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취급된 자료를 기준으로 6월 공시된 신용점수별 주담대 금리(자료=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김대리의 2% 승부] 주담대, 게 섰거라!! 편에서 이어집니다.
■ 고정금리 vs 변동금리...주기형 고정금리가 대세
주담대에서 금리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가 고정금리로 할 것이냐, 변동금리로 할 것이냐일 것입니다. 금리 인상을 앞둔 시점에는 통상 변동금리의 이자가 쌉니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변동금리는 금리가 오른 만큼 이자를 더 받을 수 있어 고정금리보다 유리합니다. 소비자는 그만큼 불리하니 금리를 더 낮춰 고정금리와의 유·불리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지요.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준금리 0.5%의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간 이어져 2020~2021년 주담대 소비자들의 상당수는 변동금리를 선택했습니다. 당시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가 3.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 이는 드물었으니까요.
반대로 금리 인하를 앞둔 시점에는 고정금리의 이자가 쌉니다. 지금이 딱 그런 때 같습니다. 지난해 2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기준금리(3.5%)에 변화가 없었습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여건이 2년 넘게 이어졌고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한 듯 합니다. 이제는 물가보다 경기를 조금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통화당국이 언제 금리를 내릴 것인가에 쏠려 있습니다. 올 하반기 0.25%포인트씩 1~2회 정도 내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의 금리 차이는 보통 0.5%포인트 안팎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기간 내 금리가 1회(0.25%포인트) 내리면 고정금리가 계속 유리해질 공산이 큽니다. 만약 2회(0.5%포인트) 내린다면 고정금리보단 변동금리가 유리해질 가능성이 좀더 크겠죠. 3회 인하한다면 변동금리가 확실히 유리해질 것입니다. 금리 예측에 자신이 있는 분들은 변동금리가 더 유리하겠지만 아시다시피 우크라이나 전쟁,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 금융시장 안팎의 돌발변수는 너무 많다보니 전문가들조차 낭패를 보는 경우도 숱하게 많습니다.
사실 고정금리, 변동금리를 더 깊게 파고 들면 내용이 상당히 복잡합니다. 고정금리만 해도 순수고정형, 주기형(5년 단위 금리 고정), 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금융당국이 지난 4월 혼합형을 고정금리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주기형이 시장 대세가 됐습니다.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 이후 금융당국은 금리 변동 위험이 낮은 고정금리 판매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하필 금리 인하를 앞둔 시점의 고정금리 독려라 찜찜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만 대환대출(갈아타기) 활성화가 전제된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고정금리 선택 후 금리가 많이 떨어져 원리금 손실이 클 경우 보다 유리한 조건의 상품으로 갈아타면 되니까요. 당국은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과 함께 대환대출의 큰 걸림돌인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압력도 금융기관들에 넣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는 금융상품 거래 단계별 핵심정보를 제공하고 있다.(자료=금감원)
■ 저금리, 고금리 아닌 '중금리'가 기본인 시대?
향후 금리 변동과 관련해 큰 흐름을 소개하며 결론을 대신할까 합니다. 과거 세계화(globalization) 시대 무역장벽이 낮을 때는 물가 걱정이 별로 없었습니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값싼 물건을 전 세계로 공급했으니까요.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무역장벽이 높아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습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환경 규제도 심화돼 비용이 들더라도 이제는 국제기준을 충족하면서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이 또한 물가상승 요인이겠죠.
경제 시스템이 물가상승 압력에 상시적으로 노출될 경우 과거처럼 0%대의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코로나19처럼 특별한 경우는 예외겠지만요.) 혹자는 ‘중금리 시대가 도래했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3.5%를 ‘고금리’로 본다면 중금리는 아마도 ‘2%대’를 의미할 겁니다. 단순 무식하게 설명하면 금리 1%대는 저금리, 2%대는 중금리(평시), 3%대는 고금리인 시대가 당분간 지속될 것 같습니다. 금리 2%를 중심으로 인플레가 심화되면 3%쪽으로, 경기위축이 심화되면 1%쪽으로 움직이겠지요.
최근 주담대 하단 금리가 2%대까지 진입했다가 당국의 개입으로 3% 초반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중은행들이 고정금리 상품을 많이 팔아야 할 상황이니 앞으로는 고정금리를 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질 겁니다. 다만 고정금리의 경우 금리가 계속 떨어지면 변동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원리금을 내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중도상환수수료, 대출 한도, 상환 기간 등을 고려해 대출 갈아타기를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겠죠.
참, 대출 금리 결정은 기본적으로 ‘기본금리+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우대금리)’로 결정된다는 점을 기억해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대금리는 금융기관들의 요술램프로, 금리 운용의 묘미를 이를 통해 발휘합니다. 여러분의 슬기로운 대출생활을 응원합니다. 굿럭~~!!!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에서는 금융상품 거래 단계별 핵심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가입전, 가입시, 가입후 금융소비자가 챙겨야 할 사항들을 체계적으로 확인 가능하다.(자료=금감원)
P.S = 서두의 특례보금자리론 갈아타기 문의에 대한 답을 드려야겠죠. 특례보금자리론은 지난해 한시적으로 나온 상품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이를 완화하고자 정부가 기존 보금자리론에 말 그대로 ‘특례(예외)’를 둔 것인데요, 주택 가격(6억원→9억원)과 대출 한도(3.6억원→5억원) 기준이 대폭 완화된 것이 특징입니다.
게다가 DSR이 적용되지 않고 중도상환수수료도 없앴습니다. 무엇보다 자금용도에 큰 제한을 두지 않아 신규주택 구입, 기존대출 상환, 임차보증금 상환 등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켜 장점이 많았습니다. 금리 역시 다른 주담대 상품들이 모두 5%대를 기록할 때 4%대 초반까지 가능해서 지난해 부동산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단 작년 기준으로는 장점이 많은 상품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매력도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주담대 하단 금리가 2%대를 찍을 정도로 크게 떨어졌으니까요. 만약 중도상환수수료가 있었다면 아직은 갈아탈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겁니다. 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습니다. 대환대출로 갈아타면 원리금 부담을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상황인 것이죠.
‘스트레스 DSR’의 단계적 도입으로 대출 한도가 9월부터 줄어들 수밖에 없는 여건까지 고려한다면 갈아타기를 심각하게 고려할 상황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대출 조건이 저마다 천차만별이라 정답이라 자신하긴 어렵습니다. 자금용도, 대출금액, 상환기간, 주택가격, 소득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