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은행
미국의 관세정책에서 촉발된 물가 우려가 국내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해 기준금리가 2%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란 공감대에 균열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5일 본회의를 열고 현 3.00%인 기준금리의 변동 여부를 결정한다.
소비자물가 안정세와 비상계엄 여파로 지난달까지만 해도 인하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관세 압박 등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정책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어서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0.3%)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0% 올라 다시 3%대로 진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물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관세를 높여 무역장벽을 높이면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금리 인하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금리 인하 여지가 축소되면서 올해 두 번째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는 한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경기만 보면 인하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환율과 물가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반전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2일 2.65%로, 1월말(2.57%)에 비해 0.0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비상계엄 사태 전인 지난해 11월말(2.61%)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국내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하락했다가 미 연준의 금리인하 지연 기대가 지속되면서 반등했다”고 3년물 상승 원인을 분석했다.
시장금리가 상승 반전 중인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은 금통위 입장에서는 께름직할 수밖에 없다. 금리 인하 쪽으로 기운 무게추가 중립(동결)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 중인 배경이다.
눈여겨볼 지점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의 바닥이다. 3.50% 정점을 찍은 뒤 현재 3.00%로 내려온 기준금리가 앞으로 2.25%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게 시장에 형성된 공감대다. 0.25%포인트씩 떨어트린다고 본다면 세 차례 인하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인하를 멈추고 달러/원 환율이 계속 1500원을 넘본다면 세 차례 인하 전망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MAGA 정책 등으로 올해 한 차례 인하에 그칠 것이란 극단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시차를 두고 관세인상이 수입물가를 통해 소비자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잠재해 있다”며 “물가압력의 재확산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