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최근 유명 제약업체들이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에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판매하면서 업계 안팎으로 반응이 뜨겁습니다. 출시되자마자 3000~50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자 약사들은 즉각 반발했기 때문인데요. 일부 약사들은 해당 제약사 약품에 대해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며 압박하자 판매를 중단하는 제약사가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다이소에 건기식을 공급한 3개 제약사 중 일양약품이 철수를 결정했고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은 철수 여부에 대한 내부 검토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그런데 궁금하더군요. 의사 처방이 필요한 약도 아닌 건기식은 이전부터 인터넷이나 홈쇼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었는데, 왜 약사들은 다이소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는 것일까요? 약사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건기식이 가격 차이로 인한 오해, 품질 및 안전성 문제, 그리고 전문가 상담 부재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자료를 살피니 국내 건기식 시장에서 온라인 유통 비중은 70%, 약국 판매 비중은 4.2%에 불과하더군요. 실상 건기식 판매 채널은 약국보다 온라인 시장이 독점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죠. 약사들의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지 않는 배경인데요.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시선도 고울리 없습니다. 40대 직장인 A씨는 "통상 코스트코에 장보기 할 때마다 종합비타민이나 비타민D 등을 정기 구매하곤 한다"며 "전문가 상담을 통해 부족한 성분을 정확히 파악해 필요한 것만 보충하면 좋겠으나 실제 이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라고 반문하더군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접근성이 높은 다이소에 저렴한 가격으로 들어온 건기식의 구매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약사들의 '밥그릇 지키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죠. 사실 다이소에 대한 약국의 반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6월 동성제약이 다이소에서 염색약 세븐에이트를 약국 공급가보다 3000원 저렴하게 판매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에 약사들은 '약국 패싱'이라며 동성제약 불매운동을 부추겼고 결국 동성제약이 세븐에이트 출하 중지와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꼬리를 내렸습니다.
세븐에이트의 경우도 현재 '다이소 건기식 사태'와 비슷합니다. 약국 공급 세븐에이트와 다이소 공급 세븐에이트는 외관은 비슷하나 성분과 구성 등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약국에 납품되는 제품은 모발을 보호해 주는 성분이 들어있고 빗 등 부속품도 함께 들어있는 반면 다이소 제품은 모발 보호 성분이 빠져있고, 빗과 같은 구성품도 들어있지 않았죠.
연이은 논란에 소비자단체의 반발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건기식은 성분, 함량, 원산지에 차이가 있고 기존 제품이 36개월 분량인 것과 달리 1개월분 단위로 판매해 가격 부담을 줄였다"며 "이는 명백히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부당한 조치이며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합법적인 유통이 제한되는 것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고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죠. 공정위는 일양약품의 다이소 철수와 관련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상태입니다.
최근 만난 한 지인은 이번 사태에 대해 "돈 없으면 집에서 짜장라면 끓여먹고 돈 있으면 호텔 중식당가서 비싼 짜장면 먹을수 도 있는 것 아니냐"며 "소비자 선택권 침해와 함께 약사들의 반발로 인해 오히려 다이소에서 건기식을 판매한다는 것이 더욱 홍보가 되는 느낌"이라고 말하더군요.
흔한 말 이지만 세상은 변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그 변화는 빨라집니다. 이미 다수의 물건을 쿠팡과 다이소에서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건기식을 다이소에서 판매하지 않는다고 약국에 가서 건기식을 구매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약사들도 이러한 시장 변화를 빨리 파악하고 다이소 건기식을 막기보단 소비자들과의 접근성을 높이는데 더욱 주력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시장은 소비자의 선택으로 돌아가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