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 2판교하우스 전경 (사진=LIG넥스원)
LIG넥스원은 방산 부문에서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로 중동 수출 성과를 올렸고 2.75 유도로켓 ‘비궁’으로 글로벌 무기 시장의 본고장인 미국을 공략하고 있다. 본업의 눈부신 성과 뒤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은 신사업과 파트너와의 갈등 그리고 오너 리스크다.
LIG넥스원은 신사업으로 로봇을 택하고, 새 시장으로 미국을 점 찍었다. 이에 대비해 지난해 미국 사족보행 로봇 개발업체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인수했다. 인수 가격은 2억4000만 달러(약 3533억원)로 매입가의 40%인 1260억 원을 한국투자PE로부터 조달했다.
■ 큰 돈 주고 인수한 미국 로봇회사···향후 성과 불안
지난해 3분기부터 LIG넥스원의 연결대상으로 편입된 고스트로보틱스는 3분기 매출액 22억원, 영업손실 98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에도 5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인수 당시 업계는 “고스트로보틱스가 비상자사인 탓에 세부적인 재무 정보 확인이 어려워 인수 금액이 적당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우려와 맞물려 향후 성과에 대한 불안을 불러온다.
미숙한 소통은 내·외부 갈등으로 표출됐다. 생산에는 한화가 참여하고 있어 보통 사전에 가격과 납기 일자 등을 협의해 본계약을 추진하는데 LIG넥스원이 이를 생략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LIG넥스원은 이라크와 약 3조7000억원의 천궁Ⅱ 수출 계약을 맺었는데 한화는 “상호 협의 없는 무리한 계약”이라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한화는 이라크의 대금 지급 능력과 미국의 미군 철수 계획 등을 우려하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2012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를 맡았다가 내전으로 고전을 겪고 대금 역시 제대로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
LIG넥스원이 인수한 미국 고스트로보틱스의 정보·감시·정찰 로봇 '비전 60' (사진=LIG넥스원)
■ "놀이공원으로 유인해 마우스로 감시" 내부 불만 터져
사기 진작을 위해 롯데월드 전체 대관으로 관심을 끌자마자 전해진 ‘근무 모니터링’ 시스템은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문제가 된 제도는 20분 이상 직원이 이용하는 모니터 마우스 움직임이 없으면 시스템에 기록되는 ‘이석 모니터링’으로 실시간 감시라는 지적이 나왔다. 패밀리 데이 행사 후 바로 생긴 갈등이 탓에 “이러려고 놀이동산으로 유인한 것이냐”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왔다.
LIG넥스원의 성장이 ‘오너일가 주머니 채우기’와 연결된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2023년도 주당 배당금은 1950원으로 창사 이래 가장 많은 금액이다. 지주사 LIG는 결산배당 179억원을 받았다. 지금까지 지급한 배당 3000억원 가운데 1750억원을 LIG가 받았다. 21일 기준 LIG는 LIG넥스원 지분 37.74%(840만7165주)를 소유하고 있다. 구 회장 형제의 LIG 지분율은 각각 41.2%, 26.2%에 이른다. LIG넥스원 배당금이 지주사 LIG로 옮겨져 대주주인 구본상 회장·구본엽 부회장 형제에게 배당되는 방식이다.
두 형제에게 지급된 누적 배당금은 전체 배당 지급액(316억원)의 88.6%인 280억원이다. 이들은 2011년 LIG건설의 법정관리를 앞두고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동반 구속된 상태에서도 배당금을 챙겨 논란이 됐다. 상법상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교도소에 수감돼 있으면서 주머니를 채우는 ‘옥중 배당’이 국민 정서에 크게 반했기 때문이다.
■ 배당금 대부분 지주사 LIG로, 구본상 회장 형제가 88.6% 수령
만기 출소와 특별 사면 복권에도 구본상 회장 형제를 둘러 싼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22년 검찰은 구 회장의 조세 포탈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1심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했다. 검찰은 구 회장 등이 2015년 LIG넥스원의 LIG의 주식 평가액을 허위 평가하고, 한 달 뒤 금융거래를 조작해 증여세와 양도세 등 총 1329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구 회장 측은 “세법 해석의 차이”로 조세포탈 문제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2022년 8월까지 이어져 온 공판은 증인 특정 등의 이유로 아직 다음 기일을 정하지 못했다.
K-방산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LIG넥스원은 한국 방산기술을 보여주는 선도그룹으로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신사업의 실적 개선과 함께 내부 리스크의 관리가 중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