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법정관리 사태가 크레딧시장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롯데카드 렌탈채권 관련 이슈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최근 불거진 홈플러스 사태는 해당 사안 자체보다는 이를 둘러싼 보다 큰 거시적인 환경 측면에서 크레딧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다만 홈플러스 이슈가 크레딧 채권시장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분석이 나왔다.

하나증권은 12일 보고서를 통해 "홈플러스 채무조정의 관건은 임차매장과 관련된 리스부채"라며 "국내 유통업계와 특정기업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홈플러스의 경우 재무적인 어려움이 이어져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김상만 애널리스트는 " 당초 홈플러스가 사모펀드에 인수될 당시 부담하게 된 인수금융의 상당부분은 자산매각 등을 통해 상환부담이 경감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며 "매각된 점포의 경우 매각 후 재임차형식으로 동사가 사용하면서 채무의 형식이 일반차입금에서 리스부채로 바뀐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주택담보대출 사례로 비유하자면 만기를 연장하면서 이자만 내는 거치방식 주담대에서 원리금분할상환방식 주담대로 바뀐 것이란 의미다. 결국 홈플러스의 부채구조는 외견상 단순해 보이지만 리스부채를 감안하면 금융채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구성은 복잡한 양상일 수 있다고 봤다. 예를 들면 매각된 점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리츠와 같은 부동산투자펀드가 조성한 출자금 및 금융대출(및 그 대출의 유동화/신용공여 등등), 입지유망 점포를 다른 용도로 재개발하는 PF 진행과정에서 수반되는 시공사(시행사)의 신용공여 익스포져 등이 그렇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처럼 간접금융채무 비중이 확대돼 있는 상황은 향후 홈플러스의 기업회생과정에서 수반하게 될 채무조정과정이 생각만큼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홈플러스 이슈가 크레딧 채권시장 전반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자본시장으로의 접근성 자체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홈플러스 공모채권 등과 같은 채권상품에의 노출도가 크지 않다"면서도 "리스부채 등 임차부동산과 관련된 노출도는 시간이 갈수록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금융시장 피로도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결론적으로 홈플러스가 쏘아올린 이슈는 결정적인 한방은 없다해도 계속 날아오는 작은 조약돌처럼 지속적으로 시장참가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발행한 단기채권(기업어음 및 전단채) 잔액은 총 6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중 절반 가량이 증권사 창구에서 개인과 법인 투자자에게 팔렸다. 다만 기업회생에 돌입한 홈플러스의 금융채무가 동결되면서 이 채권에 투자한 고객들의 돈이 묶인 상황. 향후 손실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증권사들에 홈플러스 관련 금융상품 판매 현황 파악에 나섰고,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8일 ‘홈플러스·MBK파트너스 사태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를 열기로 하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등 5명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한편 지난주 신용스프레드는 혼조세를 보였다. 초우량물, 여전채 상위등급은 약보합세를 보인 반면 여전채 하위등급, 회사채는 강보합세를 보였다. 당분간 크레딧 시장은 회사채 발행 비수기인 3월에 접어든데다가 소소한 이벤트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좁은 범위 내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