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매주 극장가에는 수많은 신작들이 쏟아진다. 상업영화의 해일 속 새로운 소재로 틈새시장을 노린 작은 영화들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이에 작은 영화들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이 영화들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사진=영화 '카센타' 스틸
■ ‘카센타’: 웃음 뒤에 남는 씁쓸한 여운, 블랙 코미디의 묘미
27일 개봉한 ‘카센타’는 파리 날리는 국도변 카센타를 운영하고 있는 재구(박용우 분)와 순영(조은지 분)이 펑크 난 차를 수리하며 돈을 벌기 위해 계획적으로 도로에 못을 박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빵꾸’라는 제목으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호평을 받았었다.
우연하고, 사소한 사건이 구르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과정이 짜임새 있게 담겨 흥미를 유발한다. 사건과 사건이 꼬리 물듯 자연스럽게 확장되며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지방 작은 카센타를 운영하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재구, 순영 부부의 현실을 디테일하게 담아 감정적인 공감도 끌어낸다. 달라진 위상을 달콤하게 누리는 순영 재구 부부의 허황된 목표, 또 돈 앞에서 작아졌다 커지는 주변 인물들의 코믹한 모습은 웃음과 동시에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 ‘집 이야기’: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가족 이야기
28일 개봉하는 ‘집 이야기’는 혼자 서울 살이를 하던 신문사 편집기자 은서(이유영 분)가 정착할 집을 찾아 이사를 거듭하던 중 아버지가 있는 고향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가족들의 흔적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사진=영화 '집 이야기' '결혼 이야기' 스틸
영화에서 집은 단순히 보금자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의 성격이 드러나고, 쌓인 시간들을 대변하는 상징처럼 활용된다. 특히 오랜만에 찾은 아버지의 집에서 온기를 느끼며 마음을 여는 은서의 모습은 집의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낡고 투박한 집에 활기가 생기듯,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진심을 느끼며 변하는 은서를 보며 관객들도 편안하고,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 ‘결혼 이야기’: 헤어지며 깨닫는 소중한 감정들
27일 개봉한 ‘결혼 이야기’는 파경을 맞았지만 여전히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 가족을 예리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로, 12월 5일부터는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프란시스 하’ ‘위아영’ ‘미스트리스 아메리카’를 연출했던 노아 바움백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결혼 이야기’라는 제목과 달리, 이혼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니콜(스칼렛 요한슨 분)과 찰리(아담 드라이버 분)는 양육권을 두고 이혼 소송을 벌일 만큼 사이가 멀어졌다. 그러나 치열하게 다투는 사이 말하지 못했던 속내를 털어놓으며 어느덧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혼 과정으로 한층 성숙해진 두 부부의 모습은 다툼과 갈등도 결혼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한 스칼렛 요한슨과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력도 이번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