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5060세대 타깃 피트니스 강좌 대표 이미지. (사진=롯데백화점)

‘임영웅 콘서트’에서 응원봉을 흔들고,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즐겨 보는 어르신들 모습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게 됐죠. 젊은 세대만큼이나 온라인 콘텐츠를 능숙하게 활용하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어르신들은 꾸준히 늘고 있는데요. 이처럼 은퇴 이후에도 활발한 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여가와 소비를 즐기며 능동적으로 생활하는 50~60대들은 ‘액티브 시니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유통가에서는 최근 ‘액티브 시니어’를 끌어안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롯데홈쇼핑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시니어 특화 채널로 개편하며 시니어 마케팅 강화에 나섰습니다. 50대 모델 룩북, 전원주택 집들이, 저속노화 식단 등 중장년층 대상 콘텐츠를 강화해 ‘타깃 마케팅’을 펼친다는 계획이죠. 롯데백화점은 롯데문화센터 봄학기 개강을 맞아 5060세대를 겨냥한 ‘프로에이징’ 테마 강좌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여행업계는 이미 액티브 시니어들의 수혜를 맛보는 분위기입니다. 롯데관광개발이 지난해 5월 내놓은 프리미엄 브랜드 ‘HIGH&’의 지난해 기준 이용 고객은 6037명으로, 2023년 유럽 비즈니스 클래스 패키지 이용 고객보다 2배 이상 증가했는데요. 이들 중 주 고객층은 5060대 소비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발맞춰 NS홈쇼핑도 700만원~900만원 패키지 여행 등의 5060 타깃 상품을 잇따라 내놓았습니다.

홀대받던 5060, 불황에 유통가 '귀하신 몸'으로 부활

‘액티브 시니어’ 소비층 약진은 1020 세대를 주 고객층으로 삼던 편의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GS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GS25 5060대 매출 비중은 2021년 16.7%에서 2023년 20.4%까지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1020대 비중은 27.2%에서 24.6%로, 30대 비중은 27.4%에서 25.4%로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죠. GS25는 점차 늘어나는 시니어 고객을 겨냥한 특화 상품으로 요실금 전문 패드, 편의점용 소용량 건강기능식품 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유통가가 ‘MZ세대’를 겨냥했던 마케팅 전략과 사뭇 다른 움직임입니다. 2019년 즈음해 소비트렌드를 주도하는 주축으로 '90년대생'이 꼽히면서, MZ세대는 핵심 소비층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주된 성향인 ‘가치 소비’에 더해 이듬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폭발한다는 이른바 ‘보복 소비’가 더해지면서 MZ 구매력은 껑충 뛰었죠. 자연스레 ‘미닝 아웃(Meaning Out)’이나 ‘플렉스(Flex)’ 등 M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가 곧 주요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지난 5년여간 유통가 마케팅의 핵심 축도 이들을 겨냥하는 것으로 옮겨갔었는데요.

하지만 최근 유통업계는 다시 5060 소비층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속되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환경 속 소비자들의 ‘짠물 소비’ 경향이 확산되면서 위풍당당했던 MZ세대 구매력이 주춤하고 있다는 게 주된 요인으로 꼽힙니다. 사실 5060세대는 안정적인 경제력 덕분에 전통적인 ‘큰손’ 소비층으로 꼽혀 왔습니다. 5060 고객은 전 연령대 중 가장 객단가가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MZ세대가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다른 연령대 고객수에 밀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브랜드 리뉴얼 등에 있어서도 타깃 연령대에서 벗어나는 등 그간 마케팅 중심에서는 한걸음 떨어져 있었다는 게 백화점업계 설명입니다. 그러나 불황이 닥치면서 젊은 세대 소비가 가성비로 전환하자, 샘이 깊은 물이 가뭄에 아니 마르듯 5060이 가진 탄탄한 구매력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입니다.

물론 과거와 달라진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요즘 어르신들’은 젊은 세대만큼이나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점인데요. 중후한 정장 대신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피부관리를 위해 각종 기능성 화장품을 소비하며, 유튜브와 넷플리스 등 구독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감상합니다. 클래식에서 트로트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공연과 골프, 테니스 등 스포츠도 즐기죠. 덕분에 이들의 구매력이 향하는 방향도 더욱 넓고 다채로워졌습니다. 프리미엄 제품도 턱턱 구매하는 소비 특성상 객단가도 높아 한층 매력적인 소비층으로 거듭났죠.

더욱이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 시기와 맞물려 5060이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인구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심화되는 만큼 시니어 세대 수요를 겨냥한 유통가 ‘5060 모시기’ 전략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