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연 3.25%로 인하했다. 3년2개월 만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다. 가계대출 기반의 수도권 집값 급등세가 진정된 상황이 피벗에 힘을 실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부동산 시장 자극 우려도 있으나 금리의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11일 한은이 공개한 통화정책방향결정문에 따르면 한은은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면서 "주택시장은 수도권에서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거래량도 축소됐고 지방에서는 부진이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한은의 진단대로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가격 급등세에 제동이 걸렸다.
전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첫째 주(7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값은 전주보다 각각 0.10%, 0.06% 오르면서 지난주와 동일한 상승폭을 유지했다. 지방은 0.02% 하락하면서 지난주와 하락폭이 같았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8월 둘째 주에 0.32%로 5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이후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3주 연속 상승폭을 키우지 못했다.
부동산원은 "최근 가격 상승세 둔화로 매수 관망심리가 견고해지며 매물이 증가하고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다"면서도 "신축·학군 수요 등에 따른 국지적 상승거래가 관측되면서 상승세는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부동산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빅데이터랩장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종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차주나, 부동산 자산 매입 시 자금조달 이자 부담이 일부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면서도 "다만 지난달 미국 FOMC의 기준금리 빅컷(0.5%p 인하) 인후 이미 금리인하 기대가 시장에 선반영 됐고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 발현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금융권 주택담보대출과 입주장의 갭투자 관련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져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주택 거래 총량과 매매가 상승 움직임은 둔화할 양상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교과서적으로는 기준금리 인하는 각 주체들의 투자여력을 증대시켜 부동산 등의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지만 이건 원론적이 이야기"라며 "단기적인 영향보다는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지금의 상황에서는 금리보다는 정부 대출규제, 즉 개별 차주에게 필요한 만큼의 대출이 나오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