 감정들을 다시금 깨닫는 과정이 공감을 주기도 한다. 19금 블랙 코미디를 내세운 만큼 솔직하고 적나라한 표현으로 사실감을 높인다. 코믹함과 진지함을 능숙하게 오가는 김인권의 능청스러운 매력이 특히 돋보인다. 다만 부부 관계에 대한 고찰이 선행되지 않아 깊이감이 얕다는 것이 아쉽다. 선정적이고, 과감한 장면들을 제대로 보여주는 데 집중한 나머지 주인공 부부의 감정 변화를 디테일하게 담아내지 못했다. ■ ‘이태원’: 사적인 기억을 통해 들여다 본 이태원의 역사  5일 개봉한 ‘이태원’은 1970년대부터 이태원에 터를 잡고 사는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미군 달러가 지배하던 공간 이태원부터, 서울에서 가장 힙한 동네 이태원까지, 다양한 이태원의 모습이 담겨 있다. 30년이 넘도록 클럽을 운영한 삼숙과 화려하게 스타일링을 하고 이태원을 누비는 니키, 10대 시절부터 이태원을 드나든 영화까지, 한 공간을 지켜 온 세 여성을 이야기를 통해 이태원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유도하지는 않지만, 세 여성의 인생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며 이태원의 역사를 되짚는다. 상처와 아픔도 있었지만, 묵묵히 일상을 살아가는 50대 세 여성의 연대가 뭉클함을 남긴다.

[특별한 영화] ‘파비안느’ ‘아직 사랑하고’ ‘이태원’: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는 재미

장수정 기자 승인 2019.12.05 10:13 | 최종 수정 2019.12.05 16:54 의견 0

<편집자주> 매주 극장가에는 수많은 신작들이 쏟아진다. 상업영화의 해일 속 새로운 소재로 틈새시장을 노린 작은 영화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이에 작은 영화들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이 영화들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사진=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스틸

■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섬세하게 들여다 본 모녀의 속내

5일 개봉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전설적인 여배우 파비안느가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록을 발간하며 딸 뤼미르와 오랜만에 만나게 되면서 그동안 서로에게 쌓인 오해와 숨겨진 진실에 대해 알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으로, 첫 해외 올로케이션 작품이다.

‘가족의 의미’에 대한 고레에데 히로카즈 감독의 질문과 섬세한 시각은 여전히 살아 있다. ‘어느 가족’처럼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통찰은 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파비안느의 사랑스러움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어 유쾌하다.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며 서로의 속내를 이해하는 모녀의 작은 변화들을 세밀하게 포착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뭉클한 여운을 만들어낸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클라이맥스 장면에서는 오히려 유머를 가미해 웃음을 자아내고, 이에 한 발 물러서서 관계를 바라보게 된다.

■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까?’: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은 없지만, 유쾌한 블랙코미디의 매력

4일 개봉한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의리로 사는 10년 차 부부가 색다르게 사는 이들을 만나며 지루한 삶에 활력을 찾아가는 19금 블랙 코미디다. 김인권이 오랜만에 주연으로 나섰으며, 서태화, 이나라 등 베테랑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진=영화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까?' '이태원' 스틸

권태기가 온 부부의 감정이 현실적으로 담겨 있다. 새로운 상대를 만나 익숙해서 깨닫지 못했던 감정들을 다시금 깨닫는 과정이 공감을 주기도 한다. 19금 블랙 코미디를 내세운 만큼 솔직하고 적나라한 표현으로 사실감을 높인다. 코믹함과 진지함을 능숙하게 오가는 김인권의 능청스러운 매력이 특히 돋보인다. 다만 부부 관계에 대한 고찰이 선행되지 않아 깊이감이 얕다는 것이 아쉽다. 선정적이고, 과감한 장면들을 제대로 보여주는 데 집중한 나머지 주인공 부부의 감정 변화를 디테일하게 담아내지 못했다.

■ ‘이태원’: 사적인 기억을 통해 들여다 본 이태원의 역사 

5일 개봉한 ‘이태원’은 1970년대부터 이태원에 터를 잡고 사는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미군 달러가 지배하던 공간 이태원부터, 서울에서 가장 힙한 동네 이태원까지, 다양한 이태원의 모습이 담겨 있다.

30년이 넘도록 클럽을 운영한 삼숙과 화려하게 스타일링을 하고 이태원을 누비는 니키, 10대 시절부터 이태원을 드나든 영화까지, 한 공간을 지켜 온 세 여성을 이야기를 통해 이태원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유도하지는 않지만, 세 여성의 인생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며 이태원의 역사를 되짚는다. 상처와 아픔도 있었지만, 묵묵히 일상을 살아가는 50대 세 여성의 연대가 뭉클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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