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조감도 (사진=HD현대)
당초 일정보다 늦어진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최종 사업자 선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명예훼손 소송을 주고 받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법적 분쟁은 소 취하 방식으로 일단락 됐지만 신경전은 이어지고 있다. 재계 절친 사이로 잘 알려진 정기선 HD현대중공업 수석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의 라이벌전 재격돌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4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KDDX 건조 능력을 갖춘 방산업체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모두 지정했다.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총 6척을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6000톤급 구축함에는 고성능 레이더와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갖추며 총 사업비는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산자부가 방산업체를 지정함에 따라 KDDX 최종 사업자 선정도 곧 마무리될 전망이다.
방산업체로 지정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특수선부터 함정 유지·보수(MRO)에 이르기 까지 국내 조선업계의 좋은 파트너이자 라이벌이다. KDDX사업은 글로벌 방산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중요한 기회로 이들의 경쟁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왼쪽부터)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사진=각 사)
공교롭게도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수석 부회장은 재계에 잘 알려진 절친이다. 두 친구는 닮은 점이 많다. 1980년대 생 오너 3세 장남으로 둘 다 상무가 된 지 1년 만에 전무로 뛰어올라 초고속 승진을 한 케이스다. 군 복무를 마친 모범 병역 오너라는 점과 배우자로 재벌이 아닌 일반인 여성을 선택한 것도 공통점이다.
다만, 회사 내 직책에 따른 운신의 폭과 승계 속도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정기선 수석 부회장은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로 대외 활동에 적극적이다. 반면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 전략부문 대표, 한화솔루션 대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를 맡고 있지만 한화오션에서는 기타 비상무이사만 담당해 운신의 폭이 좁을 수 있다.
경영권 승계 속도는 김동관 부회장의 한화가 조금 더 빠르다. 김 부회장은 현재 그룹 지주사 ㈜한화 지분율 4.91%과 동시에 한화에너지 지분 50%를 가지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 22.16%를 가지고 있다. 한화에너지가 지분을 확대해 오너3세 비상장사와 김승연 회장의 지분율이 비슷해졌다.
반면 정기선 수석 부회장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정 수석 부회장은 47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정 부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6.12%까지 높아졌지만 부친 정 이사장의 지분율(26.60%)과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두 절친이 격돌한 KDDX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업체 관련 논의는 내달 진행될 예정인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방사청은 앞서 “KDDX 전체 사업 일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후속함은 일괄 발주해 전력화에 지장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KDDX 초도함 사업은 단순한 사업권이 아니라 K- 함정 대표기업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양 사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올해 양 사가 특수선 사업을 대폭 확대할 계획인 만큼 KDDX 사업권 확보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