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투자증권)


‘아직 안 산 고객은 있어도 한번만 산 고객은 없다.’

포털사이트에서 한국투자증권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발행어음’이 뜬다. 불과 몇년 전까지 증권사 창구를 통해 고액자산가들에게 주로 판매되던 발행어음은 어느새 누구나 온라인에서 투자 가능한 상품으로 진화했다. 경쟁사들의 참전에도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의 금리로 경쟁력을 높이며 발행어음 본가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이들은 왜 이토록 발행어음에 진심일까.

■ 글로벌 무대 진출를 위한 밑그림

국내 증권사들이 단순 브로커리지 중심에서 기업금융(IB)와 자산관리(WM)를 연계한 사업구조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부터다. 별도의 업무를 중심으로 분리돼 있던 조직을 촘촘히 연계하고 투자 전담부서와 상품담당부서간 라인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강조하는 키워드는 바로 협업, 그리고 시너지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다르지 않다. 기존 브로커리지 시장에서 한국투자증권은 키움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 등을 뛰어넘을 만한 존재감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통 기업금융(IB)에서 강점을 보이며 2010년대 후반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통한 수익성 확대에 더 주력했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개인고객자산 확대를 주목하기 시작한 이후 방향은 빠르게 전환됐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일찌감치 한투증권을 글로벌 IB로 만들겠다는 경영 방향과 목표를 명확히 해왔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중심으로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공략했다면 두둑한 잔고를 보유한 투자자로서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겠다는 김 회장의 전략을 위해선 국내 고객들에게 경쟁력 있는 상품 공급이 선과제였다. 한국투자증권은 그 지렛대 역할을 담당할 축의 하나로 발행어음에 주목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시장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18년. 당시 4조2355억원 수준이었던 발행어음 잔고 가운데 개인의 비중은 52.6%에 불과했다. 이후 매년 발행어음 규모를 키워온 한투증권이 눈에 띄는 퀀텀점프를 이룬 것은 지난 2022년 이후다. 당시 개인고객그룹장을 맡고 있던 김성환 사장은 토스뱅크에 먼저 손을 내밀어 제휴를 맺고 발행어음을 온라인 고객들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투증권 울타리 안에서 고객을 기다리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들고 직접 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사진=지난 2022년 당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장(사진 왼쪽)과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오른쪽)의 업무협약 체결 모습.)


4일만에 2000억원 완판과 함께 유입된 신규 고객만 1만명 이상. 효과는 확실했다. 2022년 한해동안 증가한 잔고가 2조6513억원인데 이중 2조4544억원이 개인의 몫이었다. 2023년을 거치면서 81%대로 올라선 개인 비중은 2분기말 현재 88.8%까지 올라서며 개인 고객들의 주된 투자 상품이 됐음을 증명했다.

특히 발행어음 잔고 증가와 함께 개인 AM 자산 규모에서 증가 효과도 뚜렷했다. 2019년 23조7500억원 수준이던 개인고객 AM잔고는 2023년 50조원을 돌파한 뒤 2분기말 현재 70조9128억원까지 불었다. 개인 AM자산 가운데 발행어음이 차지하는 비중도 어느새 22%대를 웃도는 규모다.

최근에는 토스뱅크에서 ‘적립식 모으기’ 상품을 출시하면서 또 한번 진화했다. 기존 적금과 펀드, 주식까지 확장됐던 적립식 투자 형식을 발행어음으로까지 확대하며 소액으로도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든 것이다. 특히 연 4.75%(세전 기준)라는 금리를 내세우면서 여지없는 완판 행진을 기록했다.


■ 기.승.전.'딜소싱'..."글로벌 시장에서 찾아라"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확정금리다. 여전히 4% 후반대의 경쟁력을 갖는다.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최고 수준의 금리를 유지한다는 한국금융지주 내부 방침이 세워진 이후 최상단을 놓치지 않았다. 이는 고객들의 충성도로 이어지면서 재투자율이 100%에 육박한다.

꾸준히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다양한 딜을 통한 운용성과 확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이 특히 더 주목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딜 소싱이다. 최근에는 프라이빗 크레딧 마켓, 즉 사모대출 시장이 확대되면서 주요 글로벌 대체 운용사들이 운용하는 상품들을 소싱하는가 하면 글로벌 금융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구성한 상품들에 투자하기도 한다. 지난 2023년 이후 북미 1위 운용사인 칼라일과 제휴를 통해 공급했던 담보부대출채권(CLO)펀드에 한국투자증권은 상품 공급자 뿐 아니라 투자자로서도 참여했다.

좋은 딜을 찾기 위한 과정에는 전사가 참여한다. 국내외 다양한 딜은 내부 파이프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유되고 주기적 담당 본부장들이 머리를 맞대는 협업 시스템이다. 여기에서 투자가치 분석 및 리스크 검증 등이 완료되면 투자로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조달 규모가 확대되면서 만기 미스매칭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수신 듀레이션과 운용 듀레이션의 격차가 2~3년을 초과하지 않도록 내부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 최대 1년인 수신 만기와 달리 운용 포트폴리오 듀레이션은 1.2년에서 1.5년까지 길게 둔다.

근본적으로는 수신 듀레이션과 운용 듀레이션을 모두 높임으로써 리스크를 줄여간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차원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은 종합투자계좌(IMA) 지정을 누구보다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IMA 라이선스 취득할 경우 원금 보장 상품 판매가 가능해진다. 특히 자금 조달 한도 제한이 없는 만큼 발행어음 한도는 거의 소진한 한국투자증권에게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양봉진 한국투자증권 종합금융본부장은 "현재 발행어음의 만기가 1년 미만으로 제한돼 있지만 IMA가 가능해지면 수신 펀딩 기간이 더 연장되는 만큼 원금보장에 실적 배당이 가능한 다양한 상품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좋은 작품들들을 발굴해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