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를 이끌어 온 윤호영 대표가 2년 연임에 성공했다 (사진=카카오뱅크)
2025년 금융권의 시작은 그야말로 '아노미'였다. 계엄발 금융 리스크에 글로벌 리세션 공포까지 더해지며 긍정적인 전망을 찾기 어려웠다. 소비 침체 직격탄을 맞은 금융권도 줄줄이 수장을 교체하는 등 고난의 행군을 준비했다.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카카오뱅크의 윤호영 대표에겐 이런 악재가 적용되지 않았다. 5연임. 일각에서 제기되는 '셀프 연임' 논란 속에서도 올해 윤 대표는 또 한번 대표 자리를 지키며 카카오뱅크를 이끌기로 했다.
◆ "금융 리더는 숫자로 말해야 한다"
금융권은 '숫자'에 민감하다. 좋은 숫자든, 나쁜 숫자든 모두 리더의 책임으로 환원된다.
윤 대표는 신성고와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대한화재 기획조정실, 에르고다음다이렉트 경영기획팀장, 다음 경영지원부문장 등을 거쳤다. 카카오 모바일뱅크 태스크포스팀(TFT) 부사장으로 카카오뱅크 설립을 주도한 뒤, 2016년부터 대표를 맡아왔다. 즉, 카카오뱅크의 모든 숫자는 그의 책임이란 의미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2년 만인 2019년 흑자 전환한 후 2023년 순이익 3549억원으로 연간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올해 1분기에는 순이익 1112억원을 기록, 분기 기준 최대 실적마저 경신했다.
2024년 7월 27일 카카오뱅크가 7주년을 맞아 공개한 '금융 변화 이끈 7가지 노력'/자료=카카오뱅크
윤 대표의 경영 성적표는 매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출범 초기에는 인터넷은행 설립 목적에 충실했다. 중·저신용자 포용을 위해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놓으며 '은행'으로서 안전하게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중·저신용자에게 대출 2.5조 공급하는 등 올해까지 2년 연속 목표를 달성했다.
▲26주 적금 ▲모임통장 ▲달러박스 등 신박한 금융상품을 꾸준히 내놓으면서 '혁신'도 강화했다. 그 결과, 출범 당시 24만명이던 고객수는 지난 9월 말 2443만명으로 무려 100배 증가했다.
다만 긍정적인 숫자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 주가만은 힘을 못쓰고 있다. 윤 대표의 5연임이 확정된 지난 4일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전일 대비 7.91% 내려앉았다. 업계에선 윤 대표의 이례적인 장기 집권이 경영의 안정성 면에선 도움이 될 지 모르나, 투자자들에게는 전혀 혁신적이지 않은 시그널로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일부 투자자들은 윤 대표 연임 확정 이후, "제발 공모가(3만9000원)만이라도 회복하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때 10만원에 육박하던 카카오뱅크 주가는 하락을 거듭하며 3년째 2만원선을 겨우 유지하는 상황이다. 더이상 투자자들이 카카오를 '국민주'나 '성장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 카카오뱅크가 배당금 지급 등 주주환원정책에 공들이는 이유도 이러한 불만을 의식한 조치다.
중저금리 대출 증가세 역시 성과인 동시에 리스크로 작용한다. 카카오뱅크를 포함한 인터넷은행들은 설립 취지에 맞게, 전체 신용대출잔액의 30% 이상을 중·저신용자 대출로 채워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2023년 말 30.4%에서 지난해 말 32.4%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확대하면서 2년 연속 목표를 달성했다.
물론 연체율도 덩달아 올라갔다. 2019년 0.19%였던 카카오뱅크 연체율은 2023년 0.49%, 2024년 0.52%로 뛰었다. 경기에 민감한 중저신용자 대출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제4인터넷은행 등장도 잠재된 위협이다. 초창기 인터넷은행들이 몸집을 불릴 수 있었던 신용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등 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터넷은행들은 기존의 성장 동력은 모두 소진한 상황에서 성장 추세를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2027년 카뱅 공식 = 고객수 3000만명+자산 100조
대표가 연임한다는 것은, 경영의 연속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윤 대표의 5연임 또한 '해외 시장 개척'이라는 오랜 숙원을 이루는데 유용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내 인구감소가 불가피한 현실에서 금융업계의 시선은 이미 동남아로 향해 있다. 카카오뱅크 여깃 카뱅의 DNA가 담긴 금융 상품을 해외로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뱅크가 투자한 인도네시아의 슈퍼뱅크가 지난해 6월 17일 공식 출범했다./자료=카카오뱅크
첫 해외 투자처인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PT Super Bank Indonesia)'도 지난해 6월 공식 런칭됐다. 슈퍼뱅크는 동남아시아 최대 슈퍼앱 '그랩'뿐 아니라 현지 최대 미디어 기업인 '엠텍(Emtek)', '싱가포르텔레콤(Singtel)'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인도네시아 은행으로, 디지털 뱅크로서의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태국의 주요 금융지주사인 SCBx 측과 '가상은행 협력'을 공고화했다. 태국은 동남아에서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2010년 이래 연간 3~4%의 경제 성장률을 꾸준히 기록하는 등 '젊은 시장'으로 꼽힌다. 이처럼 동남아는 카드 사용 인구와 인터넷은행 고객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라는 설명이다.
해외에서의 성공이 윤 대표의 2027년 성과에 가장 큰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의 임기인 2027년까지 카카오뱅크는 ▲고객 수 3000만명 ▲자산 100조 ▲수수료·플랫폼 수익 연평균 20% 성장 등 양적·질적 성장을 모두 도모하는 중장기 사업 목표를 지난해 제시했다. 자본효율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제고해 2030년까지 연평균 15% 이상으로 영업이익 성장을 높여 ROE도 15%까지 제고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11월 1일 태국 금융지주 SCBx 측이 카카오뱅크 방문해 '가상은행 인가 협력 공고화'를 약속했다./자료=카카오뱅크
◆ 같지만 다른 은행 → 이미 모두의 은행 → 금융을 바꾸다, 생활을 바꾸다
카카오뱅크의 슬로건 변화를 보면, 카카오뱅크의 변화와 성장을 함께 읽을 수 있다. 초창기에는 '같지만 다른 은행'으로 '은행'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주력했다면, 어느새 명실상부 '모두의 은행'이 됐다. 이제는 '금융과 생활을 바꾸는' 게임 체임저를 자처한다.
자신감의 원천은 든든한 친정 카카오다. 사실 카카오뱅크의 연이은 풍년은 '카카오톡' 유저들이라는 든든한 저수지에서 물을 댔기에 가능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과의 강한 결합을 통해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금융 서비스의 맥락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후 카카오톡을 넘어서는 카카오뱅크의 넥스트는 인공지능(AI)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AI 네이티브 뱅크'를 표방, 기술적 도약을 선언했다. 지난 1월 AI 및 자연어처리, 기계학습 분야 세계적 권위 학회인 EMNLP 2024, NeurIPS 2024에서 논문 채택되는 등 관련 성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카뱅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AI를 활용한 혁신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내놓으며 '종합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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